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1] 노인 고용률•빈곤율 모두 높은 이유

▲ 한국 노인의 고용률은 세계 최고지만 일자리의 질은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사진=뉴시스)
[CBSi The Scoop 김정덕 기자] 한국의 노인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통계만 보면 한국은 ‘노인의 천국’이다. 하지만 여기엔 무서운 함정이 숨어 있다. 노인의 고용률만큼 빈곤율도 높아서다. 왜일까. The Scoop가 ‘고용률의 함정’을 파고들었다.

“한국의 65~69세의 고용률은 41. 0%(2011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다.” 올 1월 발표된 OECD의 통계다. 한국의 노인 고용률은 OECD 평균(18.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그로부터 한달 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또 다른 OECD의 통계를 발표했다. 한국의 노인(65세 이상) 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5.1%를 기록했다는 결과였다. 노인 빈곤율이 두번째 높은 아일랜드(30.6%)보다 14.5%포인트나 높았다.

일반적으로 고용률이 높으면 빈곤율은 낮다. 경제활동인구가 많을수록 경제여건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용률을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 노인층의 고용률도, 빈곤율도 높다.

첫째 이유는 노인 고용률에 허수가 있어서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에 발표한 노인실태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근로소득 비중(2010년 기준)은 제5오분위(68.7%)가 가장 높았다. 제1오분위는 14.3%에 불과했다. 소득수준이 높은 노인의 취업률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당연히 노인 고용률과 빈곤율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OECD가 발표한 한국의 노인 고용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둘째 이유는 노인의 고용률이 일자리의 ‘질’ 문제를 따지지 않아서다. 제아무리 많은 노인을 고용해도 일자리의 ‘질’이 형편없으면 빈곤율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다고 자화자찬해도 노인 빈곤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용률 허수와 질 낮은 노인 일자리

실질적인 노인 소득을 따져 보자. 석상훈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 노인의 소득분배와 빈곤의 실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층의 평균소득 수준은 전체 가구 평균소득의 66.7%(2011년 기준)에 불과했다. OECD 비교대상국 30개국 가운데 최하위인 아일랜드(65.9%)에 이어 두번째로 낮았다. 더구나 노인 일자리 창출•제공건수를 2008년과 비교하면 공익형이 2.09%, 인력파견형이 3.36% 늘었다. 빈곤 노인을 위한 일자리 중에 질이 좋은 게 거의 없다는 결과다. 이는 정부의 노인고용정책이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얘기다.

각종 통계를 종합하면 ‘한국의 노인은 생계를 위해 취업에 나서고 있다’는 기존 언론의 분석은 이렇게 바뀌어야 맞다. ‘한국의 빈곤층 노인은 생계형 취업이 쉽지 않다. 그나마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살림살이가 나이지기 힘든 질 낮은 일을 하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생계를 위해 취업을 하는 것도 빈곤층 노인들에겐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용률이라는 ‘숫자’에 집착할수록 이런 상황은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 하루빨리 정부의 노인고용정책에 메스를 대야 하는 이유다.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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