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 출신 CEO’ 양병무 JEI재능교육 대표

학자에서 CEO로 변신한 이가 있다. 양병무 JEI재능교육 대표다. 2010년 5월 재능교육 대표에 오른 그는 직원과의 소통을 위한 ‘행복경영편지’, 전국 지사를 누비는 ‘현장경영’을 통해 회사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5년8개월 동안 지속된 노사갈등의 고리도 풀어냈다. 10월 1일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에서 양병무 대표를 만났다.

▲ 학자 출신 CEO인 양병무 대표는 현장을 알기 위해 스스로 배움을 선택했다.
170여통의 ‘행복경영편지’. 양병무(59) JEI재능교육 대표가 3년4개월 동안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양병무 대표는 2010년 5월 재능교육 대표에 취임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매주 월요일 직원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전국에 있는 5200여명의 직원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양 대표는 “말하고 싶은 내용을 직원 한명 한명에게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직원들이 편지를 읽고 대표가 말하고자하는 핵심을 이해하고 그들 역시 댓글을 써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양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는 뇌성마비 장애아를 세계적인 교수로 만든 교사에 대한 내용이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한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발표 예외’라는 ‘잘못된 배려’를 받고 있는 것을 본 교사가 그에게 발표를 시키며 당당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 얘기다. 이를 통해 양 대표는 “재능교육 교사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나아갈 길을 어떻게 보여주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통방식이 독특한 양 대표는 이력도 흥미롭다. 학자에서 CEO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임 연구원,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원장, 서울사이버대학교 부총장을 지낸 그는 2010년 5월 학습교육업체인 재능교육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론전문가인 양 대표가 교육시장에 발을 내디딘 이유는 뭘까. “재능교육에 10년 동안 자문위원으로 있었다. 그런데 박성훈 재능교육 회장이 회사를 맡아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재능교육의 교육 철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받아들였다. 어린 꿈나무들에게 공부하는 습관, 나아가 성공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이제는 아이들만 보면 가슴이 뛴다.”

 
하지만 학자에서 CEO로 변신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취임 초 ‘이론전문가가 뭘 할 수 있겠냐’는 얘기가 회사 안팎에서 떠돌았다. 하지만 양 대표는 귀를 닫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양 대표는 “재능교육에 처음 왔을 때 학자가 대표로 온 것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분위기였다”며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박성훈 회장을 비롯해 다른 계열사 대표, 직원 등 주위의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우선 ‘현장 경영’에 집중했다. 이론을 알고 있어도 현장을 모르면 실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취임 직후 전국에 있는 재능교육 지사를 돌기 시작했다. 서울 혜화동 본사로 우수교사를 불러 상을 주는 ‘재능교육상’을 자신이 직접 지사로 찾아가는 형태로 바꾼 것이다. 지사에서 일하는 교사와 관리직원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서다.

양 대표는 “기존 시상식에선 교사들이 서울로 와서 상을 받고 점심을 함께 먹은 후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기 바빴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지방으로 직접 찾아가 상을 주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소통 위해 ‘행복경영편지’ 보내

양 대표는 그렇게 3년 동안 현장을 찾으며 직원들과 어울렸다. 그러자 ‘1등을 해서 우리 지점으로 양병무 대표가 방문하게 하자’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양 대표의 현장경영이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양 대표의 ‘찾아가는 시상식’은 상을 주고 간담회를 여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양 대표는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듣고, 곧바로 피드백을 했다. 양 대표는 “비서와 함께 전국 지점을 다니며 건의사항을 바로 본사로 보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확실하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 되는 문제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전했다”며 “시간이 걸려서라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장기 과제로 뒀다”고 덧붙였다.

양 대표는 간담회에서 교사들과 일하면서 느낀 보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학습지 교사는 특수고용직(개인사업자)으로 학교 교사와는 사회적으로 대우가 틀리다. 이 때문에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똑같지만 자부심이 약한 편이다. 양 대표는 보람있는 이야기를 하며 교사들의 프라이드를 키워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재능교육 교사들에게 드림코치, 성공습관 지도자, 학습 컨설턴트가 될 것을 강조한다.

▲ 양병무 대표는 풍부한 경영·노무 이론을 바탕으로 재능교육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게 재능교육의 철학이자 목표다.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은 주로 4살부터 초등학교 학생으로 습관을 기르는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이다. 대부분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우리가 이를 잡아주고, 성공할 수 있는 습관과 자세를 길러줘야 한다.”

그 결과 재능교육의 실적은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양 대표가 변화의 초석을 놓은 2011년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2010년(70억원)보다 50억원가량 떨어졌지만 실적은 금세 껑충 뛰어올랐다. 재능교육은 2012년 매출 2425억원, 영업이익 83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안정을 찾자 양 대표는 노사문제에 집중했다. 양 대표가 회사 대표로 취임했을 당시 재능교육 노조는 매일같이 혜화동 본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시위를 했다. 올 2월부터는 회사 맞은편에 있는 성당 종탑에 올라 시위 강도를 높였다. 회사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양 대표는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니 교사 모집이 잘 되지 않고 학부모들도 재능교육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이는 고스란히 실적으로 연결됐고,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5년8개월간 지속된 노사 갈등 풀어내

이런 노사문제는 올 8월 해결됐다. 5년 8개월 만에 노사 갈등의 문제를 푼 것이다. 양 대표는 “노조에 법적으로 대응하다 이를 뛰어넘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노조의 요구방안을 수용했고 노사간 공감대가 형성되며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노사관계가 ‘걸림돌’이었다면 이제는 회사 성장의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학습지시장 4강 체제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이냐다. 현재 재능교육의 스스로 학습지는 구몬(교원)ㆍ눈높이(대교)ㆍ씽크빅(웅진)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양 대표는 ‘십자형 성장전략’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로축 성장전략은 능력 진단을 통한 개인별 맞춤 교육이다. 수학ㆍ영어ㆍ한자ㆍ중국어 수업에서 학생(초등학교 4학년 중심)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세로축은 아래로는 태교부터 위로는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교육이다. 재능교육의 사업 확장 방안이다. 이를 위해 재능교육은 한글ㆍ영어ㆍ중국어를 읽어주는 ‘스스로펜’을 개발했고, 온라인 학습지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양 대표는 “학습지 시장이 저출산 문제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앞으로 단계적으로 연령을 내리고 올려 재능교육의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자 출신 CEO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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