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사태 당시 증권사 리포트 분석해보니…

▲ CJ그룹의 비자금 리스크가 발생해 주가가 폭락하고 회사채 발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증권사는 CJ그룹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만 쏟아냈다.
[CBSi The Scoop 강서구 기자] CJ그룹의 오너리스크가 발생했다.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며 투자를 부추겼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5월 20~7월 17일 투자자에게 전달된 CJ그룹과 계열사 보고서는 총 93건이었다. 그중 90건이 매수의견이었다.

5월 20일 13만7000원, 22일 12만25000원. CJ그룹 주가가 단 이틀 만에 10.6% 떨어졌다. 5월 21일 전격 실시된 검찰의 압수수색 때문이었다. CJ그룹만이 아니었다. CJ오쇼핑•CJ제일제당•CJ프레시웨이•CJ헬로비전•CJ CGV•CJ E&M 등 CJ그룹 계열사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검찰수사의 영향은 갈수록 확산됐다. CJ그룹의 주가는 이재현 회장이 검찰소환 조사를 받은 6월 25일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CJ그룹의 25일 주가는 10만8500원을 기록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5월 21일 보다 21.97%(2만9000원) 하락했다.

주가는 단기충격을 벗어나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CJ그룹주株의 지금 모습이 그렇다. 검찰이 배임•탈세•횡령 등의 혐의로 이재현 회장을 구속한 7월 1일에도 주가는 이전 거래일보다 3.08%가 오르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CJ그룹 계열사의 주가도 이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6월 25일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띠기 시작했다. CJ그룹의 24일 현재 주가는 11만9000원이다. 오너리스크가 발생한지 두달이 넘게 지났지만 CJ의 주가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6월 초 CJ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 계획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발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회사채는 기업의 수익성과 상환 능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오너리스크가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CJ의 회사채는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CJ 계열사가 회사채 발행에 줄줄이 실패해서다.

 
첫번째로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계열사는 CJ헬로비전이다. CJ헬로비전은 6월 18일 3년물 1000억원과 5년물 500억원 등 총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가 참여한 유효 수요는 5년물 200억에 불과했다. CJ헬로비전의 신용등급이 5월초 ‘A+’에서 ‘AA-’로 상향조정 됐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CJ E&M도(AA-)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6월 28일부터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취소했다. CJ E&M은 7월 다시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CJ E&M은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수요 예측은 하지 않고 있다. 업계는 회사와 증권신고서 심사기간을 감안할 때 7월 말경에 수요예측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J 계열사 회사채 발행 실패

CJ대한통운(AA-)은 6월 우리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3년물 1000억원, 5년물 500억원, 7년물 1000억원 등 총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연기했다. 회사채 발행을 연기한 CJ대한통운은 자금 조달을 위해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조달에 나선 것이다. CJ대한통운은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6월 3500억원의 단기 CP를 발행했다. 7월 8일에는 2000억원의 3년만기 장기 CP를 발행해 단기 CP의 상환에 사용했다. 우리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아 인수했다. 회사채 발행보다 수월한 CP를 선택한 셈이다.

시장은 CJ그룹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은 다르다. “CJ그룹의 성장추세를 감안하면 지금이 저가매수의 기회”라고 평가하고 있다. CJ그룹의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 오너리스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다. 하지만 CJ의 오너리스크는 당장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CJ그룹의 비자금 사건은 CJ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투명성 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CJ그룹의 외형적인 성장에 비해 판매관리비나 영업외비용 등이 과도해 수익성 측면에서 성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며 “비자금 등이 영업외비용이나 판매관리비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CJ 주당순이익이 과거와 다른 성장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이재현 회장의 경영공백에 따른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왔다. 6월 비상경영위원회의 출범으로 그룹경영이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시각에서였다.

물론 오너리스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오너리스크가 해소되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CJ의 오너 리스크가 당장 해소될 공산은 적다. CJ는 오랫동안 ‘이재현’ 1인 체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CJ헬로비전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됐음에도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건 ‘오너리스크’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CJ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증권업체들이 오너리스크를 배제한 채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CJ그룹 비자금 사태 이후 증권사에서 발표한 리포트를 분석해 보면 낙관적인 전망이 훨씬 많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5월 20일부터 7월 17일까지 투자자에게 전달된 CJ그룹과 계열사 보고서는 총 93건이었다. 그중 90건이 매수의견이었다. 나머지 2건(CJ대한통운•CJ제일제당)은 보유, 단기매수(CJ제일제당)는 1건으로 나타났다.

93건의 보고서 중 90건 매수의견

특히 CJ대한통운은 CJ GLS와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택배 대란과 5월 택배기사 파업 사태까지 발생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10개의 보고서중 단 1개만 투자의견 ‘보유’를 제시했고 나머지 보고서는 모두 매수를 제시했다. CJ그룹에 대한 보고서 6건은 모두 매수의견을 나타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자금과 조세피난처에 대한 문제는 기업주 개인의 문제”라며 “증시에 미칠 영향은 일시적이고 기업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 투자의견을 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성론도 있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증권사의 역할은 투자자를 유치하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고객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증권사의 의무기 때문에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을 때 안 좋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sg@thescoop.co.kr | @ksg0620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