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정치적 자살골 넣었나

17년 만에 미국 정부가 문을 닫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국가부채 한도협상에 실패한 게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국제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띠고 있다. 이럴 때면 급등하는 금가격은 변동이 없고, 단기자금 시장 역시 안정적이다. 왜 일까.

▲ 미국의 셧다운 이후 금융시장은 안정적이다. 셧다운이 길어직수록 연방준비제도의 출구전략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월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가 폐쇄(셧다운)됐다. 1996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아직까진 별 다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덤덤하다. 금 가격은 1300달러 선에서 큰 변동이 없다.

미국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강등됐던 2년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11년 8월과 2013년 10월을 비교하면 3가지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미국 국채 1개월물 금리가 급등하고, 미국의 CDS(국가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2011년에 비해 올해는 단기자금시장의 경색 정도를 반영하는 ‘1일 단기 달러(오버나잇 리보와 환매조건부채권)’ ‘2년물 스와프 스프레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스와프 스프레드는 IRS(금리스와프) 금리에서 국채 금리를 뺀 것을 말한다.

 
자칫하면 미국의 디폴트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금융시장은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이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월 4일 예정됐던 미국 9월 고용지표 발표가 연방정부 폐쇄로 연기됐다. 10월 3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발표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게다가 11월은 FOMC 회의가 없고, 12월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교체되기 직전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기엔 부담스럽다. 당분간은 이런 기대가 시장에 ‘봄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 협상으로 인한 불확실성 역시 변동성 확대 요인이긴 하지만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론은 공화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부채한도 증액 실패 자체가 ‘정치적 자살행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대체에너지와 헬스케어의 상승률이 뚜렷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셧다운 길어질수록 출구전략 지연

두 업종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 역점사업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공화당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과정이 ‘오바마’의 구상대로 흘러갈 것이며, 그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역점사업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를 들어보자. 공화당 출신인 존 베이너 미국하원 의장은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하는 대가로 3가지를 요구했다. 그중 하나가 오바마 케어 시행 1년 연기고, 둘째는 조세개혁이다. 만약 공화당 하원의 주장대로 오바마 케어시행이 1년 연기되면 헬스케어 업종은 하락세를 탈 것이다.

▲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 협상은 단순히 증세 문제가 아니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존 베이너 하원 의장(공화당)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기자회견 하는 모습.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다. 존 베이너 의장의 마지막 요구는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 승인’이다. 키스톤 송유관 건설은 캐나다 앨버타주의 샌드오일을 미국 텍스사주 멕시코만에 있는 정유시설까지 운반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총연장 2736㎞, 공사비 76억 달러(약 8조2140억원)에 이른다. 이 사업이 이뤄지면 하루 83만 배럴의 샌드오일이 운반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중동산 석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일자리 창출과 캐나다와의 경제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자립을 이유로 사업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오일샌드의 정제ㆍ수송 과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식수원을 오염시킨다며 반대한다. 큰 재앙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는 오바마가 쥐고 있다?”

만약 투자자들이 존 베이너 의장의 요청대로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승인’을 미 정부가 허락한다고 예상했다면 대체에너지 업종의 주가가 힘을 받았을 리 없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국가부채 한도 협상은 오바마 대통령의 친환경적 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10월 17일까지 계속될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 협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과에 따라 미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대체에너지 산업의 육성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kisr@truefri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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