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센터장 10人에게 물었다 | 추석 이후 다섯가지 경제변수

▲ 미국 연방공개시장의원회(FOMC) 회의가 9월 17~18일(현지시간) 열린다. 회의 결과는 추석 이후 한국 경제와 증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 2분기 한국경제는 ‘성장발판’에 올라섰다.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면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시작했다는 낙관론이 흘렀다. 그러나 속단은 아직 이르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가계ㆍ공공부채 등 하반기 한국경제를 좌우할 국내외 변수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다. 추석 이후 한국경제의 판도를 집어봤다.

2013년 증권업계가 내놓은 거시경제와 증시 전망은 ‘상고하저’다. 실제로 올 상반기 한국경제와 증시는 대내외적 악재에 휘둘리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대북리스크, 일본의 엔저현상, 중국경제 불안, 유로존 재정위기 등 다양한 악재가 상반기에 터진 탓이었다.

한국경제의 흐름은 올 2분기부터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1.1%를 기록했다. 2011년 1분기 1.3% 이후 8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하던 성장률이 9분기만에 1%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은 “정부•민간소비, 건설투자, 수출이 늘어나 1%대의 성장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 2.3%로 낮췄던 경제성장률을 2.7% 조정했고 한국은행은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고下高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양적완화 축소, 증시 방향성 결정

 
하지만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 변수가 많아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조정, 일본의 소비세 인상, 독일 총선, 시리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다. 더구나 폭발력은 상반기 변수보다 되레 세다. 한편에서 ‘한국경제 가을 위기설’을 주장하는 이유다. 하반기 한국경제를 좌우할 변수를 하나씩 짚어보자.

◆양적완화 축소= 하반기 변수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건 ‘양적완화 축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추석연휴 기간인 9월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회의를 통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양적완화 축소는 금리와 달러가치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해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글로벌 시장이 ‘돈맥경화’에 빠질 우려도 있다. 한국경제와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적완화 축소가 시행될 경우 글로벌 금리 상승 영향으로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9월 미국 의회 부채한도 협상과 같은 재정정책의 불확실성과 최근 혼조세를 보이는 경제지표의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셀코리아’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적완화 축소는 금융정책 변경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국내 증시의 주가가 경제 지표 대비 높은 수준으로 금융정책 변화에 따라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 또 다른 하반기 관전포인트는 아시아 신흥국이 금융위기에 빠지느냐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신흥국이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결국은 경기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건은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다. 경제전문가들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제법 단단해서다. 무엇보다 경상수지 흑자가 안정적 추세를 띠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충부하다. 신흥국 금융위기가 터져도 얼마든지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을 ‘이머징 마켓’ 중 한곳으로 판단하면 국내증시는 당분간 침체기를 맞을 수도 있다.

 
◆중국ㆍ유럽 경기침체 극복 여부= 한국경제와 증시는 중국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최근 한국의 대對중 수출비중이 늘어남과 동시에 한국경제에 ‘봄바람’이 부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중국경제의 회복가능성이 커질수록 국내증시에 호재로 작용해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월 중순에 발표되는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을 기대해볼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경제의 회복세 역시 중요하다. 유럽시장의 소비가 회복되면 한국수출이 늘어날 공산이 커서다. 당연히 국내 증시에서도 유럽경기회복은 경기민감주의 모멘텀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과 중국이 탄력적인 경기 회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며 “하지만 제조업지수(PMI)의 상승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 지정학적 변수= 올 9월 22일 열리는 독일 총선은 유럽경제의 최대 변수다.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가 승리하면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연정이 구성되면 메르켈이 추진한 ‘유럽경제 활성화 전략’이 공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독일 좌파 야당은 유럽연합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리아 사태를 비롯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관전포인트다. 국제유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ㆍ공공부채, 한국경제 발목 잡아

일단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용택 KTB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이집트 수에즈 운하와 수메드 송유관이 차단될 가능성은 적다”며 “글로벌 경기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수요가 아직 강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계부채 등 국내 변수들= 한국경제는 외환보유액, 외채 구조 측면에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와 공기업 부채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가계부채가 줄어들지 않으면 내수소비가 줄어들어 시장이 얼어붙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당장 추석 소비지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이런 영향은 하반기 경기회복을 막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최석원 센터장은 “가계ㆍ공공부채의 문제는 양적인 측면을 떠나 그 규모를 줄이지 못하는 것”이라며 “신흥국 위기가 심화되고 가계ㆍ공공부채가 더욱 쌓이면 한국의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석 이후 한국경제는 국내외 변수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추석 이후 한국경제는 예상대로 ‘하고下高 국면’에 돌입할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 @ksg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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