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비만 Exit

할아버지 기억이 없는 필자다 보니 증조할아버지 기억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아버지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는 분명히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다. 신석기 시대를 1만여년 전으로 보고,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아보자. 신석시 시대에 살았던 할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대략 330명의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계바늘을 10만년쯤으로 돌리면 어떻게 될까. 3300명 정도의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잡고 이어져 내려왔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설정을 한번 해보자. 그들 중 한명이 후손을 낳기 전 이런저런 연유로 생사를 달리했다면 그 고리는 어떻게 될까. 중간에 끊어져 더 이상 내려오지 못하고, 지금의 나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의 존재만 필요했던 건 아니다. 어머니도 있어야 한다. 아기를 가진 후 300여일의 시간을 흉년ㆍ홍수 등 천재지변과 각종 동물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지킨 후 무사히 나의 아버지를 출산했을 어머니 말이다. 그 유구한 세월의 연결고리가 단 한개도 빠지지 않고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결국은 뒷집에 살고 있는 내 친구도, 나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도 모두가 기적 그 자체인 것이다.

▲ 가공식품에 들어간 각종 화학첨가물은 지방에 녹아들어 비만의 원인이 된다.
지구상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0.01%의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우리가 얼마나 강한 존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가 의약품 또는 비자연적인 식품을 피하고서도 충분히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이유다.

필자는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은 잘못된 게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몸에 적합하지 않은 음식이 우리의 몸에 들어와 얼마나 효율적으로 에너지로 쓰이겠는가. 관심을 가지고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을 먹고 음료수를 마시는 어린 학생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밤길에 여성이 칼에 맞으면 큰 뉴스가 되지만 대한민국 사람 3명 중 1명이 암에 걸려 사망하는 것은 뉴스 축에도 끼지 못한다.

원인을 찾아야 하지만 아무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듯하다. 가공식품에 포함돼 있는 각종 첨가물은 우리 몸의 지방에 녹아들어 비만의 원인이 된다. 현대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암의 원인이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인류는 흉년ㆍ전염병ㆍ맹수의 공격 등 생존을 위협하는 많은 요소를 차례로 극복해 나가며 40세에 불과했던 평균 수명을 배로 늘리는 데에 성공했다. 안정된 주거환경과 상ㆍ하수도의 보급도 인간의 장수 요인이다. 늘 부족해서 대다수가 굶주림에 시달리던 식량난도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어느 정도 극복했다.

그러나 이제는 양보다도 음식의 질이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화학적 첨가물 범벅인 음식을 먹는 어린이가 우리보다 장수할 수 있을까. 장구한 세월을 이어져 내려온 그 고리를 제대로 이어 나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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