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시공사 책임 없나

▲ 층간소음은 입주자들끼리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시공방식만 바꿔도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까지 일어나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입주자들끼리 법적분쟁을 다툴 수 있도록 소음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층간소움은 입주자들이 아닌 시공사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웃 간에 배려하는 문화를 통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층간소음 문제가 불거지자 쏟아져 나오는 주장들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층간소음이 입주자들끼리만 조심한다고 해결될 수 있느냐는 거다. 시공사 책임론은 어디에도 없다.

최근 정부는 층간소음 피해 기준을 강화했다. 6월 14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현행 층간소음 기준을 ‘주간 55dB 이상, 야간 45dB 이상’에서 ‘주간 40dB 이상, 야간 35dB 이상(평균소음도 기준)’으로 높였다. 순간 최고소음도 기준은 ‘주간 55dB, 야간 50dB’로 강화했다. 평균소음도와 최고소음도 중 하나만 초과해도 층간소음 피해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상당수의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이 10초 이상 뛰거나 어른이 바닥이 얇은 곳에서 뒤꿈치를 들고 다녀도 기준치를 초과한다.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법적 분쟁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에선 이웃끼리 법적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선 뒤에선 ‘이웃 간 배려’를 강조하는 이상한 조치다.

더 이상한 건 층간소음에 대한 시공사의 법적 책임은 어디에도 없다는 거다.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이들은 “건물을 제대로 지으면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지 않겠나”라며 “시공사가 층간소음을 책임지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시공방식을 바꾸면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다. 민경철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주무관은 “2009년에 층간소음을 측정해본 결과 ‘기둥식구조’가 ‘벽식구조’보다 층간소음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짓는 건물에 기둥식구조를 의무적용하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기둥식구조란 건물을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는 구조이고, 벽식구조는 내벽이 건물을 떠받치는 구조다.
국토교통부의 측정결과에 따르면 층과 층 사이의 슬래브(바닥면)가 210㎜인 벽식구조물 89곳의 평균 경량소음(물건을 떨어뜨릴 때의 소음)은 52.0dB, 중량소음(보행 시의 소음)은 50.0dB이었다. 하지만 슬래브가 150㎜인 기둥식구조물 36곳의 평균 경량소음은 46.8dB, 중량소음은 47dB로 나타났다. 슬래브가 더 얇은데도 층간소음이 더 적었다는 거다.

그런데도 시공사들이 벽식구조를 택하는 이유는 돈에 있다. 양관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그린빌딩연구실 실장은 “1980년대 이전에는 대부분 기둥식 구조로 지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시공의 편의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벽식구조를 채택했다”며 “기둥식구조는 벽식구조보다 공사기간이 오래 걸리고, 기둥을 넣으면 보를 대야 하기 때문에 3.3㎡(1평)당 공사비가 20만원가량 더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요즘 아파트보다 오랜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이 덜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은 시공사가 적은 돈으로 면적 대비 공간활용도가 높은 건물을 짓고, 투자자들은 이윤이 많이 남는 벽식구조에 동조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불거졌단 거다. 이런데도 층간소음 문제를 입주자들끼리 해결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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