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해汝諧로 살아간 이순신李舜臣 -끝-

▲ 이순신은 대부분의 시간을 부하들과 활을 쏘고 술을 마시는 데 썼다. 소통을 위해서다.
‘소통’이라는 두 글자를 가지고 놀면 재미가 쏠쏠하다. 한자로는 疏通이라고 쓴다. 서로가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주를 마시면 통한다’를 두 글자로 줄이면 이 역시 ‘소통’이다. 서로의 의견이 막힐 때 한두 잔의 술은 독이 아니라 약이 될 수 있다. ‘소원이 같으면 통한다’는 말은 어떨까. 어제의 적도 소원하는 바가 같으면 통하게 마련이다. ‘소싯적 친구끼리는 통한다’로 적어볼 수도 있다. 주로 나쁜 짓은 옛 친구와 해야 손발이 척척 맞는다. ‘소문이 나야 통한다’도 말이 된다. 아무리 좋은 상품도 소문이 나지 않으면 팔기 힘들고, 아무리 나쁜 상품도 소문이 좋으면 팔릴 수 있어서다.

이순신은 소통을 매우 중요시했다. 그가 상하간 의사소통 언어로 사용한 무기는 술이었고, 활쏘기였다. 이유가 있다. 술酒은 말이 없던 사람을 말하게 하는 힘이 있고, 습사習射(활쏘기)는 언제가 침묵해야 될 때인지를 배울 수 있다.

안세영 서강대(국제경제학) 교수의 자신의 저서 「이기는 심리의 기술-트릭」에 「난중일기」를 분석해 이순신이 7년 동안 어떻게 시간을 소비했는가를 적은 바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순신이 하루의 30%(7.2H)는 활쏘기에, 18%(4.32H)는 술 마시는 데 썼다는 거다. 하루 12시간을 소통에 투자한 셈이다.

왜 그랬을까. 일사불란한 조직력과 통솔력(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장수와 군사들이 활쏘기와 술 마시기를 자주 하는 과정에서 상하간 소통은 활발히 일어났을 것이다. 반면 그런 기회가 많지 않은 조직에서는 서먹함이 더 많았을 것이다. 소통이 원활한 조직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조선 5대 명재상인 유성룡이 임진왜란 당시의 후회와 교훈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쓴 「징비록」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소통 원활한 조직이 강해

이순신은 한산도에 있을 때 운주당運籌堂이라는 집을 짓고 밤낮으로 그 안에 거처하면서 여러 장수들과 군사에 관한 일을 의논했는데, 지위가 낮은 군졸일지라도 운주당에 찾아와서 전사에 관한 일을 말하게 했다. 이순신은 작전을 개시할 때마다 부하 장수들을 불러서 계책을 묻고 전략을 세운 후 나가서 싸웠기 때문에 패전하는 일이 없었다.

원균은 운주당에서 애첩愛妾과 함께 살았다. 울타리를 치고 당堂의 안팎을 막아버려서 여러 장수들이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술을 즐겼는데 날마다 주정을 부렸으며 형벌을 쓰는 데 법도法度가 없으니 군중에선 “만일 적병을 만나면 우리는 달아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돌았다. 여러 장수도 원균을 비난하고 비웃으면서 군사 일을 아뢰지 않아 그의 호령은 부하들에게 시행되지 못했다.
 - 「난세의 리더 유성룡」, 역사의 아침

이순신과 원균의 극명한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승자는 모두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만, 패자는 모두의 입을 닫게 만든다. 이순신의 술 마시기, 활 쏘기가 ‘해諧를 위한 리더의 언어’였다면 원균의 술•여자•주정은 조직을 ‘해害치는 권력자의 언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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