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소녀시대, 몸은 패티김
마음은 소녀시대, 몸은 패티김
  • 이병진 발행인
  • 호수 62
  • 승인 2013.10.1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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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170㎝의 키로 자유자재로 덩크슛을 하는 NBA 농구선수 스퍼드 웹의 유연성이야말로 골프에서 요구되는 장타비결이다. 그러나 화이트 칼라에게 스윙의 정석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1986년 NBA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우승후보는 단 두명,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과 유타 재즈의 도미니크 윌킨스였다. 윌킨스는 이미 ‘역사상 최고수준의 덩크 슈터’란 평가를 받은 선수였고, 조던은 구차하게 설명할 것도 없는 선수다.

놀랍게도 투표로 뽑힌 우승자는 애틀랜타 호크스의 스퍼드 웹이란 선수였다. 170㎝. NBA 무대에서 그는 너무 작아 선수들이 뒤엉키면 떨어뜨린 바늘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덩크 슛을 자유자제로 구사했다. 점프 때 머리가 백보드에 부딪힌 경우도 있었다. 공중에서 회전해 투핸드 덩크를 성공시키는 장면에서 “저게 인간인가?”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웹의 특징은 긴 팔과 허리 유연성이다. 그는 마치 귀여운 새끼 고릴라처럼 팔이 길었다. 120㎝에 달하는 서전트 점프와 긴 팔로 보통 선수보다 적어도 30㎝이상은 따고 들어갔으니 덩크 슛을 자유자재로 할 수밖에. 덩크 슛이나 패스를 받을 때면 어깨가 150도 이상 뒤틀리기도 했다. 마이클 조던의 허리 유연성도 장난 아니다. 선 자세에서 옆으로 허리를 꺾어 바닥에 놓인 농구 공을 집어 들 정도였다.

▲ 골프에서 장타는 힘이 아니라 유연성에서 나온다.
필자는 웹이나 조던이 골프선수였다 해도 못지않게 대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프에서 장타는 헤라클레스의 힘이 아니라 얼마나 몸을 꽈배기처럼 꽈서, 스프링처럼 일시에 풀어내는 능력이 발휘될 때 나온다. 팔이 길고 쭉 뻗은 상태이면 더할 나위없다. 이때 하체가 단단히 받쳐주면 최고의 장타가 나온다. 웹과 조던은 이 조건을 완벽히 갖췄다.

실제 조던은 시카고 불스를 3연속 NBA 시즌 챔피언으로 올려놓은 1993년 느닷없이 “프로골퍼가 되겠다”고 선언해 농구팬과 불스 구단이 경악했는데, 골프 도박 연루 스캔들 때문에 아쉽게도(?) 골프선수가 되지 못했다.

주말골퍼로 돌아가면, 위의 사례를 열거하면서 “백 스윙 때 왼팔을 곧게 펴고, 어깨를 최대한 뒤틀며, 다운스윙 때 스프링처럼 강력하게 풀어줘라”는 레슨이라면 100% 정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100% 틀린 얘기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조건이 붙어야 한다.
 
스퍼드 웹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깨가 90도 이상 돌아갈 수 있는 유연성과 다운 스윙 순간 클럽 헤드에 모든 파워가 집중되도록 어깨와 허리 근육이 일시에 풀어져 헤드가 던져질 때 체중이 따라가지(스웨이) 않을 정도의 강력한 하체 근육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주말골퍼의 거의 100%는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가 없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40, 50대의 운동량이 크게 부족한 화이트칼라 골퍼에게 레슨한답시고 “어깨를 더 돌리시죠”라든가, “왼팔을 더 쭉 펴세요!” 같은 조언을 하는 동반자를 보면 화가 날 정도다. 마음은 소녀시대이지만, 몸은 패티김인데 될 리가 없다.

사실 필자는 연습 때는 그렇게 한다. 아파트 단지 안에 주민을 위한 무료 연습장이 있는데, 드라이버를 주로 휘두른다. 특히 아무도 없는 새벽이나 밤을 틈 타 어깨뼈가 탈골위험까지 갈 정도로 돌리고, 다운 스윙도 공이 부서져라 미친 사람처럼 휘두른다. 스윙의 정석을 철저히 무시한다. 20분 연습을 하면, 적어도 10분 이상은 그렇게 한다. 이런 ‘미친 스윙’의 10분은 러닝머신 30분 뛰는 것 이상으로 땀이 흥건하게 몸을 적신다.

기자 출신 아니랄까 봐, 한편으론 The Scoop 마케팅을 위해 지금도 몇십년째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데, 다른 운동은 거의 안하고 있지만, 아직 배불뚝이가 아닌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라는 자평을 한다. 필자가 “뱃살 빼고 유지하는데 골프 스윙연습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건 골프가 아니라 체력을 위한 수단이라고.

실전에서의 풀 스윙은 특히 주말골퍼에게 가장 어리석은 행위란 점은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공을 정확히 맞히느냐가 우선이요, 스윙은 작게, 천천히 휘두르는 게 요령이다. 실전에선 팔을 쭉 뻗거나 어깨를 돌리는 것보다 연습 때보다 더 소극적으로, 골프채를 들러 매거나 팔만으로 스윙하는 편이 스코어는 훨씬 좋아진다.
이병진 발행인 bjlee284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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