임왕섭의 Brand Speech

▲ 존슨앤존슨은 진정성을 갖고 신속하게 리스크에 대응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브랜드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많은 기업이 실수를 저지른다. 리스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는 거다. 이런 대응은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더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진정성을 갖고 고개부터 숙이는 것이다.

최근 남양유업 사태로 갑을관계, 다시 말해 을사조약乙死條約이 뜨거운 이슈다. 그런데 공정한 거래관계를 통한 기업 간 상생 문제와는 별개로 이 사건으로 남양유업과 그 기업 제품의 브랜드가 받은 리스크는 상당하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마트에서의 남양유업 매출은 지난해 대비 30% 감소했다.

이는 남양유업의 태도 때문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대리점주 조직을 구축하려는 의도까지 들통 나 문제를 키웠다.

브랜드 리스크는 사회적 사건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제품의 클레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일동후디스의 프리미엄 산양분유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세슘은 근육에 축적돼 암과 유전 장애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동후디스는 검출된 세슘이 자연 상태의 물이나 식물에 존재하는 미미한 정도라고 해명했다. 과연 소비자는 이 해명을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을까.

브랜드 리스크에 대한 대응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특정 제품군에서 발생한 클레임이 다른 제품군으로까지 번져 브랜드 리스크를 키울 수도 있다.

물론 올바른 품질 관리와 거래 관행 확립이 브랜드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도 브랜드 리스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리스크를 가볍게 생각하고 초기 대응에 실패한다면 해당 브랜드는 세상에서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존슨앤존슨의 일화는 유명하다. 1980년 미국에서 진통제 타이레놀을 복용한 2명이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행했다. 그러자 존슨앤존슨은 제품을 자체적으로 전량 회수했고, 진정성이 있는 사과 광고를 발 빠르게 내보냈다. 결국 정신질환자가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투입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타이레놀은 누명을 벗었고, 소비자는 타이레놀을 안전하다고 믿게 됐다.

둘째는 고객 의견 경청과 빠른 피드백이다. 침묵은 금이 아니다. 브랜드 리스크에 대한 대응 전략이 명백하게 대비되는 국내 두 기업의 사례가 있다. 2008년 생쥐깡 사건이 발생했을 때 농심은 신속하게 그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기업 회장이 직접 사죄했다. 반면 참치캔에서 녹슨 커터칼날이 나왔던 동원F&B는 ‘생산 공정에서 절대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변명하는 데 급급했다.

브랜드 리스크에는 신속하게 대응했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땐 강태공처럼 때를 기다릴 필요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사이버공간에서의 여론형성과 집합행동’이라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문의 확산 경향은 뉴스나 신문 등 대중매체의 경우 초기에 급격하게 상승했다가 낮아지고, 인터넷 매체는 서서히 증가했다가 완만하게 낮아진다.

중요한 건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문은 사그라진다는 점이다. 리스크 해결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면 파장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얘기다.

분명히 말하지만 브랜드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구차한 변명보다는 고객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진정
 
성이 느껴지도록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한쌍의 커플이 와인을 마시며 데이트를 하던 중에 남자의 실수로 여자의 옷에 와인을 쏟았다. 한 남자는 “클리닝하면 괜찮을 거야, 클리닝 비용 여기 있어”라고 말했다. 다른 남자는 “괜찮아? 미안해. 여기 물수건 좀 갖다 주세요. 정말 미안해”라고 대응했다. 어떤 남자가 문제를 더 쉽게 해결했을까. 답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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