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산업 ‘부활 시동’ 걸렸나

▲ 태양광발전 사업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소재 생산업체는 여전히 힘들다. 소재 생산업계의 변화가 필요하다.(사진=뉴시스)
태양광 관련주가 다시 꿈틀댄다. OCI를 비롯한 태양광 업체의 주가가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침체됐던 태양광 산업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많다. 해는 아직 실적을 품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태양광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과연 다시 살아나고 있는 걸까. 전문가 의견은 ‘반등이 시작됐다’‘아직 때가 아니다’로 엇갈린다. 사실 태양광산업의 이슈는 부활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발전 산업은 장기적으로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것에서 친환경 쪽으로 이동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그중 태양광이 가장 산업화한 분야다. 이 때문에 태양광산업의 부활은 어찌 보면 예정된 것이다.

실제로 긍정적인 상황은 많이 연출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소재 공급량이 조절되고 있고, 발전 설비가 증가하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유럽 태양광발전 산업협회(EPIA)에 따르면 전세계 태양광발전 설비 증설량은 2004년 처음 GW대로 진입한 이후, 2012년 31.1GW까지 증가했다.

특히 중국은 2011년 2.5GW를 설치한 이래 지난해에는 5GW, 올해는 10GW 설치계획을 발표해 매년 2배씩 설치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 태양광 소재 생산업체들의 과잉공급으로 시작된 태양광산업 불황이 재고 소진으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EPIA는 태양광발전 지원정책이 유지될 경우 2012년 31GW였던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2017년까지 48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한 유럽의 반덤핑관세 조치에도 모듈 가격이 오르지 않은 건 일본과 중국 쪽으로 발전 설비 설치량이 늘어서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유럽의 중국 압박이 유지되고, 태양광업계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수급상황이 더 개선되면 모듈 가격도 조금씩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주 연구원은 “중국이 지원해온 자국의 태양광업계를 이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2015년 이후 한번은 중국에도 태양광발전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두면 수급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중국의 선텍이 파산하는 등 중국 태양광 소재 생산업계가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도 긍정적이다. 비록 OCI는 선텍 파산으로 대규모 계약이 해지돼 손해를 입었지만 업계에선 선텍의 파산을 업황 개선의 청신호로 받아들였다.

내림세만 계속되던 태양광 소재의 평균가격도 소폭 올랐다. 태양광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2월 ㎏당 15.5달러였던 폴리실리콘은 2013년 3월 18.6달러로 올랐다. 같은 기간 웨이퍼는 장당 0.81달러에서 0.86달러로, 셀은 W당 0.34달러에서 0.48달러로, 모듈은 0.66달러에서 0.67달러로 올랐다.

하지만 부정적인 상황도 많다. 무엇보다 저수익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유럽은 재정 위기로 태양광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중단했고, 중국도 무리한 투자로 인해 기업들이 부실화되면서 지원을 줄였다. 정부 정책을 통해 태양광 시장이 쑥쑥 성장하던 시기가 끝났다는 거다. 

긍정적이지만 악재 여전

태양광 소재에 대한 가격 경쟁만 부각되면서 발전효율을 높이는 기술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것도 부정적인 면이다. 사실 발전효율은 태양광산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다. 발전효율을 높이면 원전이나 화력발전과 자연스럽게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얼마에 태양광발전을 지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면서 기술 혁신은 크게 이뤄지지 못했다.

 
양성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양광발전의 효율성은 50년간 5.4%에서 약 20%로 겨우 4배 증가했을 뿐”이라며 “반도체나 LCD에 비하면 태양광산업의 기술 발전 속도는 너무 느린 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더딘 기술 혁신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발전효율을 끌어올려 가격을 낮출 만한 기술이 개발되지 않다보니 태양광 소재산업이 저수익 구조에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가격이 높은 태양광발전을 굳이 택할 수요자는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태양광산업의 부활을 앞당기기는 어렵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인 발전효율을 높이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태양광 소재 생산업체들도 성장을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브랜드 키우기’와 ‘사업 다각화’다. 양성진 연구원은 “발전효율 제고를 통해 소재의 가격상승을 도모하지 못하는 이상 모듈의 성능을 장기간 보장하는 등 발전업자들로부터 신뢰감을 형성하는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태양광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한화의 경우 독일의 큐셀을 인수한 이후, 큐셀이라는 브랜드를 버리지 않은 것은 브랜드가 주는 신뢰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가치 발굴해야

실제로 한화는 큐셀이라는 브랜드를 이용해 최근 일본 내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 시설을 옥외광고판으로 이용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한병화 연구원은 “저수익이라 하더라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면 꾸준한 수익은 낼 수 있지만, 태양광 소재를 이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솔라시티의 경우 개인 사유지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대여ㆍ설치해 주고, 생산된 전기 일부를 소유주에게 싸게 파는 윈윈 수익모델을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손영주 연구원도 “폴리실리콘이나 셀 등 소재만 가지고는 수익성을 높일 수 없다”며 “정부 지원정책이 유지되는 동안 최대한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태양광발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의 사업 확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침체기를 딛고 태양광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막연히 정부 지원에 의지하던 이전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태양광산업을 지원하던 각국의 정부는 지쳤고, 획기적 호황도 없다. 발전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충실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등의 노력이 따라오지 않으면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또다시 침체기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침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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