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의 도전

[CBS The Scoop 김건희 기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최고 ‘수입상商’이었다. 해외 패션브랜드를 이 회사만큼 갖고 있는 곳은 국내에 없어서다. 문제는 ‘환리스크’에서 터졌다. 원ㆍ달러 환율이 출렁이면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수입상 떼기’에 착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봉엔 올 3월에 수장에 오른 최홍성 대표가 서있다.

▲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의 과제는 수입사업의 안정화, 독자 브랜드 구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전신은 신세계백화점 해외사업부다. 국내 최대 유통사인 신세계그룹에 해외 명품 브랜드를 보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992년 독일 패션브랜드 에스카다 론칭을 시작으로 해외직수입에 뛰어들었다.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돌체앤가바나를 들여오는데도 연이어 성공했다. 해외 브랜드 론칭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단숨에 최고의 ‘패션 수입상商’으로 떠올랐다.

 
직수입 브랜드만 34개 국내 독보적
2000년 들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0여개 해외 브랜드 국내 판권을 추가로 인수했다. 이 무렵, 이 회사는 국내 패션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막강한 협상력을 뽐냈다. 40개의 해외브랜드를 론칭하는 동안 경쟁사에 밀려 사업권을 빼앗긴 적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들의 협상력을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2007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미국 SPA 브랜드 갭의 남성여성키즈베이비유아액세서리 독점권을 확보했다. 갭은 단독매장은 물론 기존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 신세계가 보유한 매장에 들어갔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협상을 체결할 때까지 갭은 국내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는 뜻을 접지 않았다. 갭의 황소고집마저 꺾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협상의 대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른 사례도 많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1년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디자이너 브랜드 ‘알렉산더왕’의 국내 독점사업권을 두고 제일모직과 일전을 벌여 승리했다. 지난해 1월엔 패션기업 한섬이 론칭한 해외브랜드 ‘셀린느’ ‘지방시’를 재출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해외 패션명품은 신세계인터내셔날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만도 했다.

해외 브랜드 론칭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2005년 191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7902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기업규모가 7년 만에 4배나 성장한 셈이다. 눈부신 성장을 바탕으로 2011년 7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1996년 신세계백화점에서 별도법인으로 독립한 지 16년 만에 얻은 성과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 뒤편엔 어두운 그림자도 깔려 있다.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어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08억원으로 2011년(562억원)보다 254억원이나 줄었다. 1년 만에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이유는 간단하다.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랜드 수는 40개. 이 중 34개가 해외브랜드다. 이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같은 가격의 제품을 들여오는 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줄어든 까닭이다.

또 다른 악재도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가방 브랜드 코치가 직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코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05년부터 8년 동안 공들여 전개한 브랜드로, 연간 매출은 약 700억원에 달한다. 코치가 직진출함에 따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에 경고등이 켜질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코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첫째는 더 많은 수입브랜드의 론칭이다. 코치의 직진출이 가시화된 지난해 6월 이후 이 회사는 또 다른 수입브랜드의 인수에 힘을 쏟고 있다. 지방시(2012년 6월), 셀린느(2012년 7월)의 국내 판매권을 인수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미국 패션브랜드 더로우와 이탈리아 브랜드 에밀리오 푸치를 선보였다.

둘째 전략은 독자브랜드 론칭을 통한 국내시장 진출이다. 이를테면 사업 다각화 전략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토종 패션브랜드 톰보이(2012년 2월)와 브이엘(올 3월)을 잇따라 론칭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그룹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는 톰보이는 올 5월까지 47개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해 3월엔 색조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코스메틱’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9월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를 론칭했다. 자주는 신세계이마트가 전개했던 PB브랜드 자연주의를 리뉴얼한 것이다. 수입사업과 국내사업의 비율을 50대 50으로 맞추겠다는 게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전략인 셈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더 많은 곳에서 팔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해 6월 론칭한 편집숍 30데이즈마켓(30DaysMarket)이 국내시장 진출의 ‘전진기지’였다.

수입상 꼬리표 뗄 수 있을까

▲ 지난해 론칭한 톰보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상'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알찬 열매를 맺고 있지 못하다. 올 1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은 31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90억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부진한 수치다. 2011년 1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무려 102억원이나 줄어들었다.

편집숍 사업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신만만하게 선보인 30데이즈마켓은 올 5월 론칭 11개월 만에 철수했다. 이전에 선보인 편집숍 ‘분더숍’도 비슷한 시기에 신세계로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올 1월 최홍성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키를 잡았다. 그는 취임 한달 만에 스포츠 그룹인 아머스포츠의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 아웃도어’의 판매권을 따냈다. 아웃도어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최 대표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기 때문에 살로몬 아웃도어 전개를 추진했다”며 “2020년까지 국내 10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아웃도어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론칭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전날(1월 7일)보다 0.48% 상승했다. 시장이 먼저 새로운 성장동력의 가능성을 주목한 셈이다. 그렇다고 우려의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아웃도어 시장 역시 ‘레드오션’으로 전락하고 있어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너무 늦게 ‘아웃도어 열차’에 올라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지난해와 올해 실적은 사업 과도기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톰보이브이엘 등 자체 브랜드에 그룹 차원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최 대표의 어깨를 누를 것이다. 환율상승으로 타격을 입은 수입사업을 안정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힘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공’은 최 대표에게 넘어왔고, 그는 이미 심판대에 올라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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