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으로 풀어본 부동산 리츠(REITs)

부동산은 묵직한 금융상품이다. 거래가 쉽지 않아서다. 투자목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많은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액 투자자는 애써 부동산을 외면해야 했다. 리츠(REITs)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소액으로도 부동산 투자가 가능해졌다. 리츠의 실체를 알파벳으로 풀어봤다. 

▲ 리츠(REITs)를 통해 소액투자자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지난해말 은퇴한 강정갑(60•가명)씨는 고민이 많다. 현재 강씨의 재산은 부인과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한 채와 여유자금 1억3000만원이 전부다. 올 3월 막내딸을 전문직 사위에게 시집보내면서 다소 무리를 해서다. 노후생활 자금마련을 위해 머리를 굴려보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 은행에 넣어봐야 용돈수준의 이자수입만 발생할 게 뻔하고 섣불리 주식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것 같다.

직장생활만 하던 강씨에겐 창업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인 강씨는 고령화•저금리 시대의 압박을 제대로 받고 있다. 원래 강씨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여유가 있다면 부동산 투자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1억원 남짓으로는 투자할 만한 부동산 상품이 마땅치 않다.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강씨의 고민을 해결할 만한 금융상품이 있다. 바로 리츠(REITs)다. 리츠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의 약자로 ‘부동산 투자신탁’이라고도 한다. 대체 리츠란 무엇일까. 어떤 특성을 가진 투자상품일까. REITs의 스펠링을 알파벳별로 키워드화해 풀어봤다.

R | remarkable(주목할 만한)

부동산은 고가이기 때문에 투자목적으로 개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발상을 조금만 전환하면 소액투자자도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 목돈을 마련한 뒤 그 금액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투자이익을 나누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리츠다. 증권가의 간접투자상품인 ‘뮤추얼펀드’와 흡사한 구조다. 뮤추얼펀드는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채권•선물•옵션 등 다양한 유가증권에 투자한 뒤 그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리츠를 ‘부동산 뮤추얼펀드’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츠는 주로 수익형 부동산이 대상이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리츠는 오피스•임대주택•상업시설•부동산개발 등 수익형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지만 오피스 빌딩에 대부분의 투자가 몰려 있다”고 말했다. 리츠 제도는 1960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호주•네덜란드•뉴질랜드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운영해 왔다. 1990년대 들어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의 통합이 추진되면서 부동산의 증권화가 급물살을 탔고 리츠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는 2001년 도입됐다. 2012년말 현재 인가된 리츠는 70여개, 총자산은 8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E | effective(효과적인)

부동산 직접투자는 쉽지 않다.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다 원하는 시기에 현금화하기 어려워서다. 리츠는 직접투자의 단점을 보완해 유동성을 효과적으로 높였다. 리츠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공모주 청약에 참가하는 것과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 주식을 사고파는 것 등이다. 현재 국내에는 골든나래리츠•코크랩8호•코크랩15호•트러스제7호•케이탑리츠•광희리츠•이코리아리츠•케이비부국위탁리츠 등 8개 리츠종목이 상장돼 있다.

리츠와 같은 간접금융상품이 다양화되면 외국인 투자율을 높일 수 있다. 소유 중심의 부동산 마인드를 이용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민태욱 한성대(부동산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리츠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국민의 관심과 이해도가 떨어지지만 좋은 리츠상품이 개발된다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리츠가 주목받는 것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초 발행한 부동산금융 현황보고서에서 “부동산침체로 PF의 건정성이 악화되면서 은행과 연기금은 보다 안전한 리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 | income(수익)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002~2010년 리츠의 평균 수익률은 18.87%에 이른다. 은행 이자수입의 5~6배에 이르는 수익률이다. 리츠에 몰리는 금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2004년 1조4000억원 정도였던 국내 리츠 규모는 2012년 8조3000억원으로 커졌다.

리츠는 투자대상이 부동산이다 보니 원금 손실률이 다른 상품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익금 대부분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구조도 안정적이다. 리츠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배당수익과 양도수익으로 나뉜다. 상장된 리츠 주식을 거래함으로써 얻는 수익을 양도수익이라고 한다. 부동산의 취득•임대•개발 등으로 얻는 수익을 배당수익이라고 한다.

개인이 리츠에 참여해 이익을 얻으려면 주식거래를 통한 양도수익을 노리는 편이 수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리츠는 양도수익보다 배당수익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이에 따라 리츠를 통해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제한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우리나라의 리츠는 기관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T | trouble(난관)

 
리츠는 소액투자자에게 부동산 투자 기회를 주는 훌륭한 상품이지만, 그 진가를 충분히 발휘하진 못하고 있다. 자금 조달이 효율적이지 못해서다. 국내 리츠의 경우 공모보다는 사모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언급했다시피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모형식으로 상장된 리츠 종목은 8개에 불과하다. 시가총액은 8개 모두 합쳐 2000억원 안팎이다. 우리나라 전체 리츠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다.

이에 반해 일본은 애초부터 공모형 리츠로 발전하면서 거래도 활발하고 유동화 진전도 빠르다. 그리고 공모방식도 융통성이 있다.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투자 대상 물건을 먼저 확정한 뒤 자금모집에 들어가야 하는 등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지만 일본은 먼저 자금부터 모집한 뒤 투자물건을 고를 수 있게끔 부분적으로 허용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리츠 주식의 시가총액은 우리나라의 300배에 달한다. 그렇다고 일본의 리츠역사가 우리보다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다. 불과 몇 달 차이다.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최근 리츠의 수익률도 많이 떨어졌다는 점도 난관이다. 거래중인 8개 리츠종목은 올 들어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코리아리츠는 1년 전 7000~8000원 사이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최근엔 3000~4000원 대로 급락했다. 코크랩15호리츠는 올 초 5100원대였던 가격이 최근엔 4500원대로 내려 앉았다. 탄력 있는 운영을 통해 리츠수익률 상승을 도모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S | success (성공)

그냥 얻어지는 건 없다. 리츠 역시 투자에 성공하려면 대상 물건과 운용회사에 대해 꼼꼼히 따지고 살펴봐야 한다. 리츠 상장 회사라면 해당 업체의 역량과 실력 있는 전문가는 누구인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자산운용실적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는 일도 중요하다. 개인이 직접 리츠 자산운용에 참여하는 경우엔 투자대상 물건을 꼼꼼히 살피는 안목이 필요하다.

오피스 빌딩이라면 공실률이 생길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입주해 있는 업체는 어떤 업체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리츠 또한 분산투자가 원칙임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리츠투자자들은 임대수익형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개발수익형•매매수익형 등의 리츠상품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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