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총수 회동 그 후…

▲ 박근혜 대통령은 8월 28일 청와대에서 대기업 회장단과 오찬을 가졌다.(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총수를 달래느라 급급했다.” 8월 28일 대통령과 총수의 만남을 지켜본 야당 관계자의 일침이다. “기업의 투자 심리가 회복될 전망이다.” 같은 자리에 있던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다른 말 같지만 공통점이 있다. ‘경제민주화’ 분위기가 기업을 옥죄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끝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8월 28일 국내 10대 그룹 총수와 오찬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다. 경제민주화를 빌미로 규제를 강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사실이라면 ‘총수 달래기 화법’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10대 그룹 총수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올 4월 초에 30대 그룹이 149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과 12만8000명의 신규 채용계획을 발표한 것이 경기부양 노력에 큰 힘이 됐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규제 전반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새로 도입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 약속했다.

재계는 대통령과 총수의 회동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오찬간담회가 정부와 재계가 손을 맞잡고 경제활성화에 나서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쳤다. 이 자리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창근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조양호 한진 회장, 홍기준 한화 부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GS 회장(전경련 회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재계는 박 대통령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을 신중히 추진하고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자리였다”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 등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대기업에 항복 선언을 한 것이란 지적이다.

대통령과 총수의 만남 자체는 화기애애했지만 서로가 입에 담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법안을 비롯한 다양한 규제의 완화를 시사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법개정안의 경우 일부 수정 움직임이 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상법개정안은 박 대통령의 공약에도 포함돼 있어 재계의 바람만큼 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다수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야당과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아 조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도 약속한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완벽하게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의 여파로 경기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 약속을 이행하기는 쉽지 않을 게 뻔해서다.
이기현 기자 Lk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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