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동의 Inno-Process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47개의 혜택이 사라지고, 200개의 규제를 받는다. 오늘날 산업생태계를 호리병형으로 고치기 위해서는 지원정책을 업종ㆍ규모ㆍ성장단계별 사다리형 지원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

▲ 글로벌 경쟁력 갖춘 중견기업이 많아야 한국경제의 허리가 강해진다. 사진은 중견기업 대표단과 만난 박근혜 대통령.
우리나라의 산업 생태계는 중소기업이 99.9%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0.1%이고 이 중에서 중견기업은 0.04%로 첨탑형尖塔型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보호주의와 규제정책에 맞물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ㆍ발전을 회피하고, 중소기업에 머물거나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기업가정신을 가로막는 신발속 돌멩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체 기업 가운데 영세 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미국이 약 60%, 일본이 8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90% 이상으로 높다. 이런 현상은 기업이 성장하면 불리해지는 성장억제정책의 결과다. 소규모로 창업한 기업이 중소기업이 되고, 중견기업과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발전하며,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성장촉진정책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 창업이 활발해서 중소기업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창업한 이후에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못해 국가 경제의 허리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과 필드를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지원정책이 산업정책 위주로 이뤄져 왔고, 기업정책은 이분법적인 접근방법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서 중견기업은 숨쉴 공간이 없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도약을 꺼리는 ‘피터팬 신드롬’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47개의 혜택이 사라지고, 200개의 규제를 받는다. 오늘날 산업생태계를 호리병형으로 고치기 위해서는 지원정책을 업종ㆍ규모ㆍ성장단계별 사다리형 지원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퍼주기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영세 소상공인 정책은 소상공인의 수만 증가시키고 경쟁강도만 높여 정부 의존형의 약체 기업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업이 성장사다리를 통해 단계적으로 도약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희망사다리로 중견기업 키워야

또한 중견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경영혁신인증을 받은 메인비즈기업(한국경영혁신기업)의 역할은 지대하다. 이 기업들의 평균 업력은 5~6년이다. 재무성과나 사업성도 뛰어나다. 그만큼 성장잠재력도 좋다. 특히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업종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예비중견기업이 많이 포진해 있다.

이에 따라 메인비즈기업이 창출한 경영혁신의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받고, 노력한 만큼 혜택을 주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을 지속하는 하이포텐셜 기업이 열정을 가지고, 글로벌 마켓에 나가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ㆍ기술ㆍ인력 등 인프라 제공을 정책의 우선과제로 삼아야 한다. 해외진출 중견기업의 48%가 해외시장 정보를 직접 현장에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단순히 수출 위주의 마케팅을 진행할지, 국가별 직접투자(FDI) 진출을 할지 필요한 시장ㆍ정책정보 등이 다르다. 따라서 세부적인 글로벌화 정보를 제공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중견기업이 인수합병(M&A)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견기업 지원 희망사다리 정책은 글로벌 중견기업 수를 늘리고, 단계적인 성장ㆍ발전으로 첨탑형尖塔型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이는 국가 경제의 허리부분을 튼튼하게 만들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만들 것이다.
최명동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경영혁신연구원장 mdchoi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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