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잡는 소액결제 바람

카드 소액결제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가 전체의 40%에 육박할 정도다. 신용 또는 체크카드를 활용한 소비가 대세라는 이야기인데, 카드업계는 달갑지 않은 눈치다. 소액결제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지난 6월 한달간 승인된 카드결제(신용, 체크카드) 중 결제액이 1만원 이하인 거래가 전체 40%에 육박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직장인 이민경(31)씨는 외출할 때 지갑을 소지하지 않은 지 오래다. 교통카드 기능을 갖춘 신용카드 한장만 주머니에 넣고 외출하면 모든 거래가 가능해서다.

 
1만원 이하의 거래는 가급적 현금으로 결제하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1000~2000원의 소액도 카드로 결제한다. 편의점에서 껌 한통을 사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 현금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 그래서 일상 생활에서 현금거래를 하는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씨뿐이 아니다. 소액 현금결제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6월 한달간 승인된 카드결제(신용·체크카드) 9억400만건 중 결제액이 1만원 이하인 거래는 모두 3억5400만건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39.2%다. 해당 자료의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1년 12월 31.9%를 기록한 후 지난해 6월 36.0%로 올라선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선 40%에 육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액결제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는 얘기다.

소액결제 비중이 높아진 것은 카드결제 위주의 소비생활이 정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민간최종소비지출(680조원) 대비 카드이용액이 82.3%(560조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카드결제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체크카드의 신장세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1월 말 시중에서 쓰이는 체크카드는 모두 1억20만장으로, 1년 전의 8975만장보다 1045만장 늘어났다. 무절제한 소비를 유발하는 신용카드 대신 계좌에 들어 있는 잔액한도에서만 소비할 수 있는 체크카드의 이용률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이런 추세를 달갑지 않게 바라본다. 밴(VAN·결제승인 대행업체) 수수료 등 고정비용 부담 때문에 소액결제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액결제가 많아지면,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금액보다 밴 수수료나 관리비용 등에 들어가는 돈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소액결제의 증가는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소액결제를 거부할 경우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카드사는 이미 신용카드 발급기준 강화와 소득공제율 감소 등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있다. 신한카드의 지난 상반기(1~6월) 당기순이익은 37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2% 줄어들었고, 삼성카드도 13.5% 감소한 1497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현대·롯데카드 등도 10~20%의 순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부터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이 10%로 또다시 하향조정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카드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액결제의 증가, 소득공제율 하향조정,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며 “각종 비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부대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담 기자 cindy@thescoop.co.kr | @cindy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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