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검색시장의 제왕 ‘구글’이 ‘야후’에 밀렸다. 구글 출신 야후 CEO ‘메이어’가 친정에 비수를 꽂은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1년 전 취임할 때만 해도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가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메이어의 ‘엄마노믹스’를 해부했다.

▲ 워킹맘 마리사 메이어 CEO가 친정 구글을 꺾었다. IT업계가 그의 리더십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30일(현지시간). 글로벌 IT업계에 별난 소식이 전해졌다. 야후 신임 최고경영자에 오른 마리사 메이어가 아들을 출산했다는 거였다. 메이어는 야후 CEO에 선임된 지 불과 몇 시간 뒤 임신 사실을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메이어의 남편인 잭 보그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밤 아들이 태어났다”며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고 밝혔다.

메이어는 많은 축하를 받았지만 야후에 대한 시각은 냉정했다. 죽어가는 야후를 한낱 여성 CEO, 그것도 워킹맘이 어떻게 살리겠는가라는 회의론이었다. 13년간 구글의 핵심 임원으로 근무했지만 CEO를 맡은 적이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혔다.

더구나 메이어를 영입하기 전까지 야후는 4년 사이에 CEO를 무려 5번이나 교체하는 등 경영상 난항을 겪었다. 캐롤 바츠 이후 영입된 스콧 톰슨은 학력 위조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사퇴하는 바람에 야후는 ‘CEO들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래서인지 야후 CEO를 맡겠다는 사람이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야후 이사회는 뉴스코퍼레이션에서 디지털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조너선 밀러 전 AOL CEO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퇴짜만 맞았다. 어쩌면 메이어는 ‘대타’ 쯤이었을지 모른다.

그런 메이어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야후가 2년여 만에 미국 검색포털 시장 1위의 자리를 구글로부터 탈환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콤스코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누리꾼 중 야후 접속자 수는 7월 기준 1억9660만명으로 1억9230만명을 기록한 구글을 앞섰다. 3위와 4위는 마이크로소프트(1억7960만명)와 페이스북(1억4230만명)에게 돌아갔다. 기존에는 구글•MSN•야후 순이었다. 중복 접속자를 제외한 야후의 순방문자 수도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메이어로선 친정을 1년 만에 꺾는 기적을 연출한 셈이다.

첫째 원동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에 있다. 메이어는 지난해 7월 야후에 합류한 뒤 지금까지 21개의 벤처기업을 차례로 인수했다. 올 5월 11억 달러(1조2289억원)를 주고 텀블러를 인수했고, 플레이어스케일은 게임 플랫폼을 개발하는 업체인 플레이어스케일도 M&A했다. 흥미로운 것은 인수한 기업의 DNA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야후가 벤처 업체를 인수하면서 자사 서비스 안에 통합한 사례는 3개밖에 없다. 이런 메이어의 ‘독립 플랫폼 유지전략’은 큰 결실을 맺었다. 야후가 인수한 텀블러를 방문한 이용자가 야후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텀블러는 따로 집계됐으며 3836만7000명으로 28위였다. 전문가들은 “텀블러를 방문한 사람들이 야후를 방문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6월 실적발표회에서 메이어는 “텀블러 메일 날씨 뉴스 등의 서비스에 힘입어 모바일과 데스크톱 모든 부문에서 방문자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워킹맘, 야후를 바꾸다

 
다양한 제품을 ‘모바일’에 맞게 변화시킨 것도 효과를 톡톡히 냈다. 특히 태블릿PC용 메일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내놓은 뒤 야후 메일은 전년 동기 대비 방문자 수가 120% 증가했다. 메이어는 야후 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하루하루 반복되는 습관에 초점을 맞춰 생활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웹페이지 디자인도 새롭게 변경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런 파격적 변신은 ‘주주배당계획’까지 철회하면서 개혁을 꾀한 메이어의 리
 
더십이 야후를 살린 것이다.

실제로 메이어가 취임 후 이룬 실적은 괄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주가가 지난해보다 80%가량 상승했다. 사진 공유 앱 플리커를 인수한 후 이용자가 50% 가까이 늘어났다. 웹페이지 사용률도 디자인을 변경한 후 25%가량 증가했다. 올 2분기 야후의 당기순이익 역시 3억3115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2억2663만 달러)에 비해 46%나 증가했다.

 
하지만 야후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무엇보다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10억800만 달러)보다 줄어든 10억700만 달러에 그쳤다. 야후의 매출 감소는 대부분 광고 매출에서 기인했다. 2분기 야후의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은 4억2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줄었다. 검색 광고 매출도 지난해 2분기보다 5% 감소한 4억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미디어 담당 애널리스트인 카스턴 웨이드는 “야후의 광고매출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번스타인리서치의 칼스 키즈너 역시 “메이어가 야후 CEO가 된지 1년이 다 됐지만 디스플레이 광고부문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어는 향후 애드모베이트와 같은 맞춤형 광고 회사를 더 인수해 광고 수익 창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모바일 정보 커뮤니티 매셔블은 이 외에도 야후가 동영상 제작 서비스 업체 큐위키를 사들인 데 이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훌루를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온라인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배당계획까지 철회시켜

메이어의 강한 리더십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메이어는 올 2월 재택근무금지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야후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가장 탁월한 의사결정은 사내복도나 회의실에서 이뤄지는 토론에서 나온다”며 “직원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회사로 다시 출근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를 두고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굴뚝산업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며 비판이 많이 나왔다. 물론 성과는 좋다. 지난 1년간 야후의 이직률이 대폭 감소했으며, 신규 고용이 12%에 이른 점은 희망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야후 직원들 사이에 예전처럼 비관적인 생각은 없어졌다고 메이어의 개혁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메이어의 권위적인 리더십 때문에 직원들이 심리적 갈등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이어 개혁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얘기다.

▲ 죽어가던 야후가 여성 CEO의 힘으로 부활찬가를 부르고 있다.
메이어의 경영 개혁은 아직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메이어는 올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투자자들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신규 서비스와 광고사업이 실적에 반영되려면 1년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죽어가던 야후를 다시 ‘사자’로 만든 메이어. 그의 진짜 심판대는 2014년 세워진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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