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2] 중국 나비효과에 휘청이는 3국

▲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었다. 원자재를 수출해 경제를 유지하던 국가들에겐 큰 시련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에 원자재를 수출해 경제 발전을 누리던 국가들의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수요 감소로 원자재 가격마저 떨어져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돼 호주•브라질•러시아의 경제를 휩쓸고 있다.

호주 경제는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순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다. 호주 경제가 세계 금융 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광산산업으로 대표되는 원자재 산업의 호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호주의 경제를 떠받쳐오던 원자재 산업이 부진을 겪고 있다. 호주가 경기침체의 위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주의 광산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1%에서 지난해 6.6%로 증가했다. 광산업이 호주 경제 성장을 견인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중국과 인도의 광물 소비에 기초한 경기부양정책과 이에 따른 광물소비 증가의 결과였다. 호주는 이 두나라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다른 원자재 국가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철광ㆍ석탄ㆍ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자원을 공급했다.

호주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의 축이 내수소비 활성화로 옮겨가고 있다. 또한 중국은 화력발전의 낮은 성장(0.6%)에 대비해 수력•풍력•원자력 발전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중국의 광물 수입량이 감소해 호주의 대표 원자재인 석탄과 철광석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광산업 부진의 이유는 호주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모트레이크 발전소, 빅토리아 담수화 프로젝트, 철도투자와 같은 광산투자에 기반을 둔 대형 프로젝트들이 수년 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호주는 원자재의 내부 소비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2015~2016년 사이 새로운 사회기반투자 사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내외부적 요인으로 경제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원자재 시장의 부진은 원자재 수출이 주요 산업 기반이었던 호주 서부 지역의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호주 굴지의 기업들은 최근 경영악화를 이유로 매각과 감원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55년간 호주 빅토리아주州 정재유 사용량의 50%를 공급하던 로열 더치 셀(Royal Dutch Shell)의 원유정재소가 매물로 나왔다.
 
호주의 대표적인 소매점 유통 채널인 타깃(Target)은 질롱(Geelong) 본사 직원 260명을 해고 했다. 질롱에서 53년간 제조공장을 운영한 포드자동차 역시 2016년 10월 공장 가동 중단과 12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원자재 수출 감소와 기업 경영악화의 영향으로 실업률은 치솟고 있다. 호주의 7월 실업률은 5.7%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구인광고물량은 4개월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풀타임 고용은 줄어들고 파트타임 고용이 증가하고 있어 고용불안전성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호주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20%이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호주 경제가 침체기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의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광산산업 부진에 국가 경제 휘청

 
호주 정부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2011년 이후 7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20개월간 2%의 금리인하를 단행해 5월에는 사상 최저치인 2.75%까지 인하했다. 이러한 결정은 제조업과 수출업체에 부담이 된 호주 달러의 강세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균형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8월경 추가 금리인하를 비롯해 향후 1년 동안 2~3회의 금리 인하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곧 다가올 총선은 호주 경제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집권 여당인 노동당과 야당이 경제ㆍ외교 정책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총선 결과에 따라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호주의 기업은 주요 결정을 미루고 다가올 총선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주 경제는 내외부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브라질은 중국 원자재 수입 비중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 경제는 올해 들어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경기 저하 국면에 접어들었다. 치솟는 물가ㆍ경상수지 적자ㆍ재정지출 축소ㆍ신용대출 제한 등 내수 환경이 좋지 않다. 게다가 유럽ㆍ미국ㆍ중국 등의 경기 둔화로 대외환경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브라질의 경제가 안정과 성장을 유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호의적인 대외 환경이었다. 수출의 대부분이 원자재가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에게 대외 환경이 좋은 것만큼의 호재는 없었다. 지난 10년간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도 국제시장의 원자재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 때문이었다. 브라질은 국내외 투자도 원자재 생산과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을 추진했다.

브라질은 국제시장의 가격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유럽ㆍ미국ㆍ일본 이외의 다른 시장으로 수출 다변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구애를 보낸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원자재 시장 수요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가장 좋은 고객이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때 생산재가 투입되는 만큼 경제가 성장했다. 이에 따라 전체 GDP와 1인당 소득도 증가했다. 소득증가의 영향으로 소비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전세계 어떤 나라도 중국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원자재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지닌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곧 자국의 경제발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브라질 수출의 대부분 차지하는 원자재

 
중국은 미국이 중동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원자재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관계 확대에 노력한 이유다. 브라질의 수출 다변화와 ‘더 큰 브라질’을 지향하는 목표는 중국의 전략적 가치와 잘 맞아떨어졌고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는 2005년을 전후로 무역과 투자 부분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는 2009년 최고점을 찍었다. 미국발 금융 위기를 보내던 때 브라질의 전체적인 수출은 2008년 대비 23% 감소했지만 중국 수출은 오히려 27% 증가했다. 그 결과 중국은 브라질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브라질의 수출품은 농산품ㆍ광물ㆍ연료 등의 원자재다. 2009년 양국은 석유차관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국가개발은행이 브라질 석유공사에 기술을 제공하고 설비와 생산량 제고를 위해 100억 달러를 제공했다. 중국은 10년간 증스화(SINOPEC)에 원유를 공급받기로 했다.

2011년 브라질의 대對중국 수출은 443억 달러, 수입은 327억 달러로 교역규모가 771억 달러까지 증가했으며 무역수지가 115억 달러를 기록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수출 412억 달러, 수입 342억 달러, 교역량 754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2.3% 감소했다.

무역규모가 감소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69억 달러로 절반에 가깝게 줄었다는 것이다. 올해 3월까지도 수출이 77억 달러, 수입이 88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약 1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의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철광석 수출은 2011년 197억 달러에서 2012년 149억 달러로 감소했고 망간과 구리 등의 광물 자원도 37억 달러에서 27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HSBC가 발표한 중국의 제조업 지수는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인 47.7이다. 중국 제조업 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당분간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출의 대부분을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고, 원자재 수출의 상당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는 브라질은 힘든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투자 확대를 통한 내수 안정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브라질 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뒤바뀐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 관계

 
지난 20년 동안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가운데 양국의 무역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 러시아는 중국에 기술을 공급하는 주요 국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으로부터 기술제품을 수입하고 러시아는 석유ㆍ원목ㆍ광석ㆍ수산물 등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석유와 광물 자원이 대對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6%와 6%에 달한다. 러시아 무역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 역시 증가해 중국이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러시아는 2005년부터 원자재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원자재 수출 자체가 특별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ㆍ독일ㆍ미국 등 선진국의 초기 산업 발전도 원자재 수출이 기반을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우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우선 원자재 수출 증가가 산업제품 생산에 피해를 주고 있고 수출 품목의 종류 또한 줄어들고 있다. 수출 품목 다양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러시아 수출 분야의 균형 확보가 크게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러시아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의 국제 가격 변동성이 커 공급 전반의 안정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수요가 원자재 가격 형성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1~4월에 러시아의 대對중국 수출은 약 16% 정도 감소했지만 수입은 약 17%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러ㆍ중 무역에서 러시아는 적자를 봤다. 올해 들어 흑자로 전환되긴 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다. 국가 재정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수입 감소의 영향으로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할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또한 장기적인 전망에서 지속적인 수출 감소는 러시아 국민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돼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 대한 원자재 수출을 통해 국제수요를 가늠할 수 있다. 현재의 경향을 근거로 국제 수요와 국제 가격이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지금의 원자재 가격 하락은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고 있는 러시아에게 일종의 ‘경고음’이 될 수 있다. 또한 원자재 가격 하락은 러시아와 가스 가격 협상을 하고 있는 중국측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 중국의 원자재 수요 감소는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원자재 장기 호황의 끝이 보이고 있다.
동시베리아-태평양 프로젝트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은 장기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공급 가격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원자재 수요 감소가 중국이 러시아에 압력을 행사하는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수출의 일부를 내수로 돌려 내적 성장 요인을 만들어야 하고 다른 잠재적 파트너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경제가 활성화되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현재의 러시아 수출 감소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의 양국 정부가 전략적 특성을 고려해 현재 9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을 2015년 1000억 달러, 2020년까지 2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성수 호주 멜버른 무역관장
김영철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장
이리나 코르군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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