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VS 철도노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 수서발 KTX를 둘러싸고 민영화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철도노조 측과 국토부의 주장이 너무 상반돼 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사진=뉴시스)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이 뜨겁다.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의 자회사를 만들어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은 사실이지만 민영화는 아니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코레일의 자회사는 민간기업이 아니라서다. 반면 철도노조 측은 이를 ‘민영화’의 첫단계로 보고있다.

철도 민영화 논란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지속적인 적자와 매년 늘어나는 부채에서부터 출발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레일의 부채는 공사로 전환되는 시점인 2005년 5조8000억원(부채비율 70%)에서 올 6월 기준 17조6000억원(부채비율 435%)으로 늘었다. 문제는 정부가 엄청난 재정을 지원했지만 적자가 날로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올 6월 발표한 ‘철도산업발전방안’에 따르면 2005년부터 약 4조5000억원을 지원했음에도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국토부가 코레일의 경영부실을 문제 삼으며 메스를 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토부가 내놓은 대안은 ‘경쟁체제’의 도입이다. 2015년 개통할 ‘수서발 KTX’를 코레일에 맡기지 않고 별도의 출자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도록 한다는 거다. 코레일은 지주회사로 남고, 여객ㆍ차량관리ㆍ물류ㆍ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를 각각 만들어 아웃소싱을 줌으로써 비용을 줄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30%를 출자하고, 공공기관이 연기금 형식으로 70%를 출자해 수서발 KTX를 담당할 회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철도노조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민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신광호 국토부 철도운영과 과장은 “수서발 KTX의 운영을 맡을 자회사의 지분을 민간기업에 팔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정관에 명시할 예정”이라며 “코레일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지분을 30%까지 보장하고, 민간자본의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아예 막았는데, 어떻게 민영화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신광호 과장은 “현재 철도건설 관련 투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코레일로선 수서발 KTX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며 말을 이었다. “철도노조 측은 ‘코레일이 흑자를 내는 곳은 KTX뿐’이라며 KTX 사업마저 분리하면 어떻게 수익을 내서 부채를 갚느냐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이는 반성해야 할 일이지 자랑처럼 떠들 일이 아니다.”

실제로 코레일은 방만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파르게 부채가 늘어났음에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2009년 550 0만원에서 2012년 6300만원으로 증가했다. 기관장 기본급도 같은 기간 9300만원에서 1억100만원으로 올랐다. 

민영화 논란 부른 부채, 누구 탓…

신광호 과장은 “철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철도노조가 수서발 KTX 운영권을 고집하기보다 오히려 코레일 직원이라는 이유로 오지 산간지방 역무원도 고임금을 받는 임금체계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철도노조의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국토부는 코레일의 부채가 경영부실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까 처방도 엉뚱하게 내리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부채의 원인이 ‘방만경영’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철도노조 측에 따르면 코레일의 부채가 증가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정치논리에 따른 철도정책이다. 철도현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철도정책을 쥐략펴락하면서 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부산간 1단계 KTX 건설(1992~2 004년)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당시 동대구역을 지상역 또는 지하역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수시로 설계가 변경됐다. 지역구 의원들의 정치적 요구가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공사기간은 당초 6년에서 12년으로 늘었고, 부채만 4조5000억원을 떠안았다.

2004년 완공된 광명역 역시 ‘인구밀집도가 큰곳에 역을 설치해야 한다’는 철도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지었다가 막대한 손해만 입었다. 정부가 수요예측을 잘못한 탓이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민간자본이 최초로 투입된 인천공항철도다. 2007년 3월 개통 이후 ‘혈세 먹는 하마’로 불리던 인천공항철도는 2009년 코레일이 1조2045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국토부 결정에 따른 거였다. 돈 안 되는 인천공항철도를 팔아버린 민간기업은 득을 봤지만 이를 인수한 코레일은 부채만 떠안는 꼴이 됐다. 인수 당시 인천공항철도 부채는 3조2000억원이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자동차의 발달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철도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지방노선이 적자운영 되는 것 역시 교통환경의 변화에 따른 적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더구나 부채의 원인이 코레일에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난 일은 까맣게 잊고 책임만 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국토부의 논리는 우여곡절 끝에 KTX 노선을 만들고 그것 하나로 버티고 있는 코레일에 사망선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철도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출자회사에 넘기겠다’는 국토부의 발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철도산업 자체가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경쟁을 도입하겠다며 여러 사업자에게 노선을 나눠준 지하철만 해도 경쟁이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1호선을 타고 수원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서울메트로의 열차로 갈아타는 일은 거의 없다. [※ 참고로 1호선 열차는 코레일과 서울메트로가 공동운영한다.] 마찬가지로 운영을 누가하느냐에 따라 서울역이나 수서역으로 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달라질 공산은 희박하다. 사람들은 가까운 기차역으로 가게 마련이다. 새 노선을 깔아야만 경쟁이 된다는 거다.

박 연구위원은 특히 “국토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출자회사에 들어갈 연기금은 배당금을 추구하면서 투자 대비 효율만을 따지는 자금이기에 민간자본과 다를 바 없다”며 “더구나 ‘공공기관이 지분을 팔면 안 된다’는 정관을 만든다고 해도 위원회에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수서발 KTX의 경영을 출자회사에 맡기겠다는 국토부의 계획을 ‘민영화’로 보는 이유는 또 있다. 철도사업을 독점으로 규정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자본도 철도운송서비스 공급과 철도노선 건설이 가능하다는 거다. 

수서발 KTX 운영하면 적자 줄어들까

이해영 한신대(국제관계학) 교수가 올해 초 ‘한미FTA가 철도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던 내용을 보자. “국토부는 민간자본의 참여를 막겠다고 하지만 행여 미국자본을 막기 위해 이행요건을 부과하는 등 규제조항을 만들면 FTA 협정 위반으로 제소당할 수도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수서발 KTX를 코레일이 운영하면 차츰차츰 부채를 갚아 나갈 수 있다”며 “국토부는 코레일의 부채를 더 키우고 정부보조금을 더 많이 지원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서발 KTX를 코레일이 운영한다고 부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은 허상일 수 있다. 코레일의 고비용 구조와 지선의 만성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면 수서발 KTX는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노조는 기득권을 놓을 생각은 없는 듯하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