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숙박형 호텔의 미래와 과제

오피스텔이 숙박시설로 변신하고 있다. 취사와 세탁 등이 가능한 오피스텔의 장점을 살린 생활형 호텔이다. 업계에선 이를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라고 부른다. 서비스드 레지던스에 대한 오피스텔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도 있다. 허가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 오피스텔을 숙박시설로 개조한 생활숙박형 호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 브라운스위트서울>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 과잉공급 때문이다. 늘어난 물량에 비해 수요가 없으니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오피스텔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피스텔은 짭짤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을 받았다. 주택에서 충족하지 못한 투자욕구가 몰린 탓이었다.

하지만 이런 욕구가 과잉공급을 불렀고, 임대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7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오피스텔 월세가격변동률은 0.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공급증가로 인해 오피스텔 월세가격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오피스텔의 전성기는 이제 끝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오피스텔이 새로운 형태의 숙박상품으로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생활형 호텔인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다. 오피스텔의 장점을 십분 살려 객실 안에서 취사와 세탁 등이 가능하게 만든 주거형 숙박업소다.

오피스텔의 환골탈태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친숙한 개념이 아니지만 일본ㆍ유럽ㆍ싱가포르 등 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국가에선 역사가 꽤 오래됐다. 객실 내에서 취식이 가능하다 보니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이 주로 찾는다. 단기투숙도 가능하다. 최근엔 국내 이용객도 크게 늘었다.

 

숙박비는 일반호텔에 비해 저렴하다.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일일 평균숙박료는 강북지역이 주중 8만~10만원, 강남지역은 10만~12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공중위생과 관계자는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공식용어는 ‘숙박업(생활)’인데 업계에서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또는 레지던스 호텔이라는 용어로 통용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1988년 그랜드힐튼 호텔이 서울올림픽을 겨냥해 일부 객실을 아파트형으로 개조ㆍ운영한 것을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시초로 본다. 그러나 전문적인 숙박형태가 아니다 보니 공중위생관리법ㆍ건축법 등의 법적제재를 받았고 관광호텔업계의 견제도 심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피스텔 공급물량이 늘어나고 해외관광객이 늘면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38개소 6935실(2012년 기준)이다. 수익성 저하로 고민 중인 일부 건설사도 최근 오피스텔을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리모델링해 분양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ㆍ신촌ㆍ동대문ㆍ명동 등지에선 최근 서비스드 레지던스 전문 오피스텔을 건설 중인 사업장이 종종 보인다.

▲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객실 내에 취사시설과 세탁시설이 구비된 것이 특징이다.

서비스드 레지던스에 대한 오피스텔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운영형태는 다음과 같다. 오피스텔 분양이 끝나면 호텔 운영업체가 분양자의 동의를 얻어 오피스텔을 호텔객실로 활용한다. 여기서 생기는 수익을 분양자에게 되돌려 주는 개념이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오피스텔 수분양자의 임대수익률은 연 4~5%에 머무른 반면,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연 8% 안팎의 수익률을 보였다. 투자 가치가 상당한 셈이다.

무등록 업체도 많아

하지만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새로운 형태의 숙박업소 또는 투자처로 자리잡기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합법적인 사업형태로 인정받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언급했듯 공중위생관리법•건축법 등의 법적제재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오피스텔 상품을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서비스드 레지던스 합법화의 길이 열렸다.

그러나 현재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등록을 마친 업체는 서울시 중구 ‘브라운스위트서울’, 서울시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서울’ 등 극히 일부 업체뿐이다. 나머지 업체 대부분은 등록을 꺼리거나 아예 허가가 안 나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합법적인 허가를 받으려면 상업지역이나 준공업지역에서 영업을 해야 해서다. 현재 상당수 업체가 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서 영업 중이다. 레지던스 업계에서는 허가기준을 넓혀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입장에선 지역주민의 거주환경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주거지역에서 영업 중인 서비스드 레지던스 업체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 Issue in Issue | 정진 브라운스위트서울 대표 인터뷰

허가절차 복잡, 공생전략 찾아야

▲ 정진 브라운스위트서울 대표는 생활형 호텔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통합부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000만 관광객 시대를 맞아 생활형 숙박업소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정진(42) 브라운스위트서울 대표에게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다.

✚ 서비스드 레지던스 업계의 최근 경기는 어떤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 손님이 줄고 있다. 우리 호텔이 위치한 중구 중림동은 남대문•명동•경복궁 등과 가까워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눈에 띄게 일본손님이 줄었다.”

✚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과 내국인 비율은 어떻게 되나.
“50대 50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얼마 전만해도 외국인 비율이 70%를 넘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최근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 투숙객이 줄면서 비율이 낮아졌다. 대신 유럽 투숙객이 늘어나면서, 빠져나간 일본인의 비율을 메우는 모양새다.”

✚ 유럽인이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많이 찾는 이유는.
“관광목적도 있지만 국내기업과의 합작 프로젝트 같은 비즈니스 때문에 장기 체류하는 인원이 꽤 된다. 유럽인들은 주거형 호텔에 대한 친숙도가 높은 편이다. 최근엔 내국인 손님도 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법인 고객이다. 예를 들면 LG그룹 지방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기업연수나 개발프로젝트 등을 위해 서울에 장기 투숙하는 경우 우리 호텔을 찾는 것이다.”

✚ 브라운스위트서울은 공식적인 허가를 취득한 몇 안 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업체로 알고 있다. 허가 과정이 까다로운가.
“그렇다. 보건복지부에서 요구하는 허가사항이 따로 있고, 국토교통부에서 요구하는 허가사항이 따로 있다. 용도변경ㆍ소방ㆍ설비ㆍ가스 등 건축법상ㆍ보건법상 요구사항이 제각각이다. 오피스텔을 활용해 숙박사업을 하는 업체가 그런 까다로운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반해 한국관광공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육성하려 한다. 이러다보니 어느 장단에 맞춰 움직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우리 업종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통합부서가 있었음 한다.”

✚ 그렇게 어렵게 허가를 받고 영업을 하고 있는데, 경쟁업체 상당수는 무허가로 영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억울하다거나 상대적인 박탈감이 들지는 않았나.
“솔직히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의 발전을 위해선 좀 더 넓게 봐야 한다.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해외관광객 1000만 시대를 맞았다.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서비스드 레지던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경쟁업체 상당수가 엄격한 규정에 막혀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허가규정을 좀 더 융통성 있게 조절해 줬음 한다. 다 같이 공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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