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부담금 줄이려 주자요금 받나

여기저기 주차요금 폭탄이다. 경기는 불황인데 주차요금은 상상 이상이다. 마음먹고 쇼핑을 하려고 해도 만만치 않은 주차요금에 쫓기듯 쇼핑한다. 특히 복합쇼핑몰에서 쇼핑 한번 할라 치면 골치다. 매장별로 주차요금 할인 기준이 달라서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 복합쇼핑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몰의 입점 매장별 주차 할인 여부가 달라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평일 한산한 IFC몰의 모습.

# 9월 13일 평일 낮, 여의도 IFC몰을 찾은 자영업자 박태경씨. 그가 세시간 동안 이곳에서 머물며 쇼핑한 금액은 총 30여만원. 하지만 그는 뒤늦게 주차요금을 할인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주차요금으로 지불한 금액은 액면가 1만5000원. 박씨는 “쇼핑을 30만원어치나 했는데도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니 황당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자주 방문하는 회사원 이재환씨. 그는 “영화관이나 수족관을 이용하지 않으면 코엑스에서 주차할인을 받을 길은 전혀 없다”며 “전시회 때문에 코엑스에 방문해야 할 때는 근처에 있는 탄천 공영주차장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몰링족族’이 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영화·서점·스포츠센터)’ ‘쇼핑’ ‘외식’ 등을 원스톱(o ne-stop)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다. 이런 몰링족에게 중요한 것은 주차요금. 이들이 복합쇼핑몰에 머무르는 시간이 대략 3~5시간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여의도에 오픈한 대형복합쇼핑몰 IFC몰. 오픈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평일 점심시간이면 휑할 정도로 썰렁하다. 오후에 방문한 IFC몰은 L3(지하 3층) 식당가를 제외하고 텅 비어 있었다. 한 소비자는 “직장인이 몰려드는 점심시간에만 붐빈다”며 “평일에는 물건을 구매해도 주차요금이 할인되지 않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점 매장마다 주차비 지원 ‘제각각’

무슨 말일까.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손강호씨는 이렇게 말했다. “의류업체 홀리스터가 국내 최초로 입점했다는 소식을 듣고 몇달전 IFC몰에 방문했다. 10만원이 넘는 집업(zipup) 점퍼를 구매했는데, 주차요금 할인이 전혀 안 되더라. 자라에이치엔엠 같은 대형 SPA 브랜드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IFC몰에 항의를 하니까 식당가에서 1만원 이상을 구매해야 1시간 무료주차가 된다더라.”

IFC몰의 주차규정에 따르면 홀리스터·자라·H&M·망고·맥도날드 등 12개 매장과 모든 스트리트숍 매장은 주차요금 할인혜택(평일 기준)이 없다. 주말에만 1만원 이상 구매시 1시간, 3만원 이상 구매시 2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평일에 많은 제품을 구매해도 시간당 6000원의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 IFC몰 관계자는
“매장별로 임대 계약 조건에 따라 주차요금 지원 여부가 다르다”며 “몇몇 해외 SPA 브랜드 업체의 경우 본사 규정상 주차요금 지원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에 우리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이들에게 공간을 임대해주는 입장”으로 “우리쪽에서 100% 주차비용을 부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IFC몰뿐만이 아니다.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타임스퀘어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이마트·CGV를 제외한 약 200개 매장의 주차요금 할인기준이 제각각이다. 소비자가 매장별로 일일이 주차요금 할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타임스퀘어의 한 잡화매장 직원은 “10만원 금액의 물건을 구매하면 30분 무료 주차권을 준다”고 했다. 근처 다른 브랜드 매장에서는 “5만원어치의 제품을 구매하면 30분 무료 주차권을 준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는 “입점 매장마다 기준이 달라 복잡하다”며 “이마트에서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고 주차료를 할인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엑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메가박스·아쿠아리움(수족관)·반디앤루디스(서점)·토다이(시푸드 레스토랑) 등 몇몇 매장을 제외하고 주차요금 할인을 받을 길이 없다. 30분만 주차해도 2000원을 내야 한다. 15분 이내에 출차한 경우에만 주차요금이 면제된다. 그렇다 보니 꼼수를 부리는 소비자들도 있다. 한 소비자는 “메가박스에서 영화티켓을 구매하면 ‘4시간 주차에 4000원’ 하는 주차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며 “주차티켓을 구매한 후 영화표를 환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몇시간만 주차하겠다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해관계 따라 주차비 달라
 

 

복합쇼핑몰 측은 어쩔 수 없이 주차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타임스퀘어 관계자는 “우리 몰은 무료주차가 없다”며 “매장별로 주차요금 할인 여부가 다른 것은 임대 매장이 직접 주차권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차요금을 몰 차원에서 지원하면 고객은 편할지 몰라도 주변에는 교통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고객이 최대한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타임스퀘어는 지난해 10억8000여만원의 교통유발부담금을 지불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혼잡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시설에 부과하는 경제적 부담금이다. 일반적으로 각층 바닥면적의 합계가 1000㎡ 이상인 시설물은 ㎡당 350원을 부과한다. 다만 주차요금을 유료화하면 이 부담금이 20% 절감된다. 교통유발부담금을 줄이려면 ‘주차요금 무료정책’을 시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차요금 무료정책과 할인정책은 다르다. 대형 몰은 주차요금 유료화로 교통유발부담금을 20% 덜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에겐 주차요금을 할인해주는 데 인색하다. 일부 몰에서는 입점매장이 직접 주차요금을 할인해주고 있다. 비싼 주차요금 탓에 소비자가 줄고 있어서다.

타임스퀘어의 입점매장 관계자는 “몰측에서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주차권을 구매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불황이라 무료주차권을 활용해 손님을 하나라도 더 유치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바로 옆 매장에서는 주차권을 구매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우리가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씁쓸해했다.

복합쇼핑몰의 주차요금은 그 형태와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복합쇼핑몰이 주차요금을 받는 순간 ‘교통유발부담금’이 20% 줄어든다는 거다. 그럼에도 일부 쇼핑몰은 소비자를 위한 주차요금 할인제도를 입점매장에 떠넘기고 있다. 소비자를 볼모로 교통유발금은 덜 내고, 할인시스템의 책임은 입점매장으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복합쇼핑몰 주차요금의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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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요금 해법 찾는 복합쇼핑몰

“두 시간 주차해도 2000원”

소비자들이 복합쇼핑몰을 찾을 때 주차요금이 관건이 되면서 전략적으로 낮은 주차요금을 내건 복합쇼핑몰이 등장하고 있다. 합정역의 메세나폴리스의 경우 최초 1시간 주차요금은 무료, 이후에는 15분당 500원이다. 근처의 대형쇼핑몰 주차요금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오픈때부터 올 3월까지는 아예 주차요금을 받지 않았다. 메세나폴리스 관계자는 “몰 오픈 초기에는 손님을 끌어 모으는 게 관건”이라며 “주차비를 저렴하게 책정해 집객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측에서 복합쇼핑몰을 소유한 경우 주차요금으로 수익을 내기도 한다”며 “메세나폴리스는 분양몰 형태로 주차요금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용산구에 위치한 아이파크몰의 경우 백화점을 제외한 400여개(디지털 파크 포함)의 입점 매장에서 구매한 영수증을 일괄 합산해 주차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보면 아이파크몰에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매장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매장에 차별을 두지 않고 영수증 일괄 합산을 통해 주차요금을 할인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장을 위탁경영을 하게 되면 업체 사정에 따라 주차요금이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자체 운영을 통해 할인 적용 기준을 일원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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