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쉐어링 이용해보니…

현대차ㆍ한국GMㆍ르노삼성 등 완성차업체가 전기차를 양산할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도 지난해 전기차를 시간단위로 빌려주는 ‘전기차 쉐어링’을 시작했다. 전기차 쉐어링이 시작된 지 1년. 쉐어링에 대한 이용자의 평가는 어떨까. The Scoop가 직접 이용해 봤다.
 

▲ 서울 명동에 위치한 전기차 대여소에서 한 이용자가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전기차 쉐어링이 저렴하다고 해서 이용해봤는데 조금 부담스럽네요.” 9월 초 급한 업무 때문에 전기차 쉐어링을 이용한 직장인 박민규(32ㆍ가명)씨. 그는 전기차 쉐어링을 시간당 6000원을 주고 5시간 이용했다. 박씨는 “전기차 쉐어링은 서비스 질에 비해 가격이 높았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무인시스템으로 이뤄지는 서비스 역시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전기자동차 쉐어링(자동차 공동이용)은 전기차를 시간단위로 필요한 만큼 쓰고 반납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됐다. 3개월 간 무료로 서비스가 이뤄졌고, 12월 3일부터 유료화됐다. 카쉐어링 제도는 도시인구 증가와 자동차 보유대수의 급증으로 인한 환경ㆍ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됐다.

전기차 쉐어링을 운영하는 업체는 전기차공동이용서비스, 씨티카, 한국카쉐어링, 한국카셰어링소비자협동조합 등이다. 이 중 전기차 공동이용서비스는 산업통상자원부, 씨티카는 LG CNS의 자회사인 에버온이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쉐어링은 모두 무인으로 운영된다. 업체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업체마다 쉐어링을 이용할 수 있는 나이가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씨티카의 경우 만 21세 이상 운전면허취득일 1년 이상자를 기준으로 두고 있다.

전기차 쉐어링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가 여러 곳이다 보니 전기차를 대여하는 장소도 다르다. 각 회사 홈페이지에서 대여 장소를 직접 확인해야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하철역 근처 공영주차장에서 전기차 쉐어링을 이용할 수 있다. 씨티카는 시청역ㆍ서울역ㆍ타임스퀘어 등 45곳에서 쉐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충전소 인프라는 어떨까. 씨티카에 따르면 현재 서울ㆍ고양ㆍ인천 등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급속충전소는 약 65개다. 서울에는 충전소들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났을 경우 충전소간 거리가 멀다. 전기차 레이는 100% 충전 시 최대 이동 거리가 80~100㎞다. 전기차를 쉐어링해 수도권을 나갔을 경우 자칫 서울로 돌아오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8월 19일 씨티카의 전기차 레이를 온라인으로 예약했다. 코스는 잠실~충무로~상암동 월드컵경기장~한강공원 반포지구로 정했다. 레이가 완충 기준 최소 80㎞를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한 거리로 잡았다.

8월 20일 오전 8시 30분. 대여시간 30분 전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차량번호와 차량 위치, 결제 방법 등 이용에 관한 자세한 정보였다. 이용요금 결제는 후불이었다. 사전에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로 결제가 되는 시스템이다. 이용시간을 초과하거나 반납장소를 지키지 않는 등 이용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결제 시 벌금도 함께 부과된다. 문자메시지에 적힌 공지사항을 보며 대여한 전기차를 타러가기 위해 잠실역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무인 시스템, 관리 소홀

주차장 지하 2층으로 가니 전기차 레이 2대가 있었다. 사전에 등록된 인증카드(T머니 카드)를 유리창 단말기에 찍자 문이 열렸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시동을 켜기 위해 자동차 열쇠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 열쇠는 뒷좌석 바닥에 있었다. 이전 사용자가 떨어뜨려놓은 것이 그대로 방치된 것이다. 또한 차 내부 바닥도 모래가 치워지지 않은 채 있었고, 차량에 워셔액도 없었다. 무인 시스템의 역효과다.

내비게이션에 충무로역을 찍고 출발했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10분 정도 달리자 전기량이 20칸 가운데 1칸이 소모됐다. 생각보다 전기가 빨리 닳아 놀랐다. 사당으로 가기 위해 남산터널을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경부고속도로 제한속도인 100㎞까지 달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속도를 낼수록 전기량이 급격하게 소진됐다.

사당역 근처에 도착해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했다. 차량 흐름이 좋은 강변북로를 이용했다. 강변북로 양화대교 부근에서 전기량이 45%까지 떨어졌다. 차가 방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급속 충전소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봤다.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차량에 비치된 내비게이션에 충전소 위치가 나와 있으나 부정확했기 때문이다. 씨티카가 자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충전소 리스트를 이용할 것을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월드컵경기장IC 부근을 지나면서 차를 갓길에 정차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씨티카 홈페이지에서 충전소 위치를 확인했다.

 
다행히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홈플러스에 충전소가 있었다. 하지만 다시 문제가 생겼다. 홈플러스 충전 구역에 전기차가 아닌 일반 자동차가 있었다. 주차구역이 전기차 전용이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또 다른 충전소에는 아예 전기 충전기 전원이 꺼져있는 경우도 있었다.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관리하는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세워놓는 차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처럼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도 법으로 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쉐어링을 하는 동안 총 110㎞를 달렸다. 급속충전도 2번이나 했다. 완충 기준 최소 80㎞를 간다는 말보다 좋지 못한 연비다. 쉐어링을 이용하는 동안 문제점도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대비 서비스 품질이다. 충전기가 차량에 꽂혀있지 않는 것부터 실내 청소나 찌그러짐 등 세세한 차량관리가 되지 않았다.

이용자가 직접 가서 빌리고 같은 장소에 반납해야하는 시스템도 개선할 여지가 있어 보였다. 불편할 뿐만 아니라 금전적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운전시간은 1시간이어도 반납시간을 기준으로 금액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편도로 이용할 경우 이용요금 외에 부담금 2만원이 사용자에게 추가로 발생한다.

전기차 쉐어링을 운영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부담금은 구역에 배치된 전기차를 다시 가져다 놓는 데 쓰이며 이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전기차 차량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서비스 요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여 비용 너무 비싸

가격이 비싸다보니 전기차 쉐어링보다 차라리 가스차를 빌리는 게 더 낫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전기차를 하루 빌리는 데 비용은 약 6만~7만원이 든다. 렌터카 역시 6만원이면 24시간을 빌릴 수 있다. 실질적으로 추가되는 비용은 가스 값이다. 전기 충전소가 부족해 서울지역을 못 벗어나는 전기차보다 낫다.

일반차 쉐어링과 비교해도 전기차 쉐어링이 비싸다. 일반차를 쉐어링하는 한 업체는 평일 주간을 기준으로 시간당 3200원의 비용을 받는다. 전기차 쉐어링보다 2배정도 싸다. 전기차를 이용한 한 이용자는 “차라리 가스 값 1만~2만원 더 주고 차량관리가 잘 된 렌터카를 빌리는 게 낫다”며 “렌터카를 이용하면 서울 전 지역 배ㆍ회차 서비스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지 않느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승호 대학생 인턴기자 note@thescoop.co.kr|@yoo_se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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