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 시장점유율 급락 이유

한국 식품시장은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다. 세계시장을 평정한 식품 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묵사발이 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요즘은 네슬레가 그렇다. 경쟁업체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뚝 떨어졌다.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가 유독 국내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해외에서 잘나가는 네슬레가 한국시장에서는 유독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네슬레의 매출은 3717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줄어들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264억원, 1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08년까지만 해도 한국네슬레의 영업이익은 129억원, 16.7%의 커피믹스 시장점유율로 업계 2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올 6월 AC닐슨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네슬레의 커피믹스 시장점유율은 3.7%로 뚝 떨어졌다. 2010년 12월, 커피믹스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남양유업이 시장을 재편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올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13.4%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네슬레(네스카페)의 점유율이 고스란히 남양유업으로 넘어갔다”며 “남양유업(프렌치카페)이 광고 마케팅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동서식품(맥심·맥스웰하우스)의 올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79.9%로 2008년(79.6%)과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2010년 12월 커피믹스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남양유업은 광고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었다.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커피믹스하면 ‘김태희 커피’를 떠올리는 이들이 대다수일 정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광고선전비는 2010년 729억에서 2011년 958억원으로 31%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네슬레의 광고선전비는 2010년 496억원에서 2011년 569억원으로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국네슬레가 국내시장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네슬레는 전통이 깊은 글로벌 식품 기업”이라며 “세계시장에서 입지가 단단해 국내시장에 굳이 집중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네슬레의 활약은 엄청나다. 중국, 동남아시아 같은 이머징 마켓에서 지난해 올린 매출은 4조6000여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매년 커피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에서 네슬레의 인스턴트커피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전체 인스턴트커피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약 85%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네슬레가 유독 국내에서만 힘을 못 쓴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네슬레가 국내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국내에서 글로벌 기업 제너럴밀스(하겐다즈) 같은 기업의 인지도가 낮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올 8월 30일, 한국네슬레는 농심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킷캣(Kitkat)·네스퀵 초코웨하스·크런치·폴로·푸르팁스 등 5개 상품군을 농심에 공급하기로 했다. 농심의 유통채널과 마케팅 힘을 빌려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연 위기 돌파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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