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1]대기업 CSR 인정 못받는 이유

 

▲ 수많은 CSR활동을 펼치는 대기업 중 착한 이미지를 구축한 곳은 많지 않다

갑甲들은 요즘 정신이 없다. 을乙의 반란이 심상치 않아서다. 일단 갑들은 사회적 책임활동을 강화하며 을과의 관계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을은 물론 사회도 감동받지 않는다. 이런 CSR 활동이 토끼의 탈을 쓴 여우의 꼼수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착한 기업의 DNA는 CSR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착한 기업은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기업이 꼭 착한 기업은 아니다. 착한 기업의 기준이 좋은 기업에 비해 엄격해서다. 단순히 사회적 책임활동(CSR)을 많이 한다고 해서 착한 기업이 될 순 없다. 불•편법으로 마련한 자금을 CSR에 사용한다면 그건 위장이자 기만이다.

이런 맥락에서 CSR은 과정에 불과하다. 본질은 기업이 얼마나 건전하게 운영되느냐다. 경제정글의 생태계를 가꾸는데 얼마나 헌신하느냐다. 다시 말해 착한 기업의 첫째 조건은 ‘사회적 재투자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The Scoop가 창업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사한 설문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조사결과를 보면, ‘기업의 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가 기업의 철학이 반영된 사회적 재투자라고 밝혔다.

기업은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기업투자는 건강한 사회와 경제의 밑거름이다. 이를 통해 지속성장의 발판이 마련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수 대기업은 CSR 활동을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전략으로 쓰고 있다. 사회적 재투자라는 CSR의 본질적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기업의 CSR 활동에 진정성이 들어있는지를 판단하고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대기업은 착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중 ‘전혀 착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23%에 달했다. 10명 중 2.3명은 대기업의 CSR 활동을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회적 재투자 의미 사라진 CSR

많은 비용을 투입해 CSR 활동을 펼치는 국내 대기업으로선 충격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 나름의 CSR 활동에도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의 CSR부서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가 사회에 쏟아 붓는 돈이 얼마인지 아는가. CSR 활동을 대기업처럼 많이 하는 곳도 없다. 그런데 늘 우리는 욕먹는다. CSR 활동을 해도 도마에 오르게 마련이다. 더 많은 돈을 CSR 활동에 투자할 수도 없다. 대체 어쩌란 말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기업의 CSR 활동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총수 일가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을 때 CSR 활동을 펼친다. ‘총수가 죄를 지으면 기업이 돈을 뿌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렇게 도덕성이 담보가 되지 않은 CSR 활동은 국민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그걸 순수하게 ‘기부활동’으로 판단하는 국민도 이젠 많지 않다.

때가 되면 열리는 연례행사쯤으로 생각하거나, 새로운 제품과 기업브랜드 홍보를 위한 이벤트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CSR 활동, 본질적인 부분부터 뜯어고쳐야 할 때다. ‘선’이란 가치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김세형 기자 jayk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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