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이상한 ‘甲질’

▲ 을의 눈물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갑의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CBSi The Scoop 김미선 기자]고구마 줄기가 따로 없다. 끝난 듯싶으면 또 튀어나온다. 을乙의 반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엔 KT·아모레퍼시픽·LG유플러스의 을이 갑甲의 횡포를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갑은 여전히 ‘나몰라라’다. 을이 흘리는 눈물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항변한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을乙이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 더 이상 갑甲 횡포를 견디지 못하겠다는 모양새다. 을이 반란을 일으키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19대 대선 당시 약속한 경제민주화와 무관치 않다. 경제민주화의 약발이 통할 때 ‘갑의 횡포’를 근절하겠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을의 바람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갑의 아성이 워낙 탄탄해서다. 논란의 도마에 오른 갑들은 여전히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는 그렇게 질타를 받았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남양유업 본사와 피해 대리점주들은 아직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급기야 남양유업 피해 대리점협의회(협의회) 관계자들은 삭발을 단행하고 철야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의원들 나서도 꼼짝 안하는 갑甲

폐점 종용, 매장 승계 불가, 생산공장 철수 등 각종 가맹사업 철수 의혹에도 이를 발뺌하며 가맹점주들을 옥죄고 있는 크라운베이커리 사태도 별 진전이 없다. 시민단체와 야당 의원이 본사에 문제의 시정을 촉구하고,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 43명은 크라운해태제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문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들은 이렇게 항변하고 있다.

“인터넷 주문 시 하루면 도착하는 제품을 본사에 요청하면 3일이나 걸린다. 본사에서 제품을 받아야 하는 가맹점주들은 그래서 고사 상태다. 시정 요구를 해도 본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점주들로선 무엇을 해볼 도리가 없다.”

 
문제는 두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갑의 횡포에 시달리는 을은 남양유업, 크라운베이커리 외에도 수업이 많다. 6월 25일 진보정의당 주최로 열린 ‘전국 을의 피해사례 보고대회’에서는 LG유플러스·아모레퍼시픽·KT대리점 피해 사례가 도마에 올랐다.

KT의 피해 대리점 대표는 “KT 본사가 인테리어 비용, 번호이동 수수료, 단말기 판매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모레퍼시픽의 피해 대리점주들은 “본사가 대리점 소속 카운슬러를 직영매장으로 빼돌리고 제품을 강제로 밀어내는 부당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의 문제는 더 심각했다. LG유플러스 대리점 피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본사의 오버펀딩(Over Funding)’을 문제 삼았다. 오버펀딩은 대리점주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로 고객유치를 위해 현금과 상품권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비정상적인 영업방식이다. 한 피해자는 “LG유플러스 본사가 대리점의 매출목표를 통상적으로 팔 수 있는 물량보다 5~10배 높게 잡는 탓에 대리점주는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영업방식을 써야 한다”고 털어놨다.

LG유플러스가 무리한 판매목표를 할당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각종 불이익을 준 정황도 드러났다. 대구 동성로에서 LG유플러스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재(32)씨는 “본사가 매달 정하는 약정수량을 맞추지 못하면 받아야 할 금액을 가입자 유치수수료와 장려금에서 차감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가입 유치도 대리점에 떠넘겼다. 이씨는 “매월 인터넷 가입 유치 할당수량(월 30건)을 채우지 못하면 건당 40만원을 차감했다”고 말했다. 만약 단 한명도 가입자를 유치하지 못한 대리점주는 월 1200만원이 차감됐다는 거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대리점주가 빚더미에 올랐다. 허춘기 LG유플러스 피해대리점협의회 대표는 “20억~3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대리점주가 수두룩하다”며 “항의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점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LG유플러스는 대리점주가 빚 때문에 운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피해를 봤다는 대리점주들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누가 대리점을 운영하겠는가”라며 “대리점주의 피해를 100% 회사책임으로 몰아세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2010년 LG유플러스로 통합된 옛 LG파워콤 피해사례도 등장했다. 충북지역에서 LG유플러스 대리점을 운영했던 박지훈씨는 “석달 동안 엑스피드 인터넷 가입자 900건을 유치하면 LG파워콤 충북 지역센터를 남겨준다는 본사 직원의 말을 믿고 영업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본사 측은 5개월 동안 1500건의 인터넷 가입자 유치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에 자신이 없다고 말하자 불법매집 업체를 본사가 나서 알선했을 뿐만 아니라 이 불법업체를 통해 건당 30만원 넘는 돈을 지불해 인터넷 가입자를 유치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불법업체까지 알선한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역센터를 맡으면 인터넷 설치와 애프터서비스(AS) 등으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하지만 충북센터를 맡은 박지훈씨는 AS를 소홀히 하는 등 상식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옛 LG파워콤 피해 대리점주들은 과도한 목표할당과 일방적인 계약해지 등을 이유로 본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비슷한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던 다른 LG파워콤 전직 대리점주 6명은 지난해 1심에서 승소해 피해액의 60%가량을 인정받았다. LG파워콤을 합병한 LG유플러스는 김앤장을 법무법인으로 선임하고 2심을 진행하고 있다. 항소심 결과는 7월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을이 갑과 싸워 이기기란 쉽지 않다. 갑에겐 막대한 자금과 뛰어난 변호인단이 있기 때문이다. 갑의 횡포를 막을 만한 실질적인 법과 제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 문턱 못 넘은 경제민주화 법안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7월 2일 본회의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공정거래법), 가맹점주의 권리 강화(가맹사업법), 불공정특약 금지(하도급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처리됐다.

하지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전국 ‘을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통과시키려고 했던 남양유업사태 방지법(대리점에 제품 밀어내기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개선하는 내용)의 통과는 무산됐다. 그나마 가맹점주에 예상 매출액을 의무적으로 제시하고 심야영업 강요 행위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프랜차이즈법이 통과된 게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얻은 수확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6월 임시국회의 결과가 생각보다 신통치 않았던 만큼 7월 임시국회를 열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을의 눈물이 언제까지 약발이 먹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제 또다시 갑의 반격이 시작될 지 모른다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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