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권 노리는 ‘모다아울렛’

유통업계에 다크호스가 나타났다. 이름조차 낯선 모다아울렛이 주인공이다.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이 각축전을 벌인 대구상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지역 유통채널 ‘모다아울렛’이 서울에 출사표를 던졌다. 모다아울렛의 성공 여부에 따라 유통업계의 지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과연 이 아울렛의 ‘서울 출사표’는 성공할까.

▲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유통전쟁이 벌어진 대구에서 살아남은 모다아울렛이 유통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유통업계에 빅뉴스가 터졌다. 중소규모의 아울렛이 이랜드그룹 유통계열사 이랜드리테일을 제치고 입점 계약을 따냈다는 소식이다. 주인공은 이름조차 생소한 모다아울렛이다.

유통공룡을 꺾은 모다아울렛의 근거지는 지방이다. 2002년 8월 대구 달서구 호림동에 1호점을 연 모다아울렛은 대구ㆍ경북지역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통했다. 유명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매장 10개 중 9개는 50% 이상 할인이 적용되는 유명 브랜드 이월상품을 팔았다. 당연히 실적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모다아울렛의 매출은 18억원(2002)에서 46억원(2003)으로, 영업이익은 1억원(2002)에서 6억원(2003)으로 증가했다. 개점 1년 만의 성과였다.

유통업계 다크호스 떠올라

모다아울렛이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유통전쟁이 벌어진 대구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구는 유통업체의 격전지가 됐다. 스타트는 롯데가 끊었다. 2010년 8월 대구 동구 율하동과 봉무동에 롯데 아울렛이 들어섰고, 2011년 4월 롯데몰 이시아폴리스점이 문을 열었다. 그해 8월 대구 중구 계산동에 현대백화점이, 대구 수성구 대흥동에 스타디움몰이 오픈했다. 올해도 유통업계의 대구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올 4월 신세계가 대구 부지매입을 위해 계열사인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10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대구에서 아울렛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래 전부터 대구 상권을 형성했던 아울렛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퀸스로드ㆍ더블록ㆍ올브랜ㆍ지더숍 등은 매출 타격을 입었다. 이런 대구 유통격전지에서 유일하게 버틴 것은 모다아울렛뿐이었다.

 
모다아울렛이 유통전쟁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두가지다. 입점업체에 판촉비용을 부과하지 않아서다. 모다아울렛은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홍보•마케팅 비용을 자체 예산으로 해결한다. 모다아울렛의 이런 전략은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소비자가 늘었다. 2011년 8월 오픈한 모다아울렛 대전점은 4만명이었던 소비자가 11만명으로 늘었다. 이렇게 확보한 소비자는 VIP회원으로 집중 관리된다.

모다아울렛 관계자는 “입점업체가 판촉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은 이점이 많다”며 “아울렛 역시 제품의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으니 판촉비용을 부담한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모다아울렛의 최근 3년(2010~2012)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 202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79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영업이익도 2010년 101억원에서 지난해 169억원으로 59% 증가했다. 유통전쟁이 벌어지던 와중에 수익을 올린 것이다.

대구 정통 아울렛으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한 모다아울렛은 ‘전국 진출’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2011년 4월 체결한 전국 7개 매장을 보유한 자루아울렛과의 인수ㆍ합병(M&A)이 신호탄이었다. 현재 4개 점포(대구ㆍ곤지암ㆍ대전ㆍ천안아산)를 운영하고 있는 모다아울렛은 내년 상반기까지 진주점ㆍ유성점 등 7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모다아울렛은 온라인 유통채널도 확보했다. 지난해 4월 패션전문 사이트 패션플러스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패션플러스는 국내외 브랜드 1500여개와 7개 패션전문 쇼핑몰이 입점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4만6200㎡(약 1400평) 규모의 자체 물류센터와 콜센터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모다아울렛은 온ㆍ오프라인 유통을 보유하게 됐다.

모다아울렛의 세력 확장은 최근 서울 상권 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적극적인 M&A를 통해서다. 모다아울렛은 올 4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쇼핑몰 바우하우스 인수전에 참여했다. 비록 인수는 불발됐지만 서울 상권 진출을 위한 루트를 마련하는 성과를 얻었다.

▲ 모다아울렛의 관건은 서울 상권에서 자체적으로 판촉비용을 부담해 제품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다.
체계적인 서울 상권 진출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점포별 점장 중심에서 본부장 체제로 조직을 바꾼 것이다. 1본부는 대구ㆍ양산ㆍ경주를 관할하고, 2본부는 대전ㆍ천안ㆍ곤지암ㆍ진주점을 관장한다. 앞으로 1본부는 경상권ㆍ강원권ㆍ경기권을 담당하고, 2본부는 수도권ㆍ충청권ㆍ전라권의 기존 점포와 신규 점포를 관리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모다아울렛의 서울 진출 프로젝트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재무구조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2010년 3월 모다아울렛의 경영권은 자금력이 막강한 KIG홀딩스로 넘어갔다. KIG홀딩스는 미국 화학회사인 에어프로덕트매뉴팩처링이 1999년 설립했다. 한국산업가스의 주식 51%를 취득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됐다. 사업영역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순수지주회사다.

KIG홀딩스의 모다아울렛 인수는 대구에 연고를 둔 권오일 KIG홀딩스 회장이 패션과 유통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이 많다. 모다아울렛을 인수하기 전에 KIG홀딩스는 이너웨어 홈쇼핑 최대기업인 코웰패션과 여성브랜드 겟유스드코리아를 사들였다. 유통사업을 사업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투자회사를 모회사로 둔 모다아울렛은 대구에서 쌓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울 상권 진출을 앞두고 있다. 유통업계가 모다아울렛을 주시하는 이유다.

물론 모다아울렛의 한계론도 나온다. 사업 동력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인수한 패션플러스가 적자를 내고 있어 모다아울렛이 사업 동력을 얻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패션플러스는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12억원, 2011년 25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존 대형 유통업체가 잠식한 시장을 모다아울렛이 뚫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설사 시장 진입에 성공했더라도 버티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 주요 상권을 경쟁 유통업체가 장악한 상태에서 모다아울렛이 채널을 확보하는 건 한계가 있어서다.

 
‘서울 프로젝트’ 성공할까

모다아울렛이 자체적으로 판촉비용을 부담해 제품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서울 주요 상권을 경쟁 유통업체가 장악한 상태에서 고객을 확보하려면 홍보와 마케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입점업체가 판촉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저렴한 가격과 제품력으로 소비자를 유인한다는 모다아울렛의 전략은 물거품이 된다.

관건은 모다아울렛의 색깔을 서울 상권에서 어떻게 풀어내느냐다. 결과에 따라 유통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고급 브랜드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아울렛의 목적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경쟁업체가 선점한 상권이라도 소비자는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모다아울렛의 도전이 공염불에 그친다면 유통업계 다크호스는 그대로 묻히게 될 것이다. 유통업계가 모다아울렛의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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