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츠카제약의 ‘내 집 같은 회사論’

‘내 집 같은 회사.’ 광고 문구가 아니다. 한국오츠카제약의 캐치프레이즈다. 복지기금을 조성해 사원의 건강과 주거비를 지원하고, 회식이나 접대로 귀가가 늦을 땐 대리운전비까지 지급한다.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다. 직원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 한국오츠카제약은 매년 방학마다 직원 가족을 초청해 공장견학을 진행한다.
2010년 연말. 퇴임식이 열렸다. 중년의 남성이 단상에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20년 동안 한국오츠카제약에서 근무한 직원이었다. “그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가족처럼 지낼 수 있어서 기뻤다.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회사에 감사하다. 진심이다.” 직원은 회사를 떠나면서 ‘눈물’ 대신 ‘미소’를 지었다.

직원의 애사심을 엿볼 수 있는 일화는 또 있다. 한국오츠카제약은 매년 연말이면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동료평가나 성과급평가가 아니다. 내부고객만족도조사(EOS)다. 여기서 내부고객은 ‘직원’이다. 회사가 직원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셈이다. 경기도가 ‘경기도의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사업’에서 밝힌 한국오츠카제약의 EOS 점수는 75점. 300명이 넘는 직원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숫자가 아니다.

한국오츠카제약 관계자는 “회사와 직원 사이에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오츠카제약이 ‘사람을 중시하는 회사’를 표방해왔기 때문”이라며 “1982년 설립부터 지켜온 한국오츠카제약의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성호 한국오츠카제약 대표는 ‘직원과 가까운 사장’으로 유명하다. 문 대표는 직원의 결혼식•제사 등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식성ㆍ취미ㆍ건강을 꿰뚫고 있다. 심지어 직원이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까지 기억한다.

일본에 본사가 있는 한국오츠카제약은 설립 초창기부터 ‘한국의료에 공헌하는 회사’를 내세웠다. 이런 기조는 자연스럽게 가정의 평안과 안정을 우선하는 ‘가족친화경영’으로 이어졌다. 기폭제는 2006년부터 조성된 사내복지기금이었다. 연간 실적과 사우회비를 통해 마련되는 이 기금은 100% 직원을 위해 쓰인다. 용도는 직원의 연금ㆍ경조사ㆍ교육ㆍ문화생활ㆍ학업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직원뿐만 아니라 직원의 가족을 위해서도 기금이 사용된다. 가족건강검진ㆍ주택구입ㆍ임차ㆍ생활안정비 등을 적극 지원한다.

 
 
한국오츠카제약이 직원과 직원의 가족을 챙기는 이유는 별 다른 게 아니다. 회사의 역할이라고 여겨서다. 회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선발된 직원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정당한 평가를 받으려면 회사가 그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내 동호회를 지원하고, 회식이나 접대 등으로 귀가가 늦는 경우 대리운전비를 지급하며, 여성직원을 위해 모유 유축실을 완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경영철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한국오츠카제약은 의미 있는 성과를 얻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전체 인원은 326명. 이 중 여성 직원은 89명으로 전체의 27%에 달한다.

실적도 좋다. 한국오츠카제약은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ㆍ아랍지역 등 11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2009년에는 2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좋은 기업은 월급을 많이 주고 복리후생제도가 잘 갖춰진 곳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성원 간 신뢰, 그 신뢰가 기반인 소통문화, 그리고 소통을 통한 가족친화경영이 펼쳐지는 곳이 좋은 기업이다. ‘가족 같은 기업’ 한국오츠카제약이 이를 증명한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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