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의 독특한 가족친화경영

매월 두차례, 오후 5시30분에 퇴근하라고 종용하는 회사가 있다. 매일유업이다. 일찍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배려다. 가족이 화목해야 구성원이 행복하고, 그래야 기업이 산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매일유업이 유업계 최초로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매일유업은 1975년부터 국내 최초로 육아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연간 300회가 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하락은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다.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여성근로자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직업환경’이다. 업무공백 등을 이유로 출산과 육아를 껄끄럽게 생각하는 국내 기업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고 축하금까지 지급하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매일유업이다.

고영빈 과장은 매일유업 생산기획팀에서 근무 중인 30대 여성직장인이다. 그가 넷째 아이를 가졌을 때 주위의 반응은 “회사 그만둬도 먹고살 만한가?” “원래 집안이 부자인가 보다”등이었다. 출산을 회사에서 반가워하지도 않을뿐더러, 아이 넷을 키우며 직장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매일유업은 고 과장에게 300만원의 출산축하금을 지급하며 축하해줬다. 출산 후에는 육아에 필요한 여러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했다. 여성근로자가 편해야 가정과 회사도 발전한다는 ‘가족친화경영’의 일환이었다.

매일유업은 오래전부터 가족친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왔다. 1975년부터 시작된 ‘앱솔루트 맘스쿨’이 대표적이다. 아이를 출산했거나 출산예정인 사내 직원과 영유아를 키우는 일반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육아 강좌프로그램이다. 임신한 여직원을 위한 각종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유업은 여직원이 임신하면 ‘베이비샤워’ 파티를 개최하고 남편과 함께 하는 태교여행 ‘베이비문’을 제공한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매일유업은 2009년 유업계 최초로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2008년부터 시작된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는 탄력적 근무와 출산ㆍ양육ㆍ교육지원 등을 통해 직원ㆍ가족복지를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 관계자는 “가족친화인증은 기업의 대외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며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중소ㆍ중견기업에는 대출금리 인하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1975년부터 육아강좌 시행

 

가족친화기업 인증의 유효기간은 3년이지만 2년간 연장이 가능하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연장심사를 통과해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여직원들이 자유롭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매일유업은 일반직원에게도 각종 가족초청행사와 가족과 함께 하는 문화공연 등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매일유업의 새로운 가족친화프로젝트는 ‘패밀리데이’ 제도다. 매월 둘째ㆍ넷째 수요일을 패밀리데이로 지정해 조기퇴근을 유도하는 것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패밀리데이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전 직원이 예외 없이 5시30분에 회사문을 나서야 한다”며 “일찍 퇴근하는 대신 가족과 함께하라는 회사 측의 배려”라고 말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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