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여는 窓

▲ 1980년대 일본 라멘가게는 여성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돼지 뼈의 비린내를 없애는 메뉴를 개발했다.
여성 고객은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 고객이다. 특히 여성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메뉴와 매장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시장을 지키고 발전할 수 있다. 1980년대 일본 라멘가게가 여성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변화를 모색해 거대한 라멘시장을 형성한 것처럼 말이다.

일본인의 대중음식으로 자리잡은 라멘拉麵. 100년 역사가 깃든 음식이다. 지역마다 다른 조리법과 재료로 천차만별의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주로 돼지고기로 육수를 만들고,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면을 넣어 야채와 차슈를 토핑으로 얹는다. 차슈는 돼지고기를 술이나 향신료로 버무려 간장 국물에 담가 요리한 찜구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본 라멘을 전문으로 하는 외식시장 규모는 약 792억원(2011년 기준)이다. 그런데도 국내 일본 라멘 시장은 매년 40%가량 성장한다. 그만큼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뜻인데, 그중 ‘하코야’가 가장 인기다. 이 라멘 브랜드가 차지하는 시장규모는 약 200억원에 달한다. 하코야는 어떻게 해서 인기 브랜드가 됐을까.

라멘의 변신 배울 만해

일본에서 라멘은 1980년대까지 남성이 즐겨먹는 저렴한 음식이었다. 라멘의 뜨거운 국물이 전날 밤 과음으로 속이 쓰린 남성의 해장국이었던 것이다. 저녁에는 퇴근길에 마시는 맥주 한잔과 궁합이 잘 맞는 저녁 대용이었다.

반면 여성에게 라멘은 비리고 불편한 음식이었다. 당시 일본의 라멘가게는 깨끗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특히 가게 내부가 지저분하고 비린 냄새가 진동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돼지 뼈로 육수를 우릴 때 비린내가 풍겼기 때문이었다. 여성 고객이 발길을 돌리면서 가게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라멘가게가 머리를 맞댔다. 여성 고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변화는 메뉴에서부터 시작됐다. 여성 고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돼지 뼈의 비린내를 줄이거나 없앤 메뉴가 속속 개발됐다. 당시 가와하라씨가 개발한 ‘시로마루’ 등이 돼지 뼈의 비린내를 줄인 메뉴로 호평 받았다. 가와하라씨는 일본 방송이 주최한 라멘왕 선발전에서 5차례 우승을 거둔 실력자다.

인테리어도 산뜻하게 바뀌었다. 여성스러운 차림의 여성 고객이 방문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색깔이 화사해지고, 인테리어가 깔끔해졌다. 일본 라멘가게가 전통을 강조한다며 변화를 등지는 관습에서 벗어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오늘날 국내 라멘 브랜드가 1980년대 일본 라멘 전문점이 겪었던 변화의 기로에 섰다는 것이다. 국내 라멘가게는 끊임없이 두가지만 말한다. ‘일본 전통 방식 그대로’ 혹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올 봄 서울 압구정의 한 라멘집에서 맡았던 짭조름한 비린내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성 입맛 사로잡을 메뉴 개발해야

 
인기메뉴인 돈사골 라멘을 주문한 여성 고객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라멘에 떠 있는 기름기와 비린 냄새는 거슬리는데, 음식점은 일본 전통 방식을 따랐다고 한다. 결국 참고 먹는다. 이는 일본 전통 방식을 따랐고,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으니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성 고객은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 고객이다. 특히 여성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메뉴와 매장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시장을 지키고 발전할 수 있다. 1980년대 일본 라멘가게가 여성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변화를 모색해 거대한 라멘시장을 형성한 것처럼 말이다.
문민용 LF FOOD 대표 | mikemun@lf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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