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신임사장, 대규모 조직개편 이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이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하성용 신임사장이 임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하성용 사장은 대우중공업 출신으로 과거 카이 부사장을 역임했다. 재임 당시 그는 카이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 출신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하 사장의 컴백이 카이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이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조직도 대폭 개편했다. 5월 21일 하성용 사장이 취임한 지 불과 20여일 만이다. 카이는 6월 11일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과 임원급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박노선 부사장을 포함한 임원 10명이 해임됐고, 4명이 새롭게 영입됐다. 올초 회사를 떠났던 장성섭 부사장이 다시 돌아왔다. 전무급 임원은 노무종 전무(대외협력실장)를 제외한 3명이 모두 나갔고, 김태교 전무가 영입됐다. 결과적으로 전무가 4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상무급은 14명에서 10명으로 감소했고, 상무보는 2명이 회사를 나갔다. 그 빈자리는 양철환 상무보와 심걸택 상무보가 채웠다.

카이는 “경영효율성과 신속한 의사 결정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인사가 카이 내부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임원들이 별다른 명분 없이 복귀했기 때문이다. 하성용 사장은 2010년까지 부사장(경영본부)을 맡다가 2011년 카이를 떠난 인물이다. 장성섭 부사장(개발관리 담당)은 2013년 초 회사를 스스로 박차고 나갔다. 일반적으로 한번 나간 임원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의 복귀 이유는 카이 탄생에서 찾을 수 있다. 카이는 1999년 정부 빅딜로 삼성테크윈(옛 삼성항공)•두산(옛 대우중공업)•현대차(옛 현대우주항공) 3사가 통합하면서 설립됐다. 지분율을 보면 한국정책금융공사가 2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테크윈•두산•현대차가 동일하게 지분 10%씩을 가지고 있다. 이사회의 비상근 임원은 3개사가 한명씩 추천한 인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카이 임직원 비율은 삼성 출신이 약 60%이고, 나머지는 현대가 대우보다 조금 많다.

▲ 하성용 카이 사장이 삼성·대우·현대 출신으로 나눠져 있는 내부조직을 통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이유로 카이 내부 조직은 3개로 분리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는 카이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하 사장 이전 카이를 이끌었던 김홍경 전 사장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았고, 이 때문에 재임기간 내부통합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 항공우주 전문가는 “카이가 내부조직은 삼성•대우•현대 출신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서로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를 못 내고 있다”며 “갈라진 3개 업체 주주가 서로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 하 사장은 과거 부사장 시절 삼성 출신인 박재점 부사장과 경쟁했고, 이 다툼은 대우와 삼성 출신 직원들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1년 두 명이 회사를 떠났고 내부 갈등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

하지만 하 사장이 카이에 복귀했다. 또 다시 편 가르기가 우려되는 이유다. 카이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 다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하성용 사장이 총책임자로 돌아왔다면 이제는 조직을 나누는 게 아니라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부에서 삼성•대우•현대 출신으로 나뉘어져 혼란을 일으킬 바에야 차라리 진정한 주인이 나타나 카이를 매각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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