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바꾼 동양매직

[CBSi The SCoop 박용선 기자] 동양그룹이 동양매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원그룹에서 KTB컨소시엄으로 변경했다. 교원과 매각 절차 종료를 선언한 지 단 2시간 만이다. 교원은 “우리와 협상에서 진정성이 없었다”며 유감을 표했고, 동양은 “유리한 조건에 따른 결정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된 걸까.

▲ 교원은 동양매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최종 계약을 한발 앞두고 인수에 실패했다.
동양그룹은 4월 생활가전 부문 계열사 동양매직을 인수합병(M& A)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다. 동양은 금융•시멘트•화력발전 3개축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있다. 생활가전 사업 확장에 나선 교원그룹이 동양매직 인수에 뛰어들었다. 동양매직은 식기세척기•가스레인지•정수기 등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6월 17일 교원은 동양매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협상이 시작됐고, 7월 9일 협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격과 고용 승계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가격이 문제로 대두됐다. 때문에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시장에 떠돌았다. 하지만 동양은 7월 11일 한국거래소의 풍문•보도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으로 ‘현재 교원그룹과 동양매직 매각을 위한 계약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교원은 안심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12일 동양은 교원과의 매각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오 교원 협상을 총괄하는 전략팀 본부장은 동양 측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매각을 종료하자.” 지금까지의 협상을 모두 없던 것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동양은 높은 가격과 거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동양 관계자는 “KTB컨소시엄에게 매각하는 게 확보할 수 있는 자금규모가 크고 거래 확실성도 높아 동양의 재무구조개선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약 2시간 뒤 동양은 우선협상대상자로 KTB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교원이 반발했다. “우리와 협상하고 있는데, 어떻게 2시간 만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있냐.” 교원은 협상에 대한 진정성이 없었던 것 아니냐며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업계는 교원의 협상 능력이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 최종 인수 계약을 맺기 전까지 계약을 파기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동양이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교원에게 동양매직을 매각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특히 동양매직은 지난해 매출 2981억원, 영업이익 183억원을 기록한 알짜회사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이 동양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에 비해 교원은 가격적인 문제에서 여유로운 상황. 교원이 가격 협상에 치우치는 게 아니라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빠르게 매각 절차를 마무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교원은 동양이 동양매직의 경영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새롭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TB컨소시엄은 연기금•보험사 등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사모펀드다. 교원이 동양매직 지분 100%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얻고자 했다면 KTB컨소시엄의 동양매직 인수 목적은 투자 개념이다. 수익률을 보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바이백 옵션까지 나오고 있다. 동양이 동양매직을 매각한 자금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추후 경영권을 되찾는다는 골자다. 동양매직 M&A 인수자와 매도자로 만난 교원과 동양. 교원이 어리숙했던 것일까, 아니면 동양이 머리를 잘 굴린 것일까.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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