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빼니까 빈집이 줄더라

세계가 주목하는 마을이 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신풍동ㆍ장안동)이다. 이곳에서 역사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9월 한달 동안 행궁동에서는 모든 화석연료 차량의 통행이 제한된다. 한시적이지만 세계 최초로 ‘차 없는 마을’이 탄생한 셈이다. 드라마보다 드라마 같은 현장. The Scoop가 다녀왔다.

▲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 전 세계의 눈이 경기도 수원 팔달구 행궁동에 쏠려 있다.
울 강남역 5번 출구 앞. 경기도 직행좌석버스 3000번이 도착했다. 시곗바늘이 오전 6시 10분을 가리켰다. 승객은 많았고, 빈자리는 없었다. 서서가야 했다. 버스는 15분 만에 서울을 벗어나 경기 과천으로 진입했다. 출근길 정체가 시작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이곳에서 승객 상당수가 하차했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중년 남성들이 승용차 사이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차와 사람이 뒤섞이면서 한순간 차도는 아수라장이 됐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행궁동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생태교통 수원2013’을 검색했다. 공식홈페이지에 접속해 행궁동 지도와 셔틀버스 시간표를 내려받았다. 9월 3일,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 셋째날이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신풍동ㆍ장안동)에서 이뤄지고 있는 ‘생태교통 수원2013’은 화석연료가 고갈된 상황을 가정하고 생활하는 프로젝트다. [※ 행궁동은 법적으로 신풍동과 장안동을 관할하고 있다. 독자편의상 신풍동, 장안동을 표기하지 않고 행궁동으로 통일한다.] 행궁동 주민들이 9월 한달 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하는 셈이다. 대신 자전거ㆍ전기택시ㆍ무동력전동차 등 친환경적인 생태교통 이동수단을 이용한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프로젝트.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건 어쩌면 당연했다.

버스가 의왕톨게이트를 지날 때 ‘생태교통 수원2013’ 안내방송이 나왔다. 귀가 솔깃했다. 그때 버스 창가에 붙은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한달 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하기. 2013 세계 생태교통 축제가 아름다운 수원에서 열립니다.’ 한편에선 이 프로젝트를 ‘불편체험’이라고 불렀다.

과연 그런지는 가봐야 알 것 같았다. 그보다 온 종일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 신바람이 났다.

오전 7시20분경. 버스가 행궁동 마을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탄 주민들이 차도를 유유히 지나다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4대문 중 하나인 화서문이 보였다. 낮게 깔린 돌담이 인상적이었다. 화서공원과 마을을 잇는 옛길은 운치가 있어 걷기 좋았다. 탁 트인 경치가 산책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생태교통마을’ 문구가 적힌 주홍빛 대형 홍보 아치가 눈에 들어왔다. 마을로 들어서는 문이었다.

▲ 조선시대 정조는 화성을 축성하면서 마을의 한 가운데 행궁을 두고 주변에 문을 세웠다. 지금의 행궁동(신풍동·장안동)이다.
행궁동은 화성과 맥脈을 같이 한다. 지금으로부터 240년 전, 조선시대 정조는 화성을 축성하면서 촌락도 함께 지었다. 마을 한가운데 행궁을 두고, 주변에는 문을 세웠다. 팔달문ㆍ장안문ㆍ화서문ㆍ창룡문이다.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행궁동이다.

행궁동만의 또 다른 특징은 옛길이 잘 보존됐다는 것이다. 화석 축성 당시 인부들이 돌을 날랐던 길, 조선시대 주민들이 화서문을 통해 팔달문 방향으로 다니던 길, 작가 나혜석의 등굣길이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마을의 미관은 막상 보니 말끔했다. 도로엔 흙이 깔려 있지 않고, 화강석으로 포장됐다. 턱이 없는 보도와 차도는 평평해서 어디서나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듯했다. 반듯한 도로 양옆엔 상점이 즐비했는데, 간판과 벽면 디자인이 산뜻했다. 간판을 정비한 지 얼마 안 돼 보였다. 전체적으로 마을이라고 하기엔 도시적인 느낌이 강했다. 위성도시를 찍는 영화 세트장에 온 기분이었다.

행궁동 주민인 김복자씨는 “행궁광장 대로변은 공사로 말끔할지 몰라도 주민들이 사는 주택가는 예전 모습 그대로다”며 “올 10월에 주택가 도로를 보수공사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가는 대로변과 다른 느낌이었다.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깔려있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자전거와 트레일러가 지나다녔다.

수원시는 올 4월 도시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먼저 화서문로 540mㆍ신풍로 410m 등 생태교통 특화거리 950m 구간을 지나는 전선과 통신선을 지하에 매설했다. 담과 도로의 경계부 곳곳엔 녹지공간을 조성했다. 현재 이곳을 주민 몇몇이 텃밭으로 가꾸고 있다. 도로를 정비하고 건물을 보수하는데 시가 사용한 예산은 총 130억원에 이른다.

전기택시가 다니는 마을

마을을 돌아보려면 자전거가 필요했다. 자전거는 행궁광장ㆍ화서문로ㆍ영화주차장 등 거치대 4곳에서 빌릴 수 있었다. 마을사무소 앞에서 전기택시를 탔다. 택시비는 무료다. 자가용 놀이기구 같아 보였지만 시속 30㎞까지 달릴 수 있었다.

전기택시운전자는 “주로 탑승객은 학생과 외국인 관광객인데 무척 신기해한다”며 “정작 주민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차체에 문이 없어서 주민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상용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기택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마을 내에서만 운행한다.

시와 추진단은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교통예상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에 용역을 의뢰했다. 도시 총인구와 유동인구를 감안해 이동수단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추진단이 확보한 이동수단은 총 1014대. 접이식세발자전거ㆍ카고자전거트레일러ㆍ삼륜자전거ㆍ전기자동차 등 18종을 구비했다. 이 중 일반적인 생태교통 이동수단은 ‘자전거’다. 총 730대가 마련됐다. 남녀노소 이용할 수 있고, 환경적으도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생태교통추진단 관계자는 “생태교통은 보행ㆍ자전거ㆍ대중교통이 조화를 이루는 것인데, 자전거와 같은 이동수단은 마을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행궁동에 한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신 외부로 나가는 주민의 편의를 돕고자 오전 6시부터 자정 12시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품 내릴 수 없는 상인들 “죽겠습니다”

오전 10시. 행궁광장 자전거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대여 절차는 간단했다. 방명록에 신상을 기록하고 신분증을 맡기면 끝. 비용은 역시 무료. 방문객은 최대 2시간까지 탈 수 있었고, 시간 연장도 가능했다. 행궁동 주민은 필요한 경우 자전거를 1개월 동안 대여할 수 있다.

마을을 돌아다녀 보니 자전거는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동수단이었다. 정윤서 학생(매향중)은 “자동차가 사라졌을 뿐인데 도로가 무척 넓어졌다”며 “덕분에 자전거를 마음껏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에 부딪힐 위험도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놓은 것은 좋은데 속도 제한이 없다”며 “어린이와 노인층, 장애인을 자전거 사고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수원 행궁동에서 시도되는 '생태교통 수원2013'은 주민들이 9월 한달 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하는 프로젝트다.

화서문로31번길을 따라 곧장 걸었다. 마을 곳곳에 조성된 쌈지공원에는 생태교통 상징인 자전거와 느린거북이가 설치됐다. 어르신이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가로워보였다.

행궁광장을 지나가는데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설치미술품이 눈길을 끌었다. 광장 담벼락엔 게시판이 설치됐다. 주민들은 게시판에 “분리수거를 잘 하겠다” “자동차 운행 속도를 줄이겠다”고 다짐을 적었다. 문화상회 다담 관계자는 “생태교통 프로젝트가 시민의식이 제고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프로그램과 모임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궁광장을 지나 행궁공방거리로 달렸다. 빈집을 활용한 예술공간이 눈에 띄었다. 설치미술을 들여놓거나 칠보ㆍ한지ㆍ규방공예ㆍ서각 등 공예품을 전시했다. 수원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모임 ‘아름다운 행궁길’은 헝겊 보자기를 작품으로 내놓았다. 행궁의 전통과 역사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해보였다.

아름다운 행궁길 관계자는 “생태교통은 궁극적으로 환경을 살리자는 것인데 이런 시도 자체가 작품이다”며 “환경미화를 뛰어넘어 생태교통마을에 맞는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가 가져온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행궁동은 오랫동안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빈집이 많았고,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어진 지역이었다. 슬럼가 같았던 이곳에 최근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열에 셋은 빈집이었던 마을이 주인을 맞아 단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팔달산 주변에 포진된 점술집 100여개가 현재 54여개로 줄고, 그 자리를 카페ㆍ음식점ㆍ공방이 들어섰다. 방치됐던 공간이 어떤 이유에서든 재활용되는 것은 프로젝트의 최대 성과다.

이런 이유로 차 없는 마을의 가치는 어마하다. 시와 추진단은 15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관광객을 포함해 외부인 65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효과도 1464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프로젝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프로젝트가 외적인 변화에 치우쳐 정작 주민의 생활에 불편함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매상이 줄어도 너무 줄었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상인들이 많았다. 상인연합회 관계자의 말이다. “그동안 특화거리 조성 공사로 인해 상점마다 4개월 동안 장사를 제대로 못했다. 말이 보수공사지 도로를 뒤엎는 것이어서 건물이 흔들릴 정도였다. 지금도 생태교통 특수를 누리기는커녕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생활이 많이 불편한 듯했다. 짐을 받거나 가지고 나가는 게 문제였기 때문이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상인은 “자전거는 물건을 실을 공간이 없다”며 “한정된 짐만 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트레일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번데기를 파는 상인도 불만을 호소했다. “어제(2일) 하루 종일 5000원 벌었다. 단속반이 도로(국유지)에서 점포 차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도로를 포장하면 뭐하나. 정작 주민은 설 곳을 잃었다.”

 

시에 따르면 상가는 필요한 물품을 생태교통수단을 통해 반입해야 한다. 바이크택시•전기차 등 다양한 생태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통행이 제한되는 택배화물차는 행궁광장 화물집하장까지 운행한 뒤 물품을 내려놓아야 한다. 화물은 크기와 무게에 따라 전기카트, 화물자전거 등 별도의 이동수단으로 각 가정까지 배달한다. 행궁동 안의 음식점에서 만든 자장면을 배달하려면 전기오토바이를 이용해야 한다. 전기 오토바이는 시가 제공한다.

예외가 있다. 프로젝트 기간 구역 내 음식점 식자재나 슈퍼마켓 상품 등 영업을 위한 물품 보급차량은 영업장 특성에 따라 필요한 시간에 출입을 허용하는 맞춤형 통행 시간제를 적용한다. 이는 외부 방문객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UN과 이클레이 등 국제단체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클레이는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력과 효율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1990년 세워진 세계지방정부 네트워크다. 하지만 “세금으로 장난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내는 주민도 많다. 프로젝트 이후 마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추진단이 철수하고 행사가 끝나면 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그렇다고 행궁동의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의 의미를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죽어가던 행궁동이 이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회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인회가 생기고, 빈집이 채워졌다. 슬럼화되던 마을 한편에는 카페ㆍ전통찻집ㆍ네일아트ㆍ떡집ㆍ공방 등 새로운 상점이 생겼다.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 이벤트 전락 우려

행궁동 마을주민이 적극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을 주민들이 ‘차 없는 거리’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자동차를 공영주차장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이 프로젝트는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신풍동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맡겨놓으니까 마음이 갑갑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니까 별게 아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 없는 마을’은 시한부 프로젝트다. 끝이 있고, 이벤트 성격도 강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끝나도 행궁동엔 ‘주민의 힘’이 남을 것이다. 이 힘은 행궁동을 넘어 다른 마을로 넘어가 제2, 제3의 변화를 견인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에 서울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차 없는 마을, 행궁동. 어쩌면 작은 변화의 ‘진원지’가 될지 모르겠다. 
 

Issue in Issue | 염태영 수원시장 인터뷰
“차 없는 마을, 주민 참여로 탄생”

▲ 염태영 수원시장은 "'차 없는 마을'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주민의 의지와 참여에 달렸다"고 말했다.
✚ ‘생태교통 수원2013’ 셋째날이다. 소감이 어떤가.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행궁동 마을을 돌아다닌다. 둘러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상쾌하다.”
쫖 우여곡절 끝에 ‘차 없는 마을’이 탄생했다.
“사실 마을 곳곳에 자리 잡은 자동차를 빼낸다는 게 무척 어렵다. 결국 주민들이 해냈다. 자동차가 없어졌을 뿐인데 거리가 화사해지고 깨끗해졌다. 공기까지 맑아졌다. 적극 협조해준 주민과 공직자에게 감사하다.”

✚ 프로젝트 기간 집중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주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면서 주민의 생활에 필요한 게 있거나 불편한 게 있다면 그때마다 유통성을 발휘하고 있다.”

✚ ‘차 없는 마을’로 조성된 행궁동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는가. 계획이 있는가.
“‘차 없는 마을’을 조성하는데 130억원이 소요됐다. 시민의 세금으로 마을을 만든 셈이다. 앞으로 이 거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걷고 싶은 환경’이 돼야 한다. 이것은 주민들의 몫이다. 얼마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주민의 의지와 참여에 달렸다. 앞으로 이 점을 놓고 남은 기간 동안 실험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것이다.”

✚ 프로젝트로 인해 불편을 감수하는 주민들이 많다. 특히 상인들의 애로사항이 크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주민들과 협의를 할 것이다. 불편하다고 얘기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귀담아듣고 있다. 어느 정도 선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향후 계획을 결정하겠다.”

✚ ‘차 없는 거리’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는 이들이 많다. 한마디 해 달라.
“(마을을 눈으로 둘러본 뒤) 이 안에 정말 많은 공직자의 무수한 땀과 노력이 녹아있다. 엄청난 양의 행정업무 처리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주민간의 오해를 해결하고, 이견을 중재했다. 이것을 감당하고 일을 이끌었던 생태교통주민추진단과 생태교통추진단 등의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다. 여러 사람의 땀으로 탄생한 마을이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무엇인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고하는 이들의 노고와 애환이 얼마나 큰가, 다시 한번 느꼈다.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과 그런 상황에서도 일을 진행하는 이들의 힘을 봤다.”

Issue in Issue | 김병익 생태교통추진단장
“보존과 개발의 접점 찾아야”

▲ 김병익 수원시 생태교통추진단장은 "역사와 전통이 깃든 수원 행궁동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 수원과 이클레이(ICLEI)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됐는가.
“지난해 연말,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염태영 수원시장이 이클레이한국사무소를 수원으로 유치했다. 짐버만 이클레이한국사무소 총장(당시)이 염태영 시장에게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사업에 착수했다.”

✚ 이클레이한국사무소는 수원 행궁동의 어떤 면을 보고 제안한 것인가.
“당시 이클레이한국사무소는 몇몇 도시에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중 수원 행궁동이 행궁과 4대문을 가진 유일한 역사마을이었다고 한다. 도시이지만 통과차량이 많지 않은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프로젝트를 제안했던 이클레이한국사무소 측이 ‘차 없는 거리’를 본 후 반응이 어땠나.
“깜짝 놀라더라. 먼저 제안했지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막상 날짜가 다가오고, ‘차 없는 마을’이 만들어지면서 엄지손가락을 크게 치켜세웠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일반행정사업과 무척 다르다는 점이다. ‘차 없는 마을’은 주민이 참여해야만 이뤄지는 사업이다. 2200세대 4100명 주민이 끌고 다니는 1500대의 차량을 누가 밖으로 뺄 수 있겠는가. 신기한 것은 8월 31일 토요일까지만 해도 전체 차량의 70%만이 외부로 빠졌다. 그런데 9월 1일 개막식이 열리자 거짓말처럼 전체 차량의 97%가 차를 옮기더라. 현재 100% 차량이 마을 밖으로 나갔다. 말로 설명할 없는 기분이었다.”

✚ 프로젝트 기간 중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혀 사고가 나면 보상은 어떻게 하는가.
“‘차 없는 마을’ 프로젝트 기간 중에는 전 주민을 대상으로 행사 보험을 들었다. 지금가지 단 한번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안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만 길이 넓어지다 보니 일부 자전거가 속도를 내서 달리는 경우가 있다. 미처 속도 제한을 생각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반드시 참고하겠다.”

✚ 프로젝트 이후의 대안이 뭔가.
“어떤 행사이든지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진행할 땐 모두가 달려들지만 끝나면 모두가 손을 놓는다. 현상을 유지하고 발전하려면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처럼 주말마다 ‘차 없는 거리’ 혹은 매년 9월 1일 기념행사 등을 놓고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할 것이다.”

✚ 현재 고민은 무엇인가.
“수원 행궁동을 어떻게 발전하고 유지할 것이냐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도시에 상업화 시설을 끌어다 모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보존과 개발의 접점을 잘 찾아 멋진 도시를 만들고 싶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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