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복의 역사마케팅

119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역사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 브랜드가 최근 매장에 ‘과거’를 풀어놨다. 10~20대 젊은 소비자에게 리복이 1세기 넘게 쌓아온 제품력과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른바 역사마케팅, 매장 이름은 ‘리복 클래식’이다.

▲ 리복의 과제는 잦은 로고 변경으로 흔들린 브랜드 정체성을 되찾고 시장의 인지도를 회복하는 것이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특화 매장이 들어섰다. 올 7월 5일 문을 연 ‘리복 클래식 매장’이다. 리복 클래식 매장은 패션성을 강조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주를 이룬다. 일상생활에서도 워킹화를 신고 레깅스를 즐겨 입는 10~20대 젊은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리복 클래식 매장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두가지다. ‘아시아 최초 클래식 단독 매장’이기 때문이다. 리복 브랜드의 오랜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매장 한편에 마련된 ‘히스토리 월’은 리복의 대표적인 제품을 연대순으로 진열했다. 다른 리복 매장에는 없는 특징이다.

리복이 젊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은 매장에 뜬금없이 ‘역사’를 펼쳐놓은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리복 클래식 매장 오픈식에 참석한 지온 암스트롱 아디다스코리아 대표는 “100년 전통을 갖고 있는 리복의 역사를 기념할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리복은 1895년 영국에서 탄생한 스포츠 브랜드다. 119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세계 스포츠 브랜드 중 가장 오래됐다. 경쟁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역사는 각각 50년ㆍ90년이다. 역사만 본다면 경쟁상대가 없는 셈이다.

 
스포츠 시장을 1세기 넘게 지켜오던 리복이 변화의 길목에 선 것은 2005년.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리복을 인수하면서다. 인수 당시 리복의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브랜드의 명성이 바닥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리복은 브랜드와 무명 브랜드 사이에 놓였다”는 혹평까지 들을 정도였다. 많은 원인이 있었지만 브랜드 로고로 자주 바꾼 게 치명타였다. 리복은 2000~2013년 4회에 걸쳐 로고와 슬로건을 변경했다. 일례로 2005년 ‘리복’에서 ‘RBK’로 로고를 교체했고, 지난해 ‘피트니스는 스포츠다’에서 올해 ‘시작은 멈추지 않는다 LIVE WITH FIRE’으로 슬로건을 바꿨다.

로고의 잦은 교체는 브랜드 정체성을 흔들었고, 리복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통일성과 지속성”이라며 “통일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결국 리복의 과제는 인지도를 회복하는 것이었던 셈이다.

리복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모델로 기용하는 파격 마케팅도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은 소비자의 인지도를 끌어올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잡아주지 못했다.

고심 끝에 리복이 마련한 대안이 바로 이번에 선보인 리복 클래식 매장의 ‘히스토리 월’이다. 10~20대의 젊은층에게 리복이 오랫동안 제품력과 기술력을 쌓아온 브랜드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스포츠 아이템이 일상화된 이들에게 오래전부터 리복이 함께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리복코리아 관계자는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제자리를 되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지금 리복에게 필요한 것은 본연의 뿌리를 되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복 클래식 매장은 리복에게 커다란 기회일 수 있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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