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부동산 관전포인트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4•1부동산종합대책’은 용두사미가 될 조짐이다. 실수요자 위주의 근시안적 해법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 역시 녹록하지만은 않다. 4•1 대책의 후속타가 없다면 부동산 시장은 또다시 침체기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 4.1대책의 영향으로 강남권부터 시작된 훈풍이 수도권 외곽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의 시장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부동산 시장이 최근 몇달 사이 분주히 움직였다. 박근혜 정부가 ‘4•1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부터다. 4•1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 3월부터 주택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4월 들어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했다. 시세는 한 달 사이 5000만원 이상 오르는 등 급격한 반응을 보였다.

4•1대책 발표 이후 4월 한달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 1월 대비 5배가량 늘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의 자료를 보면 4월 한달 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5862건으로 전달 5170건보다 696건이 늘었다. 더욱 주목되는 건 6월의 거래량이다. 취득세 감면종료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거래가 부쩍 활발했다.

6월 24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04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7092건의 거래량을 보였던 2010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전달(6414건)보다는 10.5% 늘어난 수치다. 전년 동월 거래량이던 3085건에 비해선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이기도 하다.

다주택자 끌어들일 정책 필요

거래추이는 4•1대책의 영향으로 강남권부터 시작된 훈풍이 수도권 외곽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과천과 분당은 거래량과 가격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가 빠지고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다. 시장에 새로운 모멘텀이 없어 4•1대책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4•1대책의 힘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방증이다.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취득세 50% 감면 혜택 종료 이후인 7~8월에는 계절적 비수기까지 맞물려 거래 절벽이 우려된다. 물론 하반기부터는 다시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와 양도세 한시감면 등의 혜택이 연말까지로 한정돼 있어 실수요자의 하반기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을 이사철이라는 계절적인 요인도 거래량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추가적인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하반기 상승도 반짝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다시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듯하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언급했듯 4•1대책은 실수요자 중심의 대책일 뿐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혜택 위주로 대책이 수립됐고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은 배제됐다.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나 저렴한 분양단지는 거래되는 반면 재건축 반등세가 급격히 꺾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투자 수요가 움직이지 않고서는 부동산 거래시장이 살아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래를 늘리고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게 하려면 투자수요를 움직일 만한 대책을 비중 있게 병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같은 대책 말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주택 구매력을 높여 전•월세 시장도 안정화할 수 있다. 그럼 올 하반기 국내 부동산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분야별로 시장동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하반기 분양시장은 4•1대책에 대한 기대감과 민영주택 유주택자 1순위 자격 부여 등으로 전반적인 청약률은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입지와 분양가 경쟁력에 따라 청약자들의 선택은 뚜렷하게 갈릴 것이다. 보금자리와 강남 재건축 물량, 그리고 위례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쏠림현상도 강해질 전망이다. 세종시•대구혁신도시 등 수요 유입이 많은 지역 이외에는 대부분 미분양 적체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과잉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세종시와 같은 인기지역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입지별로 청약 분위기는 극과 극의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매매시장은 4•1대책에 따른 시장회복 기대감으로 상승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7~8월에는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고 상승세도 둔화될 전망이다. 취득세 50% 감면이 종료되고 계절적인 비수기가 겹쳐서다. 9월부터는 계절적인 성수기와 연말 정책 종료에 따른 수요가 늘면서 회복 가능성이 있다.

▲ 신규분양보다는 기존 재고주택을 살리기 위한 강도높은 대책이 요구된다.

저금리에도 수익형 부동산은 침체

하지만 거래량이나 상승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속단할 순 없다. 비수기 기간인 7~8월 중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9월 이후 안정적인 거래량 증가와 가격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매매시장이 비수기 때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 시장회복 기대감이 살아 있다는 걸 의미해서다.
 

 

앞서 말했듯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선 주택 구매력이 있는 계층에 대한 규제 완화책이 뒤따라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취득세 감면 연장 등이 대표적인 완화책이다. 4•1대책의 부분적인 손질도 필요하다. 또한 신규분양보다는 기존 재고주택을 살리기 위한 강도 높은 정책이 나와야 한다. 기본적으로 기존 주택 거래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수요심리 회복은 도모하기 어렵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라는 호재가 있음에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공급과잉 때문이다. 특히 도시형생활주택은 공급과잉•주차난과 함께 수요층이 한정돼 있어 신규 분양은 물론 기존 물량 거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자를 찾기 힘들다보니 미분양 적체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그동안 공급물량이 많았다. 하지만 입지•분양가•상품성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물량은 수요가 있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은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상가시장은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전망이 밝다. 분양상가는 그동안 오피스텔 등의 인기에 밀려 공급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서울 지역 도심 내 근린상가나 아파트단지 내 상가는 꾸준한 수요 유입 등으로 인기를 끌 수 있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인기 신도시의 분양상가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 ygy@rea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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