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잃은 GS, 어디에 투자할까

GS그룹이 돈은 쌓여 가는데 투자에는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ㆍ건설ㆍ유통 등 그룹 핵심 사업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투자에 과감하지 못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경영스타일도 문제로 꼽힌다. GS가 ‘성장 딜레마’에 빠졌다.

▲ GS그룹 핵심 계열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허창수(오른쪽) GS 회장이 GS글로벌 자회사 DKT 용잠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뉴시스)
7월 17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올 3분기 GS그룹 임원회의. 150여명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한자리에 모였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등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투자와 성장을 강조했다. “경쟁사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 회사(계열사)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모든 임직원이 위기의 본질을 공유해야 한다. 시장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적기에 투자해 성장 모멘텀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GS그룹은 투자할 만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 GS그룹 핵심 계열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2013년 1분기 기준)은 총 3조404억원에 달한다. 2012년 1분기(2조1652억원)에 비해 8752억원 늘었다.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핵심사업 세 부문(에너지•건설•유통)의 수익성이 나빠지거나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먼저 유통부문을 보자. 2010년 GS마트와 백화점을 매각한 GS의 유통사업은 편의점홈쇼핑이 핵심이다. 하지만 편의점홈쇼핑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해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GS리테일의 영업이익은 2011년 940억원에서 2012년 1400억원으로 1년 만에 48% 늘었는데, 앞으로 이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하려면 3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연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이 올 1분기 실적 정점을 통과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8.6%, 3분기 1.1%, 4분기 3.1%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계열사 GS건설은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이 가파르게 줄었다. GS건설의 영업이익은 2011년 4310억원에서 지난해 1603억원으로 감소했고, 올 1분기엔 53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원투수로 나선 허명수 GS건설 전 대표는 취임 4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는 허창수 회장의 친동생이다. 오너 일가가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허창수 회장의 선택은…

에너지 부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09년 GS에너지가 야심차게 인수한 쌍용(현 GS글로벌)은 4년이 흘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GS글로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업계 선두권인 대우인터내셔널(1519억원)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GS그룹의 매출 70%를 차지하는 GS칼텍스도 상황이 좋지 않다. 2011년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던 GS칼텍스는 지난해 5109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GS칼텍스의 실적악화는 GS의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 1월초 7만원대를 유지하던 GS 주가는 7월 26일 5만6200원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GS가 신성장동력을 찾아 투자할 가능성이 큰 것도 아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을 꺼리는 허창수 회장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

허 회장은 대우조선해양(2008)대한통운(2011)웅진코웨이(2012) 등 빅딜에 참여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할 돈은 있는데, 투자할 곳이 없다. GS의 아이러니컬한 현주소다.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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