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는 미시간州 청년들

미국 미시간주州에 거주하는 한 미국인은 이렇게 토로했다. “디트로이트시市의 파산은 서울이 무너진 것과 마찬가지다. 디트로이트시의 몰락과 함께 내 꿈도 희미해지고 있다.” 디트로이트시 파산은 빙산의 일각이다. 디트로이트와 같은 어려운 시가 5개나 있는 미시간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미시간주 실업난이 심각하다. 미시간의 젊은이들이 한국 전화영어 강사로 나서는 이유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났다. 우리는 충격에 빠졌다.” 디트로이트시市의 파산을 두고 미국의 한 경제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오래 전부터 어려움을 겪어온 디트로이트시가 7월 18일 결국 파산했다. 시가 갚지 못한 빚은 서울시 한해 예산과 맞먹는 180억 달러(약 20조26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은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미시간주州의 충격이 크다. 디트로이트시는 미시간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 과거 미시간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시의 몰락은 예견돼 있었다. 이 지역의 자동차 산업이 몰락하면서부터다. 과거 디트로이트시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 업체의 본사가 위치해 미국 ‘제조업의 심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강성노조가 몰락을 부채질했다. GM노사는 1950년 ‘디트로이트 협약’을 맺었는데, 이런 조항이 들어 있었다.

“근로자들이 퇴직을 하더라도 연금과 건강보험료를 회사가 대신 내야 한다.” GM은 이 조항에 따라 1993년부터 파산 직전인 2008년까지 15년 동안 퇴직자 연금과 건강보험료로 1030억 달러(약 115조원)를 지급했다. 강성노조와 함께 몰락하기 시작한 GM은 2009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크라이슬러는 해외로 매각됐다. 이들의 몰락과 함께 디트로이트시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문제는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이 끝이 아니라는 거다. 미시간주 전체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금융전문가 메리디스 휘트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시간주에 디트로이트시와 같은 도시가 5개 더 있다”며 “이들은 디트로이트시와 마찬가지로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미시간주의 실업난과 무관치 않다.

재택근무 나선 미시간 청년들

 
한국에 영어강사로 있다가 5개월 전 미시간주의 ‘랜싱’으로 돌아간 닐(30)은 “미시간에서 구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공장일이나 서비스 관련 직종밖에 없다”며 “디트로이트 지역과 별다를 게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일같이 도서관에 앉아 잡서칭(job searching)만 하고 있다”며 “한국으로 다시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유명 전화영어업체들이 미시간주에 직접 센터를 두거나 파트너 계약을 맺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는 미시간주의 거주민들이 자택 근무 형식으로 한국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미시간주립대 영어학과를 졸업했다는 베티는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한국 유명 전화영어업체에서 재택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다”며 “한시간에 10달러 정도밖에 벌지 못하지만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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