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유연근무제 효과

SK이노베이션은 국내를 대표하는 가족친화기업이다. 유연근무제를 확실하게 정착시켰고, 최근엔 스마트워크 시스템도 도입했다. 주목할 점은 이런 노력이 채용시장에서 플러스알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몰려드는 우수인력 덕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을 방문해 직장 내 어린이집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아침 출근길.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물이 불어나면서 버스의 움직임이 더뎌진다. 반대급부로 지하철에 사람들이 몰려 전철역도 북새통이다. 이대로는 지각을 피하기 어렵다. 발을 동동 구르던 직장인들이 하나둘 휴대전화를 꺼낸다. 직장상사나 동료에게 지각사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는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직장인의 모습 중 하나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에 근무하는 직원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유연근무제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연근무제도 중 탄력시간제를 선택해 운영 중이다. 8시간 근무 원칙은 지키되 출ㆍ퇴근시간에 일정부분 융통성을 부여하는 제도다.

유연근무제는 단순히 지각만 없앤 것이 아니다. 육아문제로 아침 여유시간이 필요한 ‘엄마 근로자’의 숨통을 터줬다. 더불어 근로자 가정이 화목해지고, 근무만족도 역시 높아졌다. 유연근무제에서 출발한 SK이노베이션의 융통성 있는 경영은 여성근로자 배려로 발전했고, 이는 가족화목으로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여직원의 결혼ㆍ출산ㆍ육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성보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족돌봄 휴직제’를 도입했다. 회사 내 가족 심리상담실은 활성화됐고 사내어린이집 이용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SK이노베이션의 가족친화경영은 또 있다.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과 가족의 여가 시간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스마트워크란 사무실 근무를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다.

이런 노력을 인정한 정부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에 가족친화우수기업 대통령상을 수여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후 대외이미지가 향상됐음은 물론, 직원들의 자부심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가족친화기업에 다닌다는 뿌듯함으로 직원끼리 소통도 원활해지고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가족친화 이미지는 채용시장에서도 플러스알파로 작용하고 있다. 지원자가 몰리며 우수인재를 찾기가 수월해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엔 ‘초과근무 제로(ZER O) 프로젝트’를 통해 불필요한 야근을 막고, 직원의 자기계발과 가족과 함께하는 풍요로운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처럼 유연근무제를 통해 가족친화를 유도하는 기업은 국내에 흔치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10% 미만이다. 50% 내외를 기록한 미국ㆍ일본ㆍ유럽 등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상공회의소 노사인력팀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고용구조는 남성과 풀타임 정규직을 중심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이라며 “이런 고용구조는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국내 노동시장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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