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사회」

 
양극화를 피할 수 있는 ‘복지 지도’

‘양극화 얘기는 이제 질린다’고 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양극화의 심각성을 떠들어대서다. 하지만 각종 매체에서 양극화를 거론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양극화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벌써부터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양극화를 주제로 삼은 또 한권의 책이 나왔다. 저자는 일본의 권위 있는 경제전문가다. 저자의 주장은 아주 간단하다. “양극화라는 가시덤불이 있다. 우리는 모르고 가다가 그 덤불에 상처를 입었다. 많이 아팠다. 상처가 아무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많은 후유증이 남았다. 덤불을 빠져나오니 덤불을 피해갈 수 있는 지도가 있더라. 자, 우리가 얻은 지도를 줄 테니 참고해라.”

이전에도 비슷한 지도를 내주는 이들은 많았다. ‘복지’라는 이름의 지도다. 문제는 우리가 그 지도를 내팽개치고 뚜벅뚜벅 덤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거다. 이 때문에 저자는 복지라는 지도의 우수함보다 양극화의 가시에 찔리면 얼마나 아픈지,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등에 대해 상세히 적고 있다. 반면교사를 하라는 것이다.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비정규직을 이대로 계속 두고 볼 것인지, 늘어가는 가계빚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빈곤층의 확산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소득 없이 수십년을 더 살지 모르는 노인의 생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정치인부터 읽어봐야 할 책이다. 

<Recommendation>

「아동기의 철학」
개러스 매슈스 저, 남기창 옮김 | 필로소픽

“내 신랑감은 엄마가 골라줘. 엄마가 아빠를 골랐던 것처럼.” 가끔 어른을 깜짝 놀라게 하는 아이들 같지 않은 아이들의 언어를 접해본 적 있을 것이다. 많은 철학자는 아이들이 철학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 알려줌으로써 철학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당신의 아이도 철학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채 전쟁」
홍성만ㆍ송명관 저 | 나름북스
자본주의의 이면에 숨은 진실을 파헤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 역시 같은 맥락이다. 키워드는 부채다. 저자는 이 키워드로 자본주의의 구석구석을 해부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자본주의의 역사를 부채로 인해 허덕이는 99%와 채권을 통해 지배자가 된 1%로 풀어낸다. 그리고 ‘99%가 안고 있는 빚은 누구의 것이고, 누가 갚아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국정원을 말한다」
신경민ㆍ고충석 저 | 메디치미디어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된 국가정보원. 이 책은 지난해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조사했던 현직 야당 국회의원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가며 겪었던 것을 기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색을 띠고 있다. 다만 다분히 많은 증거가 있어도 대놓고 진실을 감추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국정원이 과연 누굴 위한 기관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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