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정책은 세입자를 위한 것이라야 한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정책은 '경기부양책'에 지나지 않는다.
세입자도 국민이다. 그런데 최근 전세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계약갱신 청구권 제도의 도입을 제안하는 이유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현재 2년인 전·월세 계약기간이 실질적으로 4년으로 늘어난다.

정부가 8·28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전·월세 대책이 아니라 집값 부양 정책에 가깝다.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집값 부양을 강조한 반면,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올 8월 27일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6.5%가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상당수 국민이 전셋값 상승을 불안하게 생각한다는 걸 보여준다. 서울 전세금은 53주 연속 상승했고, 올해 아파트 전세금은 2.8% 올랐다. 매매가격이 1.5%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그 결과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거나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최근의 전셋값 상승을 보면 2년 전 전셋값 폭등의 악몽이 떠오른다. 2009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전셋값은 2010년 7.1%, 2011년 12.3%나 올랐다. 2년 만에 19.4%나 오른 것이다.

주택임대차기간이 2년이므로 재계약을 하려면 전셋값을 20%나 올려줘야 했다. 전세보증금이 2억원이라면 4000만원, 3억원이면 6000만원을 올려줘야 하는데 서민과 중산층이 2년 동안 이만큼의 돈을 모아 전세금을 올려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2012년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전·월세 거주비율이 46%다. 공공임대주택 거주비율이 4%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국민의 42%가 전·월세값 급등의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이런 현실이 전·월세 상한제 도입의 지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월세 상한제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계약갱신 청구권이다. 전월세 계약기간 2년이 끝난 뒤 임차인이 원하면 1회에 한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전·월세 상한제로, 갱신 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까지 전·월세 상한제를 반대해온 첫째 논리는 ‘자유계약원칙’의 위배다. 그러나 계약갱신 청구권은 독일·프랑스·영국·일본 등 많은 선진국이 시행하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34조가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다.

현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를 반대하는 둘째 논리는 전·월세 폭등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전에 보완책을 잘 마련하면 부작용은 최소화될 수 있다. 2001년 상가임대보호법 제정 당시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5년까지 안심하고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에서 임대료 급등을 우려했지만 실제로 85%의 상가는 보증금이 오르지 않았다. 상가에서는 잘 정착했는데, 주택에 대해서만 유독 부작용이 많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과도기적 부작용을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1980년대 말 정부가 전세계약 2년을 보장했을 때 첫해엔 가격이 올랐지만 추후 안정화됐다.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후 1991~1998년 전세가격이 안정됐다. 만약 관련법의 개정이 당시에 이뤄지지 않았다면 세입자들은 전세금 폭등의 피해를 1년마다 겪었을 것이다. 지금 전월세 상한제도 장기적으로 전·월세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계약갱신 청구권 제도가 도입되면 현재 2년인 전·월세 계약기간이 실질적으로 4년으로 늘어나 전세의 월세 전환을 늦춰 급격한 전세 재고량 감소를 막을 수 있다. 현재 전세 세입자의 64%가 3년 미만 거주자이고 1년 미만의 세입자도 30%에 달한다. 그만큼 세입자의 주거안정성이 불안하다는 얘기다. 계약갱신 청구권이 도입되면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을 덜어줄 수 있다.

세입자도 국민이다. 이사 다니지 않고 아이들을 키우고 그 동네, 그 마을, 그 아파트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윤후덕 민주당 의원 yoons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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