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생산업체 ‘만성 인력난’

중소기업이 ‘만성 인력난’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 생산업체의 인력부족률이 심각하다. ‘취직을 못할지언정 험한 일은 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작용해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이 또한 애로사항이 많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산 넘어 산’이다.

▲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6곳이 만성 인력난을 겪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자동차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김명호(가명)씨. 김씨는 최근 20대 중반의 신입사원 A씨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A씨는 처음 취직했을 때 성실하게 근무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자 불성실한 근무태도로 일관했다. 출근시간을 어기는 것은 그나마 양반에 속했다. 점심시간 이후 근무지를 이탈하고, 근무시간 이후 잔업을 할 때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시간을 때우기 일쑤였다. 김씨는 나이가 어린 A씨가 직장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독였다. ‘취직을 못한 젊은이들에 비하면 상황이 좋지 않으냐’는 격려도 수차례 했다. 심지어 올 7월엔 이틀간의 하계휴가까지 줬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휴가를 다녀온 A씨가 뜬금없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한 것이었다. 결국 김씨는 A씨를 퇴사처리했고, 노동부에 신고를 마쳤다. 곧바로 인근 직업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20대 후반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하지만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김씨는 사표를 수리했다. 3개월마다 퇴사처리를 하는 꼴이다. 김씨는 “일이 고되고 힘들긴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끈기가 너무 없는 것 같다”며 “교육기관과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인턴제도 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9월 9일 발표한 ‘2013 중소기업 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6%가 인력증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특히 ‘인력수급이 걱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36.0%인 반면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0.4%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인력난을 호소하는 셈이다.

문제는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1~5인 기업의 인력부족률은 26.2%이었고, 6~10인 기업의 인력부족률은 20.1%이었다. 11~50인 기업은 11.1%로 그 뒤를 이었다.

중소제조업체의 현재 근무인원은 평균 24.84명으로 조사됐다. 업체당 평균 2.65명이 부족했다. 이 중 생산직 인력부족률은 11.7%로 사무직(3.0%)에 비해 상황이 심각했다. 한국표준산업분류를 기준으로 소분류 80개 업종 중 비료ㆍ질소화합물 제조업(23.91%)의 인력부족률이 가장 심각했다. 신발ㆍ신발부품 제조업(23.08%)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원인은 내국인 고용이 어려운 점도 한몫했다. 설문에 응한 중소기업 CEO 가운데 52.6%는 ‘높은 눈높이 때문에 내국인을 고용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해결방안으로 외국인력을 고용하는 업체는 81.3%에 달했다.

그렇다고 외국인 근로자가 해결책인 것도 아니다. 불성실한 외국인 근로자로 인해 기업경영에 애로가 많다는 답변도 많았다. 응답자의 27.9%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제재수단이 부재하다’고 밝혔고, ‘사업장변경 제도 개선(20.7%)’ ‘성실근로자에 대한 취업교육 강화(14.8%)’ ‘외국인 고용제한 완화(12.1%)’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신규외국인력 도입쿼터를 확대하고, 고용주에게 불리한 사업장 변경제한과 불성실한 외국인근로자를 제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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