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와 수출방식 상관관계

▲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 우려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경기침체가 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수출품을 잘 살펴보면 위기는 기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주요 수출품이 ‘중간재’기 때문이다.

올 4월 이후 국내 수출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띠고 있다. 대對미국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대유럽수출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문제는 올 7~8월 회복세를 보이던 대아시아 신흥국 수출이 침체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출경기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아시아 신흥국 수출비중은 전체의 39%에 이른다. 일부의 예상대로 아시아 신흥국의 경기가 위축되면 한국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아시아 신흥국에 수출하는 제품이 미국ㆍ유럽과는 상반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해외직접투자금액은 2004년부터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를 밑돌던 해외직접투자금액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5%로 늘어났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 지역의 해외직접투자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1년을 기준으로 해외직접투자금액 비중을 보면, 아시아 45%, 북미 19%, 유럽 16%다. 주목할 점은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큰 국가의 대수출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상단에 있는 첫째 그래프를 보면 해외직접투자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은 수출비중도 가장 크다.

국내 기업의 독특한 투자방식

 
그런데 한국의 해외투자방식은 독특한 특징이 있다. 해외직접투자 방식은 크게 M& A(인수ㆍ합병)와 그린필드(현지공장 설립)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국내 제조기업들은 해외직접투자의 80%가량을 그린필드 방식으로 진행한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할 때 ‘그린필드 방식’을 선호한다. 기업들이 현지에 공장을 짓는 형태로 투자가 진행됐다는 것이고, 아시아 신흥국의 낮은 임금수준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ㆍ필리핀ㆍ인도네시아ㆍ인도 등에 수출하는 품목 중 중간재의 수출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시사해서다. 국내 전체 수출품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3%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대아시아 4개국 중간재 수출비중은 64%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수출된 중간재는 이들 국가에서 조립돼 최종 소비재 제품이 되고, 미국ㆍ유럽ㆍ중국 등으로 재수출된다. 이에 따라 인도, 인도네이사 등 아시아 신흥국의 경기가 침체하더라도 한국의 수출실적이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기업의 수출품이 최종 소비재 제품이 아니라 중간재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체감경기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간재 수출이 많은 우리로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재만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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