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값 인상한 유가공업체의 이상한 변명

우유값이 들썩이고 있다. 대부분의 유가공업체가 우유값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가공유와 유제품, 우유가 들어간 식품가격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고물가 때문에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소비자는 심기가 불편하다. 그러자 유가공업체는 대형마트 탓을 하고 나섰다.

▲ 유가공업체들의 우유값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 업체의 흰우유 L당 가격은 200원 이상 올랐다.
9월 26일. 충무로 지역의 한 편의점. 빙그레 바나나우유가 놓여 있는 선반 아래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다. 편의점주는 “1200원이던 바나나 우유 가격이 오늘부터 1300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표를 다시 붙여야 해서 떼어 놨다”며 “대부분 브랜드의 흰우유 값은 거의 다 올랐고 가공유나 요플레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우유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약 두달간 지지부진했던 우유값 인상은 서울우유를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인상되고 있다. 제주도 등 지역 유업체까지 가격을 올리고 나섰다.

서울우유는 올 8월 30일 종전 L당 2300원이던 흰우유 가격을 2520원으로 9.5% 올렸다. 서울우유가 가격을 인상하자 다른 유업체들이 뒤질세라 가격인상에 나섰다. L당 흰우유 값을 기준으로 동원 F&B가 244원, 매일유업은 200원, 빙그레는 170원 올렸다. 9월 27일 남양유업이 우유값을 200원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대부분 유업체가 우유 가격을 인상했다.

이번 우유값 인상을 두고 소비자 사이에서는 불만이 텨저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물가가 치솟고 있는 판에 우유값까지 올라서다.

 
우유값 인상은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가공유와 발효유 등 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어서다. 빙그레의 경우 편의점에서 팔리는 바나나우유 값이 종전보다 100원(8.3%) 오른 1300원에, 요플레 멀티(4개입) 제품은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랐다. 서울우유는 200L 초코우유와 딸기우유를 종전 650원에서 730원으로 12.3% 인상했다.

과자·빵·아이스크림·커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식품의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제빵·아이스크림 업계 역시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 라떼’ ‘카푸치노’ 등 우유를 많이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의 가격 인상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우유값 인상이 지나치다’며 우유업체와 유통업체들을 불러 긴급 간담회를 가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단협은 9월 24일 열린 좌담회에서 제조·유통업계 측에 145원 이상의 인상분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통보했다. 원유 가격연동제로 인한 인상분 106원과 유가공협회에서 제시한 가공비 39원를 합친 145원이 공장도 가격이라는 것이다.

유가공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유값 인상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다른 업체의 행보를 지켜보거나 정부의 눈치를 봐왔다는 이유에서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2011년 원유값이 인상됐을 때를 제외하곤 2008년 이후 첫 가격 인상”이라며 “원유값 이외에도 기타 비용 상승분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업체 안팎에선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의 마진율에 문제가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유가공업체들은 소비자 가격을 200원 인상하면 55원의 마진은 대형마트가 가져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유값 인상의 후폭풍을 마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는 유가공업체가 꼼수를 부린다며 발끈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리도 제조업체로부터 납품을 받는 입장이라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며 “이번 우유값 인상으로 이익률이 이전보다 1% 줄어 들어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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