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2] 실적 끌어올리는 ‘善’

한 가지 정리하자. 기부를 많이 한다고 착한기업의 반열에 올라서는 건 아니다. 기부에도 질이 있다. ‘진정성’이 있는 기부만이 똑똑한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다. 유혹만이 아니다. 착한기업의 제품은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데 한몫 톡톡히 한다.

 

▲ 코오롱 FnC는 헌옷을 활용해 사회적 재투자를 하고 있다. 사진은 헌옷 재활용 브랜드 래코드(RE;CODE) 매장의 모습.

 

서울 상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은주씨는 최근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레스토랑 쿠폰 10장을 한번에 샀다. ‘착한 음식’을 파는 것으로 유명한 카페 ‘닥터로빈’에서 착한 딜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보일러의 외식업체 닥터로빈은 버터·설탕 등을 넣지 않은 착한 조리법으로 음식을 만든다. 정상가 대비 30% 할인된 식사쿠폰을 활용해 청년희망사업도 돕는다. 이 때문에 닥터로빈의 착한 딜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았다. 6월 24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레스토랑 쿠폰’ 딜은 판매 9일 만에 3만개가 넘게 팔렸다. 금액으로 따지면 3억원 이상이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은 사실 뻔해 보일 때가 많다.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기부하는 형식이 많아서다. 기업의 철학이 담겨 있지 않은 기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닥터로빈처럼 좀 더 ‘진화된 방식’으로 기부하는 기업도 있다. 대부분 기업 철학이 담겨 있는 기부로, 사회적 재투자 형식을 띠고 있다.

CPU·그래픽카드 제조사 AMD코리아는 지난해부터 한국HP·티켓몬스터와 손잡고 ‘아름다운 노트북’ 딜을 진행하고 있다. AMD E시리즈 APU가 탑재된 HP 노트북 100대가 팔릴 때마다 해당 제품 한대를 국제아동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는 식이다. 반응이 좋자 3차 딜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50대 이상의 노트북을 기부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장애우를 바리스타로 고용하는 CSR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경상이익의 2.5%를 CSR 활동에 투자하는 이 회사는 지금까지 90명에 달하는 장애우 바리스타를 고용했다.
 

 

 

코오롱FnC도 자신의 핵심제품인 ‘옷’을 이용해 CSR 활동을 펼친다. 버려진 헌옷의 해체작업을 장애우에게 맡겨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헌옷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다. 더군다나 이렇게 탄생한 제품은 ‘래코드(RE;CODE)’라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달고 소비자를 만난다. 고용창출은 물론 환경까지 고려한 CSR 활동으로, 이 역시 사회적 재투자다. 코오롱FnC의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는 똑똑하다. 기업들의 CSR 활동에 진정성이 있는지, 또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인지를 금세 눈치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재투자 형식으로 기부활동을 하는 기업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 재투자가 중심인 기업의 CSR 활동은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낸다. 착한기업으로 평가받을 뿐만 아니라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The Scoop가 창업가 100명에게 ‘착한 기업의 소비재를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92명이 “그렇다”고 밝혔다. 반대로 해석하면 나쁜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이는 남양유업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밀어내기와 욕설파문 등 ‘갑甲의 횡포’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의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올 6월 남양유업 전체 상품 매출은 전월 대비 6.6%, 전년 대비 6.5% 하락했다. 흰우유의 매출 감소폭은 두 자릿수(전월비·10.9%·전년비·14.0%)를 기록했다. 황제주로 불리던 남양유업 주가는 욕설파문이 터진 때를 기점으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다. 똑똑한 소비자에게 갑은 착한 기업의 제품이다.
김미선 기자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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