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원칙 바꾼 월마트

월마트가 매출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주류 판매’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금까지 월마트는 창업주 뜻에 따라 주류 판매에 소극적이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불황 탈출을 위한 해법으로 ‘술’을 택했다. 월마트가 유통제왕의 자리를 ‘술’로 지킬 수 있을까.

▲ 월마트가 주류 판매로 매출 올리기에 나섰다. 할인 프로모션뿐만 아니라 주요 매대에 주류를 배치하는 식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글로벌 경기침체는 미국 최대 할인점 월마트도 비껴가지 않았다. 올 초 부진한 매출을 기록한 월마트는 내부적으로 ‘총체적 재앙(Total Disaster)’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제리 머레이 월마트 파이낸스앤로지스틱스 부사장은 올 2월 발표된 월마트의 실적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면 재앙 수준이다. 최근 7년 동안 최악의 매출이다.”

올 2월 월마트의 한 경영진이 적은 내부 이메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고객들이 다 어디로 갔나. 이들 돈은 어디에 있는 건가.” 크게 줄어든 매출을 본 경영진이 충격을 받고 내부적으로 쓴 이메일이었다. 경기침체와 함께 월마트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올 1분기(2월~4월) 월마트 매출은 1142억 달러로 전년 동기비 1% 성장하는데 그쳤다. 2분기(5~7월) 매출 역시 1169억 달러로 전년 동기비 1143억 달러 대비 2.3% 증가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이런 실적부진이 월마트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월마트는 대대적인 주류 할인 프로모션에 주요 매대에 주류를 배치하고 나섰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광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마트가 대적 불가능한 할인가격을 내세워 적극적인 주류 판매에 나섰다”며 “특히 앤호이저부시(버드와이저), 밀러쿠어스(밀러) 등의 잘 팔리는 맥주 브랜드의 할인가는 파격적”이라고 보도했다.

월마트의 주류 판매 강화 전략은 지난해부터 예견돼 있었다. 지난해 9월 월마트는 미국 아칸소주에 위치한 월마트의 회원제 할인점 샘스클럽에 주류 관계자 500여명을 모아놓고 이렇게 발표했다. “2016년까지 주류 판매량을 2배로 늘리겠다.”

월마트의 주류 판매 강화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정확한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류 부문에서 가장 높은 판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월마트의 주류판매 강화 전략이 먹히고 있다”며 “월마트의 주류 공급업자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형주류 공급업체 중 하나인 컬럼비아 디스트리뷰팅의 워싱턴·오리건주州 지역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는 스티브 베일리는 “월마트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드라마틱한 매출 상승효과를 보고 있다”며 “우리 같은 주류 공급업체에 월마트는 노다지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월마트의 주류 판매 전략은 창업자 샘 월튼 회장 스타일과 배치된다. 월튼 회장은 생전 음주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회사 야유회에서 직원들 음주를 제지하고 회사 행사에서 ‘금주’를 요구하기도 했다. 월마트가 주류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소비자 역시 월마트하면 ‘옷’이나 ‘생활용품’은 떠올려도 ‘술’을 떠올리지는 않았다.

미국에만 4000여개가 넘는 유통망을 지닌 월마트가 주류 판매에 적극 나선 이상 유통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회원제 창고형할인점인 코스트코를 비롯해 BJ’s와 기타 식료품 업체들과 편의점 업체들이 월마트와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힘 빠진 월마트. 창업주의 스타일까지 반하면서 내건 신新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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