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할수록 완성차업체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당장 판매율이 낮아지고, 품질 경쟁력은 떨어진다. 불량률도 높아진다. 결국 해당 국가의 자동차 산업 전체가 무너질 위기에 직면하기도 한다.

▲ 8월 23일 현대차 울산공장이 노조의 4시간 부분파업으로 멈춰 있다.
현대차 노조 파업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노조가 만들어진지 20여년간 4번을 빼놓고 매년 파업이 이뤄졌다.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의 손해를 봤다. 보이지 않는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생각하면 손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매년 노사 양측의 합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현대차 노조의 요구 사항을 보면, 수용하기 어려운 항목이 꽤 있다. 특히 노조간부의 면책특권이나 경영환경과는 무관하게 정년을 보장하는 내용은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간부에게 면책특권이라니…

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몸에 밴 습관이 가장 큰 문제다. 매년 협상 때마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다 보니 노조가 마지노선을 넘었는지조차 모르는 듯하다. 노사가 가장 안정화돼 있는 일본은 경영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해고 등 노동유연성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노조 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경쟁력이 떨어진 미국이나 프랑스 완성차업체가 파산보호 등을 신청하며 위기를 겪는 사례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당장 판매율이 낮아지고, 품질 경쟁력은 떨어진다. 불량률도 높아진다. 결국에는 해당 국가의 자동차 산업 전체가 무너질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자동차 산업은 메이커(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약 1000개에 이르는 협력사가 존재한다. 완성차업체가 무너지면 이들 협력사도 함께 쓰러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노사문제를 보면 몇 가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우선 이 상태가 지속되면 국내 생산량이 해외로 이전될 것이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ㆍ중국 등 해외 각 지역에서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현지 생산은 물류비용 절감, 효율적인 부품 공급과 환율 문제 등 현지 특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혼다나 닛산의 경우를 보면 해외 생산량이 70% 이상이다. 국내 생산체제를 유지하려 애썼던 도요타마저 최근 해외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이런데 파업은 해외생산을 더욱 부추길 게 뻔하다. 이미 한국 자동차 생산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고비용 구조로 바뀌는 상황에서 파업은 생산 공장의 해외 이전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이는 당연히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구조조정의 빌미가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75% 내외다. 현대차 노조 파업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향후 프리미엄 모델 구축이라는 현대차의 글로벌 과제는 남의 얘기가 되고, 그나마 구축했던 대중차 이미지는 한순간 사라질 수 있다.

파업, 해외 생산 부추겨

국민의 외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정도를 지나친 노조의 요구 때문에 현대차 노조에 대한 반감은 커질 대로 커졌다. 노조 존립도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사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는 노조 내의 자정적인 노력과 새로운 노조문화가 필요하다. 정부 역시 중재에 나서야 한다. 과거 노사정 위원회 역할 이상으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 남의 얘기가 아닌 내 문제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져야 한다. 현대차의 노조 문제가 심각성을 넘어서 공멸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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