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금융가 외투은행의 구설

▲ 영국금융가의 한 국제 투자은행에서 일하던 인턴사원이 과중한 업무로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제 투자은행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영국 런던금융가에서 국제 투자은행의 비인간적 근로 환경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투자은행 런던 지사에서 일했던 인턴사원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국적의 대학생 모리츠 에르하르트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런던으로 옮겨와 BAML 투자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임시숙소인 아파트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원인은 뇌전증(간질)이다.

7주 일정의 인턴 과정 끝 무렵에 발생한 이 사건은 단순 급사로 묻힐 뻔했다. 하지만 인터넷 인턴 지원자 포럼을 통해 과로사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국제 투자은행의 인턴 근무는 밤샘 작업이 기본일 정도로 업무가 과중해 지원자들의 원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대변인은 모리츠 에르하르트의 사망 원인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에르하르트는 인기가 많았고 매우 성실한 인턴이었다”며 그의 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런던 금융가는 “인턴이 근무가 많아 종종 자정을 넘기는 일이 있지만, 인턴이 2~3일 넘게 밤을 새며 근무하는 건 특이한 경우”라고 전했다. 한 은행가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장 분석가들과 은행 직원들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며 “그러나 인턴은 근무 경험이 많지 않아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크리스 로벅 영국 경영전문대학 카스비즈니스스쿨 초빙교수는 “자아실현이나 고용 불안 등의 이유로 사람들이 구직에 필사적”이라며 “일부 고용주가 이를 악용해 사람들을 자신의 건강 적정선을 넘게 몰아붙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 로벅 교수는 또 “금융 위기로 많은 기관이 감원을 단행하면서 근로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일부 은행들이 고용환경을 이용해 인턴십을 채용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비영리단체 에필렙시 액션은 영국에서 뇌전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약 60만 명이며, 이 중 매년 약 1000명이 뇌전증으로 사망한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심한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등이 뇌전증으로 인한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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