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은퇴준비법

은퇴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사회초년기에는 장기투자가 가능해 목돈을 모을 수 있다. 문제는 중장년층이 될 때까지 은퇴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은퇴시기가 다가올수록 조급해진다. 그렇다고 은퇴준비 시기를 놓쳤다고 낙담하면 안 된다. 연령별 상황에 맞게 대비책을 잘 세우면 훌륭한 ‘인생 2모작’을 즐길 수 있다.

▲ 은퇴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연령별 상황에 맞게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취업관문. 큰 산을 넘은 사회초년생에게 은퇴는 먼 미래의 일이다.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이들에게 은퇴준비를 시작하라고 조언하면 십중팔구 당황한다. 아득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준비가 덩달아 빨라졌다. 일찍 준비해야 훗날 고생하지 않는 얘기다. 수명 100세 시대가 누군가에게는 ‘축복’일 수 있지만 ‘재앙’일 수도 있다. 과장이 아니다. 준비를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생이 달라지는 것이다. 은퇴준비는 현실이다.

막막한 은퇴준비, 첫걸음이 중요

은퇴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건 알겠는데 막상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현재 20대 청년이라면 앞으로 30년간, 40대라면 10년 동안 일할 수 있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급격하게 돌아가는 경제상황이다. 갑부가 아니고서는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올리는 건 한계가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저성장ㆍ저금리 시대에 들어섰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는 우리 삶에 상당 부분 침투했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효율적으로 준비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는 대비다. 사람마다 연령에 따라 삶의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연령별 효율적인 은퇴준비를 알아보자.

 
은퇴준비 시작기 27세

성인나이 27세가 되면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사회초년기다. 사회초년생은 월급 대부분을 본인에게 쏟아 붓는다. 옷ㆍ구두ㆍ가방 등 사회활동을 위한 기본물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마음껏 누리지 못한 여가ㆍ연애활동에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초년기는 은퇴준비를 시작하는 데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어느 시기보다 장기투자가 가능해서다. 그래서 중간에 해지할 수 없는 투자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해지가 어렵고, 만약 해지하면 불이익을 받는 강제저축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이런 유형에 속하는 대표상품이 퇴직연금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퇴직연금에 자동가입한다. 그런데 자동 가입이 때론 덫이 된다. 많은 사람이 퇴직연금의 특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본인이 가입하는 퇴직연금의 성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회사의 퇴직연금제도가 확정기여형(DC)이라면 본인이 결정한 투자상품 운용성과에 책임져야 한다. 자신의 투자성향과 투자기간 등을 고려해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입사와 동시에 자동 가입하는 또 다른 노후준비연금은 국민연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노후생활을 여유롭게 즐기기엔 부족하다. 개인연금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개인연금은 알짜배기 같은 상품이다. 작은 금액으로 연금을 들 수 있어서다. 금액이 적다고 해서 혜택이 작은 것도 아니다. 운용기간이 길어지면 복리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득공제로 큰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가능하다. 공제효과는 연말정산시 생각지도 못한 13월의 월급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재형저축도 주목할 상품이다. 재형저축은 사회초년기에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금융상품으로 통한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 또는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만 가입할 수 있다. 이자•배당소득세(14 %)가 면제되는 혜택이 있다. 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상품이다. 의무가입기간이 7년(3년 이내 범위에서 1회 연장 가능)인 것도 특징이다. 중장기 관점에서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잘만 활용하면 퇴직준비에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특히 목돈이 들어가는 결혼비용ㆍ주택마련ㆍ양육비용 등으로 활용할 때 유용하다.

▲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퇴직연령은 55세다. 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공백기를 잘 메워야 한다.
자녀양육기 45세

자녀양육기에 해당하는 성인나이 45세는 가계지출 대부분이 대출금 반환과 자녀양육비로 나간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금과 이자 납부로 목돈이 들어간다.

문제는 자녀의 사교육비다. 목돈으로 사교육비가 들어가는 시점은 자녀가 고등학교ㆍ대학교 재학 때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학원ㆍ과외ㆍ인터넷강의 비용이 가파르게 늘어난다. 대학에 입학해도 문제는 남는다. 학기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대학등록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40대 이후엔 사교육비가 관건

이런 이유로 자녀양육기는 사회초년기보다 월급은 많아졌지만 씀씀이가 커져 저축과 투자를 하는 게 여의치 않다. 지출에 비해 수입이 많아진 이때부터 자녀 양육비용을 예측해 준비해야 한다. 자녀 출산이 늦은 가정은 부모의 퇴직과 자녀의 대학 입학 혹은 자녀의 결혼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자녀양육 준비는 5~10년 정도 멀리 내다보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람들은 퇴직을 하면 그동안 못했던 취미활동을 즐기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직장을 다니듯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게 어려워서다. 그래서 찾는 게 동호회다. 하지만 동호회에 막상 들어가면 눈에 보이는 실력 차이가 부담스럽다. 결국 지속적인 동호회 활동이 어렵다. 주말을 활용해 미리 취미활동을 찾고, 즐기는 것 역시 은퇴를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최근 시행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도 주목할 만하다. 직장을 옮기는 경우 퇴직연금을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사실도 명심하자. 간혹 생각하지 못했던 목돈이 생기면 계획에 없던 지출을 하게 된다. 설령 그것이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금 반환일지라도 퇴직연금은 노후 생활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IRP도 퇴직연금과 마찬가지로 55세 이후엔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노후 소득원의 하나로 생각하고 퇴직연금을 관리해야 한다.

사회적 정년기 55세

사회적 정년기 55세는 수입이 많고 자녀가 성장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시기다. 은퇴가 코앞에 닥친 때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으로 인해 일말의 시간은 벌었다. 하지만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쉽사리 떠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퇴직연령은 55세다. 이때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퇴직한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기간이다. 이를 소득공백기라고 한다.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은 60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다른 소득으로 소득공백기를 메워야 하는 것이다. 이때 활용 가능한 연금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다. 55세부터 수령할 수 있는 소득공백기를 걱정 없이 보낼 수 있다. 그동안 저축한 목돈이 있다면 즉시연금이나 월지급식 펀드 등으로 활용해 소득을 창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은퇴준비하는 데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노후생활비 예상 규모다. 지출이 확인되면 수입을 가늠해야 하는데 이때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떠올린다. 국민연금은 평생 수령 가능할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분이 수령 연금에 반영된다. 가입자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돼 노후경제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국민연금을 언제 얼마나 받는지 알고 싶다면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를 확인하자. ‘내 연금 알아보기’로 내역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기타 연금도 마찬가지다. 관련 금융기관을 방문해 수령시기를 확인하고, 노후생활비 충당을 위한 연금활동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얻기가 힘들다. 늘어나는 수명으로 인해 가지고 있는 자산이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연금 수령을 연기하는 것이다. 만약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소득활동을 하고 있어 당장 연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라면 연금 수령시기를 1회에 한해 최장 5년 간 늦출 수 있다. 이런 경우 국민연금은 연기되는 기간만큼 매월 0.6%씩 가산해 나중에 돌려준다. 최대 연 7.2%의 금액을 가산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7.2%의 이자 수익은 노후 생활에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은행금리는 낮고 물가인상률은 치솟는 이런 때라면 더욱 반갑다.

건강수명 71세

인생 100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설령 모아 놓은 돈이 없더라도 건강하다면 얼마든지 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건강수명이 71세라는 점이다. 최빈사망연령이 90세인 것을 고려하면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20년 가까이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빈사망연령은 사망확률이 높은 연령을 말한다.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료비를 고려한 은퇴준비가 절실하다.
건강한 사람은 영원히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설령 언젠가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도 발생할 의료비는 고려하지 않는다. 이것 역시 착각이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의료비가 급증한다. 노후생활비를 계산할 때 의료비를 고려한 인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남성보다 약 10년을 오래 사는 여성은 자신의 생존기간을 고려하자.

 
여유자금 있다면 월지급 상품 고려

의료비를 감안해서 노후생활비를 충당하려면 보유한 부동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일정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주택 감정가보다 사용한 현금이 많더라도 차액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정액으로 받는 주택연금이 많이 알려져 있어 장수리스크ㆍ인플레이션ㆍ의료비ㆍ배우자 생존기간을 고려할 경우 매년 3% 인상률이 증가하는 증가형 주택연금이 좋은 대안이다.

은퇴 이후 집을 옮기는 경우가 있다.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이주하는 경우나 도시에서 시골로 생활공간을 옮겼다면 약간의 차액이 발생할 것이다. 이럴 때 새로 얻은 집으로 주택연금을 받고 차액을 월지급식 상품에 투자해보자.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월지급식 상품은 즉시연금과 월지급식 펀드가 있다. 즉시연금은 종신형 선택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리의 영향을 받아 지급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월지급식 펀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강상희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kobem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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