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4대 천왕의 과제

▲ 금융권 4대 천왕이라 불리던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났다

신新4대 천왕 시대가 왔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임영록 KB금융지주,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주인공들이다. 첫인상은 상큼하지 않다. 구舊4대 천왕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금융지주회사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금융지주회사 4대 천왕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4월 30일 어윤대 전 KB금융그룹회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하면서다. 금융지주회사 4대 천왕은 이명박(MB)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무기로 권력을 누렸던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4명의 금융지주사 회장을 뜻한다.

이들은 모두 MB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자리에 오른 인물들이다. 강만수 전 회장은 ‘747정책’을 고안했고 MB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측근이다. 어윤대ㆍ이팔성ㆍ김승유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가까운 사이였다.

4대 천왕이 물러나고 새로운 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했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임영록 KB금융지주,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이다. 이제 관심은 새롭게 등장한 4명의 금융지주회사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MB 4대 천왕 막 내려

이순우 회장은 새로운 금융지주회장 중 유일하게 내부에서 기용됐다. 37년간 우리은행에서 일하며 은행원에서 금융지주회장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 됐다. 이 회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이다. 이 회장은 오랜 실무 경험이 있고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 민영화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조직혁신ㆍ경영효율화ㆍ민영화 달성을 우선 목표로 세웠다. 지주사에 집중된 권한을 줄이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이 구축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지주사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최소화해 계열사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겠다”며 “지주사와 본부 조직은 축소해 소주정예의 작지만 강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5본부 17개 부서에서 5개 본부를 폐지했다. 17개의 부서는 9개로 축소했고 지주회사 인원도 170명에서 90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회장의 경영혁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9곳의 CEO 자리가 공백 상태를 맞고 있다. 후보를 내정했지만 정부의 인사 검증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최근 청와대 비서진 교체의 영향으로 인사는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CEO가 공백 상태인 계열사는 우리카드ㆍ우리PEㆍ우리F&Iㆍ우리아비바생명ㆍ우리자산운용ㆍ광주은행ㆍ금호종금ㆍ우리금융연구소ㆍ우리FIS 등 9곳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조직혁신과 경영효율화 작업, 사업추진 계획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모피아’ 출신 인사로 비판을 받은 임영록 KB금융지주,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이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둘의 행보를 나눈 것은 노조와의 관계다.
 
6월 11일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임종룡 회장은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 임 회장은 내정된 뒤 제일 먼저 농협중앙회 노조를 찾았다. 노조위원장과 노조 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자 노력한 것이다. 임 회장의 노림수는 통했다. 관료 출신(기혹재정부 제1차관) 회장이라는 비판에도 노조는 임 회장의 회장 취임에 큰 반대를 하지 않았다. 노조 측은 임 회장에게 현장 소통을 요청했다. 임 회장은 이를 수용해 현장 소통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임 회장의 소통에 대한 의지는 취임사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농협금융이 시장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구성원간의 두터운 신뢰가 선행해야 한다”며 “현장직원은 물론, 노동조합과도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 신뢰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영업점 방문을 통해 본격적인 현장경영에 나섰다. 현장 방문을 통해 얻은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임 회장의 소통 노력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얻고 있다. 하지만 금융업계의 실무 경험이 없다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경험이 경영 전문성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수익 개선을 위해서는 사업의 다각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월 5일 임 회장이 금융지주회장에 내정되자 국민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금융당국이 민간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조의 반발은 임 회장의 출근 저지 시위로 이어졌다. 이후 임 회장과 노조의 대화로 갈등이 해결되는 듯 했다.

지주회사 수익성 악화에 구조개혁 바람


임 회장은 은행 경영의 자율성 확보와 은행 인사에서 능력위주의 내부 인사를 우선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조는 출근 정지 시위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건호 국민은행 부은행장이 신임 은행장에 내정되면서 노조는 다시 반발했다. 노조는 임 회장이 약속을 어기고 외부출신 인사를 행장에 선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간 이어진 이 은행장의 출근 저지 시위는 ‘노사공동 협약식’을 계기로 중단됐다. 이 행장은 공동협약서를 통해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공동협약서에는 직원 고용안정 보장ㆍ인위적 구조조정 금지ㆍ공정하고 균형 있는 인사 실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원활한 경영 전략 시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낙하산 인사’의 비난을 받았다. 홍 회장이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지난 4월 금융노조와 경제정의 실천 시민연합은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금산분리를 비판했고 금융기관 운영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에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도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에 취임했다가 인수위원 겸직 논란으로 사외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경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일관성과 소신도 없으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입장과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인사가 정부 금융정책 추진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 100일을 맞은 홍 회장은 조금씩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정책금융 개편안이 확정됐다. 정책금융기관이 산업은행에 통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회사를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4대 천왕이 등장했다. 금융지주회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회사별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금융지주회사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며 “새로 취임한 금융지주 회장들이 수익성 개선보다는 몸집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제와 금융 여건이 불투명한 시기에 공격적인 전략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수성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 @ksg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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