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절대강자 ‘맥심’ 왜 수출 못하나
커피믹스 절대강자 ‘맥심’ 왜 수출 못하나
  • 김미선 기자
  • 호수 57
  • 승인 2014.03.12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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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맥심의 불편한 진실

시사경제지 더스쿠프가 독자들의 요구로 ‘Again The Scoop’를 주1회 연재합니다. 더스쿠프가 ‘네이버 뉴스스탠드’와 ‘기사검색 시스템’에 진입하기 전 기사들입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특종과 단독도 있고, 읽을만한 ‘거리’도 있습니다. 그 5편 ‘동서식품 커피믹스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강자 ‘맥심’이 해외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를 추적했습니다.

▲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수출 실적은 제로다. 반면 프리마(프림)는 지난해 55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동서식품 본사.
동서식품은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강자다. 이 회사 브랜드 ‘맥심’의 시장점유율은 80%에 달한다. 그런데 맥심 커피믹스는 수출불가 제품이다. 해외시장에 내다팔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동서식품 맥심 커피믹스의 해외수출실적은 제로다. 무슨 이유일까.

# 필리핀 세부의 한 어학원. 현지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심 커피 마시자”며 들떠 있다. 한국 어학원 학생들이 건네준 맥심 모카골드마일드(모카골드) 커피믹스다.
# 한국에 6개월가량 파견을 나왔다가 이제 곧 미국에 돌아가는 크리스틴. 그는 “가족과 친구들 기념품으로 한국의 커피믹스 ‘맥심’을 가져갈 생각”이라며 “미국 커피믹스는 맛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커피믹스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맛이 일품이다”며 “가까운 마트에서 몇박스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커피믹스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런 커피믹스는 처음 봤다”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라는 찬사도 나온다. 특히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가 인기다. 필리핀 세부 현지인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노란 포장의 맥심 모카골드를 접했다”며 “네스카페의 커피믹스와 달리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믹스 수출 실적 ‘제로’

미시간주에 산다는 한 미국인도 “미국에서 팔리는 인스턴트커피는 보통 병이나 캔에 들어있다”며 “커피믹스가 있긴 하지만 한국 커피믹스처럼 개별 포장돼 있지 않고 맛도 별로”라고 말했다. 한국의 커피믹스가 인기가 많은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국내 전체 커피시장에서 커피믹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65%다. 유럽이나 미국은 다르다. 커피믹스 시장 자체가 작다. 고작해야 병이나 캔에 들어 있는 솔루블커피(물에 타서 마시는 커피분말)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인기 이유는 ‘맛’이다. 커피믹스의 원료로 좋은 원두로 알려진 ‘아라비카’를 주로 활용해서다. 특히 동서식품의 모카골드 커피믹스는 아라비카 원두 함유량이 80%가 넘는다. 한 국산 커피믹스를 마신 외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원두커피를 마시는 거 같다”고 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맥심 커피믹스를 통해 엄청난 수출고를 올릴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동서식품이 맥심 커피믹스를 수출해 얻는 매출은 제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맥심 커피믹스는 수출을 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수요량을 맞추기조차 힘들어 수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선 커피믹스 소비가 많지 않아 특별히 진출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무언가 이상한 말이다. 동서식품은 식물성 커피 프리머인 ‘프리마(프림)’로 지난해 55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5000만불 수출의 탑’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그런데 주력제품이자 1976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홍보하는 커피믹스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커피시장의 후발주자라는 남양유업도 2010년부터 커피믹스를 수출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중국·미국·호주·카자흐스탄과 동남아시아 등 10여개국에 커피믹스 수출을 위한 판로를 확보한 상태다. ‘외국의 커피믹스 소비가 많지 않다’는 주장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중국과 러시아의 커피믹스 시장은 매년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를 수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출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동서식품의 구조와 무관치 않다. 동서식품은 모회사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즈사가 50대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모카골드’ ‘화이트골드’ ‘오리지널’ 제품에는 모두 맥심 브랜드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 맥심 브랜드는 동서식품의 것이 아니다. 크래프트푸즈사의 등록상표다. 다시 말해 동서식품은 맥심 브랜드를 로열티를 주고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맥스웰하우스도 동서식품의 브랜드가 아니다. 크래프트푸즈사의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도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 동서식품은 2008년 7월 크래프트푸즈사와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커피(맥스웰하우스·맥심), 시리얼(포스트) 제품 브랜드 사용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로만 263억원을 지불했다.” 동서식품이 맥심 커피믹스를 수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동서식품 매출 중 커피믹스 수출액은 제로”라며 “크래프트푸즈사와의 계약관계 상 맥심 브랜드를 한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수출길’은 아예 막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아쉬운 대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 특히 중국시장이 그렇다. 이석진 연구원은 “중국시장에 커피믹스를 수출하고 있는 남양유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라며 “만약 동서식품이 커피믹스로 진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맥심은 미국 브랜드

현재 중국의 커피 수입비중은 세계시장의 약 1%에 불과하다. 유럽국가의 1인당 커피소비량은 연간 5~10㎏, 미국은 4㎏ 정도인데 반해 중국은 0.02㎏에 불과하다.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커피를 즐기는 순간, 커피믹스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특히 중국 커피시장의 99%는 인스턴트커피(커피믹스 포함)가 차지하고 있다. 동서식품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오리온이 초코파이 하나로 대륙에서 기적을 실현한 것처럼 동서식품도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지만 아예 기회가 차단돼 있다. 현재 중국에는 크래프트푸즈사에서 분사한 식품회사 몬델레즈가 진출해 맥스웰하우스의 커피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에도 크래프트푸즈사(당시 제너럴푸즈)가 일본 아지노모토사와 합작해 설립한 ‘아지노모토제너럴푸즈(AGF)’가 맥심 브랜드의 인스턴트커피 제품을 팔고 있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는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진다. 커피믹스의 활로가 막히면 동서식품의 성장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커피믹스로 벌어들이는 국내 매출의 상당 부분이 50%의 지분을 보유한 크래프트푸즈사측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동서식품은 매년 1000억원대의 배당금을 주주들에 지급해 왔다. 국내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한다는 얘기다. 국내 1위 커피믹스 제조업체 ‘동서식품’의 불편한 진실이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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