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8 대책 이후 경매법정 가보니…
9월 10일 오전 9시 5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별관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211호 경매법정 출입구는 경매정보지와 경락대금대출 전단지를 나눠주는 경매업계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경매절차는 10시부터 시작됐다. 담당판사의 주의사항 설명이 5분 정도 이어진 뒤 입찰시간이 주어졌다. 입찰 마감시간은 11시10분까지다.
이날 경매 물건은 모두 30여 건이었다. 90억원대 빌딩에서부터 4000만원대 다세대주택까지 다양하다. 응찰자는 재판석 앞 단상위에 놓인 권리분석서류들을 관람한 뒤 입찰가를 써 내면 된다.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나가 수십 건의 권리분석 서류를 뒤적인다.
“어느 종류의 물건에 관심 있어 왔냐고요? 대체 그런 걸 왜 물어요!” 경매에 참여한 50대 남성이 짜증을 내며 쏘아붙인다. 실수였다. 개찰이 시작되기 전까진 모두가 경쟁자다. 말을 붙인 사람이 취재목적인 기자여도 예외는 없다. 권리분석서류를 관람하는 것도 진짜 관심 있는 물건을 살피는 것인지, 아니면 상관없는 물건을 뒤적거리며 연막작전을 피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11시10분, 드디어 개찰이 시작됐다. 산만하던 법정분위기가 일순간 팽팽해졌다. 듬성듬성하던 200여 좌석도 어느새 꽉 채워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널널했는데 8ㆍ28대책 이후 관람석에 자리가 없다”는 한 경매전단지 직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8월말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경매 응찰자수는 6.2명으로 집계됐다. 6월 5.2명, 7월 5.7명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대책 직후인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79.3%다. 대책 이전인 8월 1일~28일 사이의 평균 낙찰가율 77.5%에 비해 1.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취득세감면 마감을 앞둔 4~5월 경매거래가 늘었다가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8ㆍ28대책 발표 이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가장 인기 있었던 경매물건은 역시 아파트였다.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143㎡(약 43평)아파트에 모두 10명이 응찰했다. 감정가는 5억9000만원이었으나 2차례 유찰돼 3억7760만원에 매물로 나온 아파트다. 낙찰가는 감정가의 73.3%인 4억3250만원이었다. 차순위 입찰가는 4억3009만원이었다. 낙찰에 실패한 40대 여성이 신경질적으로 입찰봉투를 찢으며 법정을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음으로 인기 있던 물건은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소형빌라였다. 감정가 7300만원이었으나 3차례 유찰된 끝에 3737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모두 7명이 경매에 참여해 502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68.7%다.
이처럼 경매는 일반매매보다 저렴한 값에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싸게 취할 수 있는 대신 곳곳에 난관이 있다. 등기부등본에 드러나지 않는 유치권, 법정지상권, 대항력 있는 임차인 등은 확인하기 힘든 권리여서 완전한 소유권 취득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유찰로 저렴해졌다고 무턱대고 참여하다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선순위 임차인 등 권리관계를 잘 파악해 신중하게 경매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 | @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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